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5000만원서 상한액 대폭↑
‘사실 적시’ 경우도 형량강화 ‘논란’
‘사실 적시’ 경우도 형량강화 ‘논란’
유튜브 등 온라인상에서 허위사실을 배포해 수익을 올리는 ‘사이버레커’에 최대 1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률 개정이 추진된다. 유튜브로 올린 수익을 몰수해 경제적 이익을 원천 차단하는 등 고강도 제재로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서다. 다만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형량도 함께 강화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2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의 형량 강화다. 김 의원은 “형사재판에서 정보통신망에서의 명예훼손에 대한 범죄가 인정돼도 대부분 소액의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허위사실 유포를 통해 창출한 수익이 더 커 법의 실효성과 범죄 예방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 공공연하게 허위사실을 드러낸 경우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벌금 상한액을 높였다. 기존 최고 벌금액은 5000만원이었다. 또 유죄로 인정될 경우 위반행위와 관련해 취득한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을 전부 몰수하도록 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주된 타깃은 유튜브 등 온라인상에서 늘어나는 사이버레커다. 이들은 유명인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거나 사생활을 폭로하며 조회수를 올리는 식으로 수익을 올린다. 여론의 강한 비판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한 배우 이선균씨와 김새론씨는 자신의 사적인 일상을 공개하는 유튜브 채널에 심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유튜브 채널은 부정선거 등 음모론을 설파하며 막대한 후원을 받기도 한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사이버레커 입장에서는 허위사실로 방송 몇 번만 하면 수억원의 수익이 들어오니, 벌금 1000만원 정도는 우습게 내고도 이익이 남는 시장 구조가 형성돼 있다”면서 “온라인상에서 특정인을 겨냥해 괴롭히며 수익을 얻는 일을 방지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개정안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벌금 상한액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된 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말 그대로 공연히 사실을 알렸을 때 성립하는 죄다. 사실이라 할지라도 특정인에 대한 무분별한 비방·보복이나 개인정보 유출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제정됐다. 현행법상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했다는 점이 증명되면 위법성이 조각되지만 현실적으로는 재판과 법적 대응에 대한 부담감을 키워 표현의 자유를 위축한다는 비판이 강하다. 특히 최근에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아버지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자 구모(62)씨가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며 논란에 불이 붙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미투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강화되면 피해자들이 고소·고발을 두려워해 입을 닫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힘이 있는 고위공직자나 기업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