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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10월 22일 '제20회 부산차이나타운 문화축제'가 부산 동구 부산역 광장과 차이나타운 일원에서 열려 많은 중국 전통 음식과 문화를 관람하려는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사진. 송봉근 기자

“화교(華僑)는 서울대학교 의대에 쉽게 입학한다”는 가짜뉴스가 최근 퍼져나가면서 혐중론을 부추기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확산하는 이들 허위 주장은 실제 교육부 통계상 최근 5년간 중국 국적 학생이 단 한명도 서울대 의대에 합격한 사실이 없다는 점에서 명백한 가짜뉴스다.

24일 유튜브에서 화교와 서울대 등을 검색하면 중국 국적 학생들이 특례 입학으로 손쉽게 의대에 진학한다는 주장의 영상을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 구독자 27만명 규모의 한 유튜브 채널은 지난 1월 21일 ‘화교들은 수능을 망쳐도 서울대 의대 합격합니다. 그래서 해결책은?’이란 제목의 영상을 올려 조회 수 18만을 넘겼다. 해당 영상의 내용은 화교들이 수능시험을 치르지 않고 서울대 의대에 입학한다는 게 골자다. 근거는 한 블로거의 글과 서울대 의대 입학 전형 중 외국인 전형이 있다는 사실 뿐이었다. 그러나 해당 영상엔 “한국 학생들은 뼈 빠지게 공부하는데 너무 억울하다” 등의 댓글이 4000개 이상 달렸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게시판에도 “화교 전형으로 의대나 로스쿨을 골라 가는 이들이 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서울대 에브리타임 익명 게시판의 경우 “수능 7~8등급 나오는 애들이 화교라는 이유만으로 면접만 보고 설의(서울대 의대) 그냥 감. 모집인원 제한 없고 경쟁률, 지원자 수 다 미공개”라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화교에 대한 특혜를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회 청원까지 등장했다. 지난 7일 국회 전자청원 홈페이지엔 ‘화교 특혜 정책 폐지에 관한 청원’이 올라와 24일 기준 4만 24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을 발의한 누리꾼은 “특정 외국인 집단에 제공되는 과도한 혜택은 헌법에서 명시한 평등권을 훼손하며, 자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국내체류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의 특혜 근절 요청에 관한 청원’이란 비슷한 내용의 청원은 열흘 만에 동의 기준인 5만명을 넘어 14일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정식 안건으로 회부됐다.

국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국민동의 청원. '화교 특혜 정책 폐지에 관한 청원'에 4만 2441명(24일 오후 4시 기준)이 동의했다. 국회홈페이지 캡처

전문가들에 따르면 SNS에서 퍼지는 주장과 달리 화교 특혜 전형은 없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화교 전형으로 서울대 의대에 쉽게 들어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외국인 전형과 재외국민 전형이 있지만, 의대의 경우 입학 정원이 정해진 학과이기 때문에 정원 외 모집 전형이라고 함부로 학생을 많이 뽑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외국인 특례전형을 준비하는 학원들이 화교 대상 마케팅을 하는 과정에서 ‘화교 전형’으로 일부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2000년대 초 관련 전형이 있었지만 현재는 없다”고 했다. 2000년대 초반 한국과 대만 간 호혜주의(互惠主義)에 따라 일부 대학이 외국인 특별전형 모집 요강에 대만 국적자(화교)는 부모 중 한 명만 외국인이어도 지원을 허용했던 걸 두고서다.

한 입시 학원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교 특례입학 전문학원’이라고 좌표가 찍히기도 했다. 이 학원 관계자는 “화교 전형 관련 강의를 하고 있지 않다”며 “원생 중 특례입학으로 합격한 60여명 모두 한국인이다”고 반박했다.

박경민 기자

통계에서도 화교 특례입학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이 교육부를 통해 제출받은 ‘전국 의대의 최근 5년간 재외국민 및 외국인 특별전형 입학 현황’ 자료를 보면 전국 39개 의과대학 중 서울대 의대 등 30개 대학에서 5년간 총 7명(외국인 6명)밖에 되지 않았다. 연도별로는 ▶2020년 3명 ▶2021년 1명 ▶2022년 0명 ▶2023년 2명 ▶2024년 1명이었다.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성균관대는 “외국인 전형으로는 의대생을 뽑지 않는다”며 “재외국민전형으로 일부 뽑고 있지만, SAT 만점 수준으로 경쟁률이 치열하고 모집 인원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화교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는 주장은 일종의 반중 감정에 기반을 둔 것”이라며 “근거 없는 주장이 유튜브를 통해 퍼져나가면서 반중 정서가 강화될 경우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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