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대 한국인은 지금보다 탄수화물을 훨씬 많이 먹었는데, 왜 더 날씬하고 요즘 같은 만성질환이 없었을까요? " 지난 3일 만난 이의철 LG에너지솔루션 기술연구원 부속의원 원장은 “과거보다 지금 탄수화물을 훨씬 적게 먹는데도 만성질환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면, 탄수화물을 적게 먹는 게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건 상식”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다이어트를 위한 ‘저탄수화물’ 식단이 각광받는 요즘, 이 원장은 탄수화물이 현대인의 만성질환과 비만의 주범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난 50년 동안 무엇이 우리 몸을 이토록 망가뜨렸을까.
특히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은 감기만큼 흔해졌지만, 사람들은 이에 대해 큰 위기감을 못 느낀다. 뇌경색, 암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로 여긴다. 과연 과거에도 한국인은 이런 문제를 지금처럼 당연하게 여겼을까. 이 원장이 주목한 건 멀지 않은 과거, 50년 전 한국인의 식생활과 생활습관이다. 그땐 지금과 달리 뭘 먹고, 어떻게 생활했을까. 이 원장은 서구 국가들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 한국만의 독특한 ‘역학적 전환(Epidemiologic Transition)’에 주목했다. 수십 년 동안 진행된 한국의 변화 속에 전 세계 만성질환의 해답이 숨겨져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요즘 학부모들의 큰 관심사인 자녀 조기 초경과 급격한 키 성장 역시 역학적 전환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단순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성장클리닉, 성 조숙 클리닉을 찾아 주사를 맞고, 약을 타서 먹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란 의미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뭘까. 그는 “조기 초경과 키 성장이 만성질환, 암 발생률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인터뷰에서 탄수화물이 왜 비만과 만성질환의 원흉으로 지목돼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썼는지, 정확한 ‘탄수화물’의 개념은 무엇이고 왜 대중에게 오도(汚塗)됐는지, 올바른 탄수화물 섭취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수십 년에 걸쳐 바뀐 한국인의 ‘밥상’을 역추적해 상세히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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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질환의 해답, 50년간의 한국인 ‘밥상’에 있다
역학적 전환은 한 사회의 주된 사망 원인이 감염성 질환에서 만성질환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말한다. 인구 구조 변화, 영아사망률 감소, 수명 증가를 비롯해 의료 수준, 위생 의식, 사회 인프라 개선, 소득 수준 향상 등의 과정을 통해 인간의 사망 원인이 감염병에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암, 심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으로 전환된다. 서양에선 이런 역학적 전환이 자본주의 도입과 맞물려 약 150~200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됐다. 반면에 한국은 한국전쟁 이후 불과 15~20년 사이 이런 전환이 끝났다.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사례다.
다른 나라에선 이런 변화가 100년도 넘게 걸렸다. 그래서 자료를 찾기도 어렵고, 그런 기억을 하는 이도 드물다. 그러나 한국은 불과 10~20년 사이 이런 변화가 나타났다. 만성질환이 없던 시절에 한국인이 뭘 먹고, 어떻게 생활했는지 금방 알아낼 수 있다. 그걸 통해 현재 문제가 되는 만성질환 문제를 되돌릴 수 있는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 한국의 변화 양상만 파악하면 전 세계 모든 만성질환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1960년대 초반 한국인 대상 콜레스테롤 검사를 해보면 정상인의 평균 콜레스테롤 수치는 약 139mg/dL이었다. 근데 최근 검사에선 대부분 190~200mg/dL 정도다. 기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정상이 아닌 사람이 거의 60%가 넘는다. 혈액 검사 항목에서 약 50년 사이 그 평균 수치가 50% 이상 증가한 임상 지표는 없다.
혈압이나 혈당은 그렇지 않았다. 1980년대 국민건강영양조사 1차 조사 당시 전문가 의견으론 당뇨 유병률이 약 0.9% 정도 내외로 파악됐다. 근데 현재 당뇨병 유병률은 약 16%다. 18배 정도 증가했다.
1960년대 고혈압은 주된 관심사가 아니었다. 1970년대부터 조금씩 고혈압이 인지되기 시작하며 ‘고혈압증이라는 유별난 현상이 발견된다’는 의학적 보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고혈압 유병률은 약 8~9%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약 30%다. 20~30년 사이 약 3배 늘었다.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의 경우 1920년대생 초경 연령은 만 16.9세였다. 근데 2003년생 대상 조사 결과를 보면 약 12.6세다. 한 4년 정도가 빨라졌다. 평균적으로 10년마다 0.68~0.73년씩 내려갔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초경 연령이 낮아지는 속도가 빠르다.
(계속)
또 한국은 키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해서 키를 크게 하기 위해 뭐든지 다 합니다.
우유와 고기도 더 먹입니다. 근데 그게 오히려 내 아이의 성인기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식습관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급격하게 키가 클수록 암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전세계 연구에서 일관되게 관찰되는 현상이라는데요.
20년 사이 크론병 발생률도 크게 늘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요.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3765
우유 마시면 뼈 튼튼해진다? “더 부러진다” 충격적 진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5392
과일 갈 때는 이걸 넣어라, 당뇨 피하는 1:1:1 법칙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0578
“노인들 영양제 의미 없다” 노년내과 의사 욕 먹을 소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5725
“탄단지 갖춰봤자 죽은 음식” 해독 전문가 찍은 염증 주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6843
정보원과 ‘깊은 연애’를 했다…20년 국정원 요원 고백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9360
지난 3일 이의철 LG에너지솔루션 기술연구원 부속의원 원장이 중앙일보 VOICE팀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 원장은 책〈조금씩, 천천히 자연식물식〉〈기후미식〉 등을 펴내며 건강하고 올바른 식습관 형성 및 지속가능한 지구 환경을 고려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밝혀 왔다.
이 원장은 회사 소속 병원 의사다. 생활습관의학,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인 그는 위험한 화학물질, 안전사고뿐 아니라 건강 악화의 원인을 개인 생활습관에서 찾아 병을 고친다. 근로자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만성질환, 인지기능 저하, 치매 등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환자를 진료한다.
특히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은 감기만큼 흔해졌지만, 사람들은 이에 대해 큰 위기감을 못 느낀다. 뇌경색, 암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로 여긴다. 과연 과거에도 한국인은 이런 문제를 지금처럼 당연하게 여겼을까. 이 원장이 주목한 건 멀지 않은 과거, 50년 전 한국인의 식생활과 생활습관이다. 그땐 지금과 달리 뭘 먹고, 어떻게 생활했을까. 이 원장은 서구 국가들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 한국만의 독특한 ‘역학적 전환(Epidemiologic Transition)’에 주목했다. 수십 년 동안 진행된 한국의 변화 속에 전 세계 만성질환의 해답이 숨겨져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요즘 학부모들의 큰 관심사인 자녀 조기 초경과 급격한 키 성장 역시 역학적 전환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단순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성장클리닉, 성 조숙 클리닉을 찾아 주사를 맞고, 약을 타서 먹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란 의미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뭘까. 그는 “조기 초경과 키 성장이 만성질환, 암 발생률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인터뷰에서 탄수화물이 왜 비만과 만성질환의 원흉으로 지목돼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썼는지, 정확한 ‘탄수화물’의 개념은 무엇이고 왜 대중에게 오도(汚塗)됐는지, 올바른 탄수화물 섭취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수십 년에 걸쳐 바뀐 한국인의 ‘밥상’을 역추적해 상세히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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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질환의 해답, 50년간의 한국인 ‘밥상’에 있다
Q : 한국의 ‘역학적 전환’에 주목했다.
역학적 전환은 한 사회의 주된 사망 원인이 감염성 질환에서 만성질환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말한다. 인구 구조 변화, 영아사망률 감소, 수명 증가를 비롯해 의료 수준, 위생 의식, 사회 인프라 개선, 소득 수준 향상 등의 과정을 통해 인간의 사망 원인이 감염병에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암, 심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으로 전환된다. 서양에선 이런 역학적 전환이 자본주의 도입과 맞물려 약 150~200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됐다. 반면에 한국은 한국전쟁 이후 불과 15~20년 사이 이런 전환이 끝났다.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사례다.
그래픽 조은재
그 단적인 예가 기생충 문제다. 1986년 기생충박멸협회는 한국건강관리협회로 이름을 바꿨다. 이 협회는 원래 대변검사를 통해 몸속에서 기생충란이 발견되면 구충제를 먹였다. 1960년대 당시 한국의 연간 쌀 생산량은 약 450만t이었다. 근데 당시 기생충이 빨아 먹는 혈액 속의 당분 양이 쌀 445만t의 양과 맞먹었다. 국민 건강이나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기생충을 없애는 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기생충 대신 고혈압, 고지혈증, 심혈관 질환, 암 등의 중요성이 커지며 협회의 사업 방향이 만성질환 검사로 바뀌었다.
그래픽 조은재
Q : 이런 역학적 전환이 한국인의 만성질환 양상에 시사하는 바는.
다른 나라에선 이런 변화가 100년도 넘게 걸렸다. 그래서 자료를 찾기도 어렵고, 그런 기억을 하는 이도 드물다. 그러나 한국은 불과 10~20년 사이 이런 변화가 나타났다. 만성질환이 없던 시절에 한국인이 뭘 먹고, 어떻게 생활했는지 금방 알아낼 수 있다. 그걸 통해 현재 문제가 되는 만성질환 문제를 되돌릴 수 있는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 한국의 변화 양상만 파악하면 전 세계 모든 만성질환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Q : 약 50년간 고지혈증·당뇨·고혈압은 얼마나 늘었나.
1960년대 초반 한국인 대상 콜레스테롤 검사를 해보면 정상인의 평균 콜레스테롤 수치는 약 139mg/dL이었다. 근데 최근 검사에선 대부분 190~200mg/dL 정도다. 기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정상이 아닌 사람이 거의 60%가 넘는다. 혈액 검사 항목에서 약 50년 사이 그 평균 수치가 50% 이상 증가한 임상 지표는 없다.
혈압이나 혈당은 그렇지 않았다. 1980년대 국민건강영양조사 1차 조사 당시 전문가 의견으론 당뇨 유병률이 약 0.9% 정도 내외로 파악됐다. 근데 현재 당뇨병 유병률은 약 16%다. 18배 정도 증가했다.
Q : 고혈압은 어느 정도 늘었나.
1960년대 고혈압은 주된 관심사가 아니었다. 1970년대부터 조금씩 고혈압이 인지되기 시작하며 ‘고혈압증이라는 유별난 현상이 발견된다’는 의학적 보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고혈압 유병률은 약 8~9%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약 30%다. 20~30년 사이 약 3배 늘었다.
Q : 조기 초경 증가도 앞서 말한 역학적 전환에 해당하나.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의 경우 1920년대생 초경 연령은 만 16.9세였다. 근데 2003년생 대상 조사 결과를 보면 약 12.6세다. 한 4년 정도가 빨라졌다. 평균적으로 10년마다 0.68~0.73년씩 내려갔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초경 연령이 낮아지는 속도가 빠르다.
(계속)
또 한국은 키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해서 키를 크게 하기 위해 뭐든지 다 합니다.
우유와 고기도 더 먹입니다. 근데 그게 오히려 내 아이의 성인기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식습관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급격하게 키가 클수록 암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전세계 연구에서 일관되게 관찰되는 현상이라는데요.
20년 사이 크론병 발생률도 크게 늘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요.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3765
우유 마시면 뼈 튼튼해진다? “더 부러진다” 충격적 진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5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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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0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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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6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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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9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