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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위식도역류증 신약, 선진국서도 관심↑
시장성 높은 국내서 기반 다져, 제약사별 경쟁도 치열
대웅제약 연구원이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대웅제약

국내에서 개발된 위장질환 신약이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차세대 위식도역류증 치료제인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가 그 주인공이다.

위장질환 신약은 기술수출에 집중하기보다 탄탄한 국내 시장을 바탕으로 자체 개발과 출시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극적인 음식을 선호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 감염, 선진국형 식습관 등이 맞물려 국내에서 위장질환이 흔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 4명 중 1명은 위장질환을 앓고 있는 데다 위암도 한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

가장 주목을 받으며 성과를 내고있는 P-CAB은 위식도역류증뿐 아니라 헬리코박터 제균 등에도 효과를 보이며 호평을 받고 있다. 선두주자인 HK이노엔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이 수년간 국내 시장에서 효능을 입증한 뒤 해외에서도 출시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대웅제약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 등 경쟁작도 맹추격하고 있다.
단기간에 한·일 접수한 P-CAB
비만, 음주, 야식 등으로 발생하기 쉬워 ‘선진국형 질환’으로도 알려진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은 국내외에서 매년 성장하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1년 16조원, 2022년 21조원, 2023년 30조원으로 성장한 뒤 어느새 4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그동안 서양 인구 20~40%가 시달렸다면 한·중·일 동아시아권은 물론 남미, 동남아 등 신흥국에서도 환자가 빠르게 늘었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는 기본적으로 위산 분비를 억제한다는 측면에서 위염, 위궤양, 헬리코박터 제균 등 다양한 질환 치료에 활용도가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은 전환기를 맞았다. 2세대 치료제 프로톤펌프억제제(PPI)가 3세대 P-CAB의 도전을 받게 된 것이다. 1980년대 등장한 PPI는 강력한 위산억제 효과를 바탕으로 1세대 히스타민 2수용체 차단제(H2RA)를 대체한 뒤 40년간 시장을 지배했다. 글로벌 빅파마인 아스트라제네카 제품(성분명 에소메프라졸)이 대세다.

최근에는 P-CAB이 부상하며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P-CAB은 위산에 의해 활성화돼야 프로톤펌프와 결합해 칼륨의 유입을 막는 PPI와 달리 활성화 과정 없이 프로톤펌프와 결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복에 복용할 필요가 없고 약효가 빠르게 나타난 뒤 길게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세계에서 최초로 출시된 P-CAB 치료제는 다케다의 다케캡(성분명 보도프라잔)으로 2015년 일본 시장에 나온 뒤 2021년 일본 내 매출 8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일본은 한국과 함께 위암발병률이 높은 국가로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주요 위암 발병 원인으로 밝혀진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에 대한 권고를 받았다. 그런데 다케캡이 항생제 내성을 극복함으로써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에 효과를 높인다는 사실이 알려져 병용요법으로 널리 처방되게 된 것이다. 2023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다케캡은 현지에서도 병용치료를 위해 처방되고 있다.

2010년 개발이 시작된 뒤 2019년 국내 출시된 국산신약 30호 케이캡도 국내에서 5개 적응증이 등록된 상태다. 2023년 7월부터 보험급여를 적용받게 된 소화성 궤양 및 위축성 위염 치료를 위한 헬리코박터 제균 요법도 그중 하나다. 케이캡은 복용 1일째부터 30분 만에 위산분비를 차단하는 강력한 효능과 적응증 확대를 통해 출시 6개월 만에 소화기 궤양질환 치료제 1위를 달성한 뒤 매년 매출 성장을 달성하고 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마라탕 등 자극적인 음식 섭취로 인해 국내 위장질환 환자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위장약은 정형외과 약을 처방할 때도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HK이노엔은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NSAIDs) 유발 위십이지장 궤양 예방요법에 대한 임상도 진행하고 있다.

HK이노엔이 2월 11일 밝힌 지난해 잠정 매출은 8971억원, 영업이익은 882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3.8%가 증가했다. 이에 대해 HK이노엔은 “신약 케이캡 수익성 개선 및 글로벌 로열티 증가”를 원인으로 꼽았다. 2024년 케이캡 국내 원외처방 매출은 1969억원으로 2023년 1582억원 대비 24.4% 늘어났으며 수출액은 3분기 21억원에서 4분기 38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후발주자인 대웅제약의 34호 국산신약 펙수클루도 무서운 기세로 따라오고 있다. 지난해 출시 3년 차를 맞은 펙수클루의 국내외 합산 매출은 1000억원을 돌파했다.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3000억원으로 성장한 가운데 P-CAB 제제의 점유율은 지난해 20%를 돌파했다. 시장 파이가 커지면서 양사가 모두 성장동력을 얻게 된 셈이다.

펙수클루는 P-CAB 최초로 위염 치료 적응증을 확보한 상태다. 국내에선 위장질환 중에서도 위염 발병률이 높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대표 의약품 중 보톡스 제품인 나보타는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반면 펙수클루는 우선 국내 출시 후 해외 진출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남미서 미국까지
아직 경쟁 제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처럼 남다른 효능을 갖춘 국산 P-CAB 신약은 세계 시장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 시장에 출시된 경쟁 의약품은 다케캡과 중국 가비평제약의 베이웬이 전부이다.

케이캡이 기술이전 및 완제품 수출 형태로 진출한 국가는 총 47개국으로 현재까지 한국 외 14개국에서 제품이 출시됐다. 2015년 중국(Luoxin)과 이미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뒤 2022년 정제를 출시했고 필리핀 등 동남아 6개국, 중남미 17개국에서 품목 허가 또는 출시가 완료됐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브레인트리(Braintree)사에 기술이전을 한 뒤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3상이 계획대로 완료되면 2026년 미국 시장 출시가 가능할 전망이다.

펙수클루도 아시아와 남미 시장을 필두로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2023년 필리핀에서 첫 해외 출시된 이후 지난해 7월 멕시코, 칠레, 에콰도르 시장에서도 소비자를 만나기 시작했다. 올해 해외 매출 목표액은 100억원이다. 이 밖에 11개국에서 품목 허가 신청을 완료했고 14개국에서 수출 계약을 하는 등 30개국에 진출했다. 중국에선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1월 ‘펙수포럼’을 개최해 전 세계 의료진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펙수클루의 글로벌 처방과 임상 결과를 공유하기도 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현재는 국내 매출 비중이 대부분이지만 2027년까지 100개국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처럼 P-CAB이 ‘캐시카우’로 자리 잡으면서 이 시장을 노리는 경쟁사도 늘고 있다. 소화성궤양치료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국내 제약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케이캡 역시 HK이노엔이 ‘레바렉스’를 개발한 유한양행 연구팀을 영입해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0월 제일약품이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를 통해 개발한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를 국내 출시한 가운데 대원제약도 일동제약으로부터 도입한 P-CAB 제품 임상 2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케이캡 특허를 둘러싼 분쟁도 이어지고 있다. 내년 12월로 예정됐던 케이캡 물질특허 만료기간이 적응증 추가에 따라 2031년 8월까지 연장됐다. 이에 2026년 복제약 출시를 계획했던 HLB제약, 삼천당제약 등 제네릭사들은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권 효력은 최초 허가 적응증에만 적용되고 후속 허가 적응증엔 미치지 않는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36년 만료되는 결정형 특허 소송에선 2심까지 제네릭사들이 승소한 가운데 중요한 물질특허 소송은 김앤장을 선임한 HK이노엔이 지난해 특허심판원에 이어 올해 특허법원에서도 승소했다. 결정형 특허는 화합물의 결정 구조, 물질특허는 신약 물질을 이루는 화합물 자체에 대한 특허를 뜻한다. 제네릭사들이 물질특허 소송 결과에 불복하고 상고한 가운데 케이캡 특허분쟁은 대법원에서 결론이 날 전망이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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