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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아대 시설 개선 전 화장실(왼쪽)과 등록금 인상 후 개선된 화장실 모습. 사진 동아대
131곳. 지난 20일 현재까지 2025학년도 학부 등록금을 올리기로 결정한 대학의 수다. 정부의 등록금 동결 기조가 등장한 지 17년 만인 올해 전국 4년제대(총 190곳)의 68.9%가 인상을 단행했다.

대학가에선 ‘등록금 인상 도미노’의 출발점을 부산의 동아대로 생각한다. 2년 전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 국내 사립 종합대 최초로 학부 등록금을 인상했다(3.95%). 등록금 동결로 인한 학교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학생들이 먼저 ‘등록금을 올리더라도 화장실 좀 고쳐달라’고 말했다“던 총장의 발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해 17년 만에 처음 등록금을 올린 서울 소재 대형 대학에선 학생들의 반발이 잇따랐다. 그런데 2023·24년에 이어 올해도 동아대는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심의 결과 학생 대표를 포함한 위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인상안이 통과됐다. 지난 6일 부산 사하구 동아대 승학캠퍼스에서 기자를 만난 학교 관계자와 학생 대표 등은 “학교가 등록금 인상 분을 약속대로 학생이 원하는 교육 시설 개선에 투자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①총장이 직접 설득…특위 만들어 예산 집행·공개
차준홍 기자

“이대로라면 내년엔 학교 재정이 적자로 돌아섭니다. 당장 학교가 안 망하겠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겁니다.”

이해우 동아대 총장은 지난 2023년 1월 등심위에서 이렇게 말했다. 등심위는 원래 부총장이 주재하지만, 이 총장이 직접 참석해 위원들을 설득했다. “기업은 한 해 장사가 망하면 다음 해에 잘하면 되지만 학교는 그렇지 않다”며 재정 상황을 설명했고, “등록금을 올린다면 10원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실제로 인상 후 동아대는 ‘대학환경개선 및 학생복지향상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22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에 학생위원 5명이 참여했다. 등록금 수입의 사용 계획과 집행 실태를 함께 점검하고 이를 공개하기 위해서였다.

동아대 강의실 리모델링 후. 동아대 제공
2023~24년 간 동아대는 92억원을 들여 학생들의 원성이 높던 낡은 화장실·강의실 등을 리모델링 했다. 등록금 인상으로 확보한 재원(80억원)보다 더 많은 예산을 들었다. 이 총장은 “건축기금, 교비 일부, 교직원 연봉 동결 등을 통해 모은 돈을 쏟아부었다”고 했다.

올해 등록금 인상율은 4.7%로, 35억원의 추가 수입이 예상된다. “3년 연속 인상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학생 대표들에게 학교 측은 지금까지의 성과를 제시하며 “3개 캠퍼스의 시설 개선을 마무리하려면 올해까지는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②학생이 체감할 수 있는 분야부터 개선
지난달 16일 동아대 총학생회는 학교 측과 협의해 등록금 인상 재원에 대한 활용 방안 등을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동아대 총학생회

동아대에도 반대 목소리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학교 측은 학생과의 소통에 노력을 기울였다. 남지민 총학생회장은 “매년 등심위 시즌마다 공청회를 열고 학교, 학생회가 각각 입장을 설명했다”고 했다. 공대생 송모(25)씨는 “학생들은 등록금 활용 방안이나 (등록금 인상 시 따르는) 장학금 불이익 여부에 대해 궁금했는데, 공청회에서 교수님이 학생들 질문에 일일이 답하려 노력하더라”고 전했다.

학생이 체감하는 교육 환경 개선에 투자한 게 학생 설득에 큰 도움이 됐다. 국제대학의 한모(24)씨는 “학교에서 노트북, 태블릿을 쓸 때 와이파이(Wi-fi)가 너무 느려 답답했지만 이제 끊김 없이 쓸 수 있다. 책·걸상도 교체돼 편해졌다”고 말했다. 동아대는 무선랜 장비를 110대 설치하고 화선 속도를 12Gbps로 높이는 데 27억원, 낡은 일체형 대신 분리형 책걸상 4186세트로 교체하는데 8억원을 각각 투입했다.

등록금 인상에 따른 학생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도 노력했다. 교육부는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엔 국가장학금(2유형)을 지원하지 않는다. 일종의 ‘페널티’ 성격이다. 하지만 동아대는 등록금 인상에도 불구, 학생이 받는 장학금 전체 규모는 크게 줄지 않았다. 동아대는 “등록금 인상 전 받던 국가장학금(25억원)과 비슷한 규모의 교내장학금을 2023~24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차준홍 기자



③ 대학 자구노력…산학협력으로 수입 다변화
이해우 동아대학교 총장이 6일 부산 사하구 하단캠퍼스 내 밸브 실험실에서 첨단 장비와 운영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2025.02.06.
학교가 등록금에만 의존한 건 아니다. 동아대는 재정 확충을 산학협력에 주목했다. 삼성중공업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교수가 됐던 이해우 총장은 “학생에 부담 되는 등록금을 매년 인상할 수 없기에, 산학협동 등을 통한 수익 다변화로 학교 재정을 안정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성과가 승학캠퍼스에 있는 고기능성밸브 기술지원센터다. 국내에서 세번째로 수소밸브 공인시험기관으로 인증 받았고, 국내 관련 업체들의 공인 시험을 맡아 지난해 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총장은 “지역 기업은 인증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학생은 취업에 도움될 현장 실습을 할 수 있고, 대학은 재정을 확충하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가의 등록금 인상 움직임과 학생의 반발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론 정부의 정책 변화, 대학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한정된 정부 지원을 모든 대학에 조금씩 나누는 대신 우수 대학들을 선별해 운영비 등 재정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개편돼야 할 것”이라며 “또한 대학이 가진 자원을 활용한 수익사업을 통해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장기적인 관점의 재정 지원과 함께 등록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학교의 사업, 기부 확대가 가능하도록 제도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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