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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 L씨, 경찰에 "가해자는 성실" 탄원서
가해자 측 피해자 찾아 "장학금 줄테니..."
충남의 한 사립고등학교 행정실장이 동료 여직원 4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학교 측이 피해자들에게 조직적으로 2차 가해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박구원 기자


충남의 한 사립고 행정실장이 여직원 4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가운데, 학교 교감이 경찰에 가해자인 행정실장을 두둔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추행 가해자에 대한 학교 측의 구명 운동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학교 차원의 조직적인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학교 교감 L씨는 지난해 8월 경찰 수사를 받고 있던 행정실장 A(54)씨를 비호하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했다. 확인서에는 '급식실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이번 사건은 B씨의 모략이다’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행정실장 A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다.

더 큰 문제는 L 교감이 해당 학교의 성고충처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성추행 피해자 보호 책임이 있는 인물이 오히려 가해자 편에 서서 2차 가해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L 교감은 사실확인서를 낸 것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서는 확인을 거부했다. 그는 “행정실장이 성실하게 근무했다는 내용의 탄원서(사실확인서)에 서명한 것은 맞다"면서도 "피해자를 음해하는 내용의 탄원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2차 가해에 나선 것은 교감뿐만이 아니다.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도 피해자들을 협박하고 회유한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은 행정실장이 사실상 관리하는 조직으로, 학교가 조직적으로 2차 가해에 나섰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경찰에 따르면 학교운영위원인 K씨는 지난해 10월 성추행 피해자 R씨의 집을 찾아가 회유를 시도했다. K 위원은 R씨에게 '형편이 어렵지 않느냐. (고소를 취하하면) 딸에게 장학금을 주도록 하겠다'고 했고, 또 '누구의 사주를 받아 행정실장을 고소했는지 말하라'며 협박했다.

또 R씨는 지난해 12월 A 실장과 친분이 있는 인물로부터 'A 실장이 대법원 재판까지 가더라도 벌금형에 그칠 것이고, 이후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다'라는 말을 들기도 했다. R씨는 "나는 그 이야기를 성추행 고소를 취하하라는 협박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R씨가 결혼이주 여성인 점을 감안하면, A씨 주변 인물들이 취약한 처지에 있는 피해자에게 경제적 조건을 내세워 고소 취하를 압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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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실장 A씨는 2020년부터 수년간 여직원 4명을 성추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기소됐다. A씨는 여직원 앞에서 알몸으로 활보하거나 주요 부위를 만지는 등의 엽기적인 행위, 서울 남산 케이블카 안에서 피해자의 팔을 잡고 몸을 밀착하는 등의 추행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징역 5년과 취업제한 10년을 구형했다. 선고는 다음 달 28일이다.

피해자들은 행정실장의 복귀와 학교 내 2차 가해에 대한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와 교육청, 교육부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피해자들은 "우리는 보복이 두려워 적극 대응하지 못하고 있고, 이 상황에서 학교는 오히려 가해자를 감싸고 돌았다”며 “학교가 가해자 구명운동까지 벌였다니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교육계는 피해자 보호 긴급 조치와 함께 학교에 대한 심도 있는 감사를 주문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사립학교법을 적용 받는 사학이라 하더라도 상식 수준에서 감사가 이뤄지고 처벌도 내려져야 한다”며 “교육계와 지역 사회 전체가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교육청은 감사를 통해 학교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가해자 복귀 문제를 재검토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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