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단인 정상명 변호사(앞줄 오른쪽)가 배보윤, 차기환, 배진한 변호사(왼쪽부터)와 함께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꼽히는 검찰총장 출신 정상명 변호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발언대에 서 재판관들에게 "(윤 대통령의) 선배로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지난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윤 대통령과의 인연을 언급하며 "저의 인간 윤석열에 대한 조그마한 생각이 존경하는 재판관님들 결심에 보탬이 됐으면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1994년 대구지검 초임 검사로 발령받았던 형사부의 부장검사였다. 그는 윤 대통령의 결혼식 주례를 맡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사직 의사를 밝혔을 때 만류한 일화도 있다. 법무부 차관, 대구고검장, 대검 차장 등을 거쳐 2005∼2007년 검찰총장을 지낸 정 변호사는 지난달 중순 윤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에 합류했다.
정 변호사는 이날 "(윤 대통령은) 국가는 정의롭고 자유로운 민주국가여야 하고 국민의 나라여야 한다고 항상 얘기했다. 그 유명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이를 대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 윤석열은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사람 냄새가 났다. 시장에서 어렵게 장사하는 사람들 만나기를 즐긴다"며 "거짓은 진실을 덮을 수 없다는 소신이 있고 거짓과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본인이 항상 직접 나서서 진두지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이 돼서도 자신을 선택해 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개인적인 정보다는 살아있는 권력에 저항하면서 소신을 관철했다"며 "그래서 결국 정치에 입문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초임 검사 시절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며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 있어서도 그의 평생 살아온 소신의 연장선상에서 봐주셨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윤 대통령은 불행하게도 소통과 타협을 할 수 있는 길 마저 (야당이) 거부하는 상황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했다"며 "감히 말씀드리는데 절대로 불통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단지 자기 소신이 확실하고 국민 주권에 대해 확신한다"며 "너무 그런 데 대해 집착해서 '왜 그렇게 집착하느냐' '정치인은 유해야 한다'고 제가 꾸짖을 때도 있었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그런 것이 오늘의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며 "저 역시도 지켜본 선배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이어 "저의 인간 윤석열에 대한 조그마한 생각이 존경하는 재판관님들 결심에 보탬이 됐으면 한다"는 말로 변론을 마쳤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정 변호사가 직접 변론에 나선 건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