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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보고서]
<2>명태균을 키운 여권 지도부
명태균, 공표용 여론조사서 '공표 꼼수'
'지도부-明 커넥션' 눈감은 비대위원장
'김영선 단수 공천' 물밑 도와준 당대표
'용역' '자문위원' 내준 싱크탱크 수장

편집자주

명태균은 정치 컨설턴트인가 정치 브로커인가. 서울중앙지검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명태균 사건은 '태풍의 눈'이 될 조짐이다. 한국일보는 명태균 통화 녹취록과 메시지 내역 등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입수해 그를 둘러싼 불편한 얘기를 가감없이 공개한다. 파편적이고 편향적으로 제기됐던 각종 의혹들을 검증하고 향후 어떤 의혹을 규명해야 하는지도 살펴봤다. 여론조사와 선거 캠프 등 정치권의 고질적인 문제점도 분석했다.
김종인(왼쪽 사진부터)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지상욱 전 여의도연구원장. 연합뉴스·뉴스1·지 전 원장 페이스북


정치브로커 명태균씨가 2021~2023년
국민의힘 지도부와 공표용 여론조사를 매개로 수차례 '부당거래한' 정황
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명씨는 2021년
①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의 거취를 묻는 조사 문항에 부정적인 답변이 나오자
②지상욱 여의도연구원(여연) 원장
과 소통하며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해당 문답을 통째로 삭제했다.
③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현 개혁신당 의원)가 2023년 실시된 총선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크게 뒤처지자 공표 시기를 미루기도 했다. 명씨는 국민의힘 '싱크탱크' 여연에서 일감 또는 보직 알선을 받는 등 세 사람과 상부상조했다.

지상욱 "위원장님 거취 결과가ㅠㅠ" 明 "뺄게요"



2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명씨가 2021년 3월 27일 김 전 위원장과 지 전 원장에게 동일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 파일을 공표 전날 미리 보내주며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파악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대 대선 관련 조사로, 여기엔 후보 적합도나 정당 지지도와 함께
'김종인 위원장의 향후 거취'에 대한
문항도
포함됐다. "4·7 재·보궐선거 직후 당을 떠나겠다"는 김 위원장 발언과 관련해 당권 유지 여부에 대해 물은 것이다.

지 전 원장은 "다른 건 다 좋은데 위원장님 거취 문제 결과가 별로인 것이ㅠㅠ"라고 명씨에게 메시지
를 보냈다. 그러자
씨는 "그러게요~^^;; 그 부분만 공표를 안 할 겁니다"
라고
답변했다. 지 전 원장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홈페이지에는 게시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명씨는 "위원장님 거취 문제는 질문만 올리고 결과는 안 올릴 수 있다"며 "선거 여론조사 문항이 아니라서"
라고 전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거에 관한 문항이 아닌 정치 현안 문항은 질문지 그대로 답변을 게시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점을 파고든 꼼수다. '질문만 있고 결과는 없으면 뒷얘기가 없겠느냐'는 지 전 원장의 우려에도, 명씨는 "한 문항 결과라 잘 모를 것"이라고 반응했다. 다음 날 오전 명씨는 두 사람에게 수정본을 다시 보냈고 그대로 공표됐다.

'노원병' 이준석에 불리한 조사... "최대한 늦게 공표"

21대 총선 당시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이준석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가 2020년 4월 1일 서울지하철 7호선 마들역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이준석 후보 측 제공


명씨의 손길은 22대 총선 기간 이준석 전 대표에게도 닿았다. 이 전 대표가 '서울 노원병' 출마를 검토하며 '3전 4기'를 고려하던 시기였다.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미한연)'는 2023년 11월 8일 여론조사업체 PNR에 '노원병 조사 결과 공표 연기'를 요청했다. 미한연 실무자 강혜경씨는 "노원병 (조사 결과를) 최대한 늦게 공표해야 된다. (민주당 후보와) 그렇게 (지지도) 차이가 많이 날 줄 (몰랐다)"이라고 말했다. 강씨가 "얼마나 늦게 될까요, 15일 이상 될까요"라고 묻자, PNR 측은 '선관위엔 (공표일을) 19일로 올려놨다'는 취지로 답했다. 실제로 결과는 조사 종료일(11월 7일) 열흘 후인 11월 17일 공표됐다.

이 전 대표는 이에 대해 본보에 "당시 명씨 본인이 궁금해 노원병 조사를 돌려본다고 했고, 그 시기 보수 진영 인기가 좋지 않아 '어차피 결과도 부정적으로 나올 텐데 왜 그런 걸 하냐'고 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전 대표와 김 전 위원장, 지 전 원장 등 당 지도부 세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씨의 공표용 여론조사 결과를 수시로 전달받았다. 특히 이 전 대표가 당대표 선거 기간인 2021년 5월 한 유튜브채널 생방송 출연 중 명씨로부터 '이준석 우세' 여론조사 결과를 받고 기뻐한 정황도 포착됐다. 지 전 원장은 명태균표 조사를 크게 신뢰해 아예 여연이 사용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명씨에게 맡겼다. 2021년 4월 5일
지 전 원장이 "명 대표 보고서 제출 안 합니까"라고 재촉하자, 명씨가 "지금 검수 중이니 끝나는 대로 보내드리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 역시 "조사 시기는 언제입니까"라거나 "사전 투표 이후 조사는 오늘 저녁 혹은 내일 합니까?" 등 때때로 명씨에게 조사에 관해 물었다. 사전 투표 뒤 명씨의 선거 결과 예측 보고에는 "잘 보았다. 비교적 정확한 예측 같다"고 흡족해했다.

이 전 대표는그러나 "당대표에겐 여러 경로로 정보가 들어오기에, 명씨가 전달하는 조사는 특별할 게 없었다
"
고 밝혔다. "이런 자료를 열람하긴 하지만, 당 전략을 수립할 땐 여연의 자체 조사나, 당에서 거액을 들여 맡긴 기관의 자료를 참고한다"고도 설명했다.

"실무진은 모르게" 2300만 원에 '여연 용역'

명태균씨가 지난해 11월 8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검에서 조사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명씨는 당 지도부에게서 '부정한' 도움을 받았다. 지 전 원장은 당장 눈에 보이는 이득을 안겨줬다. 그는 명씨의 주변 인물들이 여연 자문위원에 임명되도록 알선했다. 명씨 주변의 지역 정치권 관계자 여러 명이 실제로 명씨 측에 원서를 냈다. 명단은 지 전 원장에게 전달됐고 대부분 '찍어내듯' 속전속결 임명됐다. 명씨는 이들이 선거 출마용 경력을 위해 중앙당 보직을 원한다는 점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과시할 수 있었다.

명씨는 여연에서 '수상한' 용역을 따내기도 했다. 여연과 미한연 측은 2021년 4월 2,300만 원(부가세 별도)짜리 '사전투표 관련 인식 여론조사 계약'을 맺었다. 당초 조사 주제는 'LH 사태'였지만, 계약 당일 '사전투표'로 변경됐다. 지 전 원장은 명씨에게 "LH 사태 인식 조사를 25개 지역 대상 1만 샘플이나 돌리는 건 누가 봐도 비상식적"이라며 주제를 역제안했다. 그러면서
"여연 실무자는 사무처에서 파견 나온 (사무)총장 사람이니 조심해야 한다"거나 "조사 결과는 실무자에겐 전달하지 말고 나에게만 보내라"며 입단속도 당부
했다. 검찰은 해당 용역이 명씨에게 제공 받은 각종 여론조사 비용을 치르기 위한 허위 계약이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명씨의 '김영선 단수 공천 작전'을 물밑에서 도와줬단 의심을 받고 있다. 명씨는 2022년 4월 2일 강혜경씨와의 통화에서 "이준석이가 공표나 비공표라도 (김영선이) 김지수(민주당 예비후보)를 이기는 걸 가져와라. 그러면 전략공천 줄게 이러네"라고 말했다. 명씨가 2022년 보궐선거에 김영선 전 의원을 경선 없이 단수공천해달라고 부탁하자, 이 전 대표가 '상대 후보를 10% 이기는 여론조사 결과'를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의미다. 이 전 대표는 그해 5월 9일 명씨에게 "당선인 쪽에서 경선 실시하라고 왔다는 것 같다"는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이에 대해 "명씨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아서 전달한 것일 뿐"이란 입장이다. 그는 본보에 "(김 전 의원이) 전략공천을 받고 싶어해서 당헌당규에 있는 대로 경쟁력을 입증하면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며 "전략공천에서의 경쟁력 조사는 자당 후보군 간의 비교가 주로 활용되기에 민주당 후보를 10% 이상 이기는 것은 아무 의미 없는 조사"라고 말했다. 또 "당대표로서 공천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개괄적인 보고만 간헐적으로 받았을 뿐"이라며 '김영선 공천' 관련해 공관위원들에게 연락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명씨와 관계를 유지하며 긴밀히 소통했고, 여권 정치인들 사이에서 명씨가 영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든든한 뒷배가 돼 줬다. 명씨와 접촉하는 이들이 "김종인과 친하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지 못했으며, 당내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김 전 위원장이 명씨를 곁에 둬 '비선 책사'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명씨는 2021년 3월 18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안철수 후보 단일화 협상 국면에서 김 전 위원장에게 "협상팀에 유선전화 10% 당부 전화 부탁드린다. 협상 재개를 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김 전 위원장을 발판 삼아 자신의 정치적 자아를 실현한 셈이다. 김 전 위원장은 명씨 관련 의혹에 대해 본보에 "전혀 사실과 다르고 일방적인 얘기"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목차별로 읽어보세요

  1. ① 여론조사와 공천개입의 진실
    1. • 尹 부부·당대표·공관위 모두 포섭 정황… 명태균의 공천 청탁 전모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310410002198)
    2. • "잘못 짜깁기해" "빼주세요"… 김건희, '尹 맞춤 조사' 받고 '김영선 공천' 보답했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222280001535)
    3. • "판세 잘 짠다" 평판에 명태균 '스카우트'... 갈등 빚다 尹 부부 뇌관으로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114100002742)
    4. • "김건희 여사가 경선 나가라더라" 김영선 당대표 여론조사도 돌린 명태균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314020004490)
  2. ② 명태균을 키운 여권 지도부
    1. • '명태균-여권' 부당거래… "김종인에 불리" 문항 '슬쩍', '이준석 열세' 공표 연기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322180000786)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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