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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선포 때와 같은 차림
헌재 시작 후 ‘7시간 지각’ 입장
직접 쓴 A4용지 77장 분량 내용
특유의 손짓 등 없이 차분히 낭독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자신의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최후진술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감색 정장에 붉은 넥타이, 빗어 넘긴 머리’.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오후 9시3분 자신의 탄핵심판 최후 진술에서도 그동안 변론 때와 같은 모습으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들어섰다. 84일 전, 지난해 12월3일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대국민 담화문을 읽던 그때도 같은 차림이었다.

이날 마지막 변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은 평소처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호송차를 타고 서울 종로구 헌재로 왔다. 하지만 증거 조사와 대리인단의 종합변론이 진행되는 동안엔 심판정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헌재에 마련된 별도 공간에서 머리 손질을 받으며 3시간 반 가량 대기했다.

오후 2시 변론이 시작된 지 7시간 만에 최후 진술을 하러 심판정에 모습을 드러낸 윤 대통령은 자신의 대리인단 사이에 앉았다. 헌법재판관들이 입정하자 일어서서 꾸벅 인사를 한 뒤 다시 앉아 무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봤다.

“피청구인 최종의견 진술 바랍니다”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말하자 윤 대통령은 직접 쓴 A4용지 77장 분량의 최후진술서를 들고 발언대로 걸어갔다. 그는 단상에 원고를 두고 읽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변론들에서와 달리 감정 동요 없이 같은 속도로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흥분할 때 나오는 특유의 손짓도 이날엔 보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양손을 발언대 위에 올려두고 미리 써온 진술서를 거의 그대로 읽었다. 시선은 연단 위 진술서와 정면 재판관 측을 일정하게 오갔다.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의 ‘정치공작’을 언급할 때는 예외적으로 국회 측 대리인단 자리를 바라보기도 했다. 그러나 감정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보이진 않았다. 그는 “다시 일할 기회가 있을까 마음이 아린다”며 자신의 탄핵을 암시하는 듯한 대목에서도 무던했다. 바로 직전 청구인 측 최후진술 때 나와 윤 대통령의 ‘헌법 유린’을 지적하며 눈시울을 붉히던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과는 대비됐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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