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배석한 국장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1.5%의 성장 전망은 상당히 뉴트럴한(중립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2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2.75%로 인하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연율 1.5% 성장 전망에는 향후 상방 요인과 하방 요인이 모두 작용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5%로 대폭 하향 조정한 배경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지난 1월에는 계엄 사태 등 국내 상황이 중요한 요인이었다면, 이번 전망 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월에는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가 올해 2분기 이후, 다른 국가들에 대한 관세는 내년에 각각 부과될 것으로 가정했다"며 "현재는 관세 부과 시기가 앞당겨지고, 관세율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재정정책 영향에 대해서는 "추경(추가경정예산)이 발표되지 않아 이번 전망에 반영하지 못했다"며 "나중에 추경이 집행되면 성장에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 1.8% 유지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성장률이 낮은데 우리 혼자서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게 우리 실력이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성장동력을 키우지 않고 해외 노동자도 안 데려오고 하는데, 1.8% 이상으로 성장하려면 재정을 동원하고 금리를 낮춰야 한다"며 "그러면 나라 전체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 높이 성장하려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게 제가 계속해서 드리는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한은의 금리 인하 실기론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제일 억울해하는 건 저희가 금리 인하 기조에 있다고 하는데 실기했다, 인하 안 했다 보도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8월 가계부채 때문에 한두 달 금리 인하를 늦췄고, 올해 1월에도 환율 때문에 한 달 정도 늦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후적으로 결과를 보면 가계부채를 잡는 데 도움을 줬고 환율 변동성도 잘 조정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이 총재는 "맡겨 주시고, 자꾸 실기했다 말씀하지 마시고, 더 잘할 수 있으면 그다음 한은 총재 되신 다음에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