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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중심 대치동 엄마 패러디
“예술 경지” 영상마다 인기 몰이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영상 갈무리

“내가 이거 공장 사장님 졸라가지고 설득해가지고 싸워가지고 이겨서 만든 그 제품이에요. 나 끝까지 잡고 늘어지잖아. 우리 쑥떡이들 좋은 가격에 안 주면 안 된다고 좋은 성분에 안 주면 안 된다고 해가지고….”

얇게 변조된 목소리에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녹화한 것 같은 화면, 천안 공장 사장님과 싸워서 ‘좋은 가격’에 데려왔다는 멘트까지. 영락없는 ‘공구’(공동구매) 방송으로 보여 유튜브 스크롤을 내리려는데 얼굴이 어딘가 익숙하다. ‘슈블리맘’이라는 이름으로 다이어트 음료 ‘빼빼수’와 클로렐라 찰떡을 파는 이 여성, 자세히 보니 코미디언 이수지다. ‘인간 복사기’라는 별명답게 숱한 패러디를 선보여온 그가 이번에는 인스타그램 공구 인플루언서를 집어삼킨 것이다. 이 유튜브 영상에는 “진짜 광고 쇼츠인줄 알고 넘기려고 했다”는 식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이수지가 패러디로 또 한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쿠팡플레이 ‘에스엔엘’(SNL)에서 ‘육즙수지’, ‘오흔영 박사’ 등 유명인을 모방한 캐릭터로 주목받았다면, 올해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를 통해 일상에서 접할 법한 인물들을 풍자했다. 공구 인플루언서 슈블리맘, 대치동의 고슴도치 엄마 이소담, 용한 점집 무당 백두장군 등이다. 영상들이 연달아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면서 이수지의 패러디가 예술의 경지에 올랐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영상 갈무리

특히 대치동 학부모 캐릭터는 몽클레르 패딩 유행 중단이라는 파급 효과까지 낳았다. 지난 4일 핫이슈지 채널에 올라온 ‘휴먼다큐 자식이 좋다 제이미(Jamie)맘 이소담씨의 별난 하루’라는 제목의 영상은 24일 오후 기준 조회수 664만회를 넘겼다. 이수지는 대치동에서 4살 자녀를 학원에 ‘라이딩’ 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학부모를 연기했다. 영상에서 그는 몽클레르 패딩에 에르메스 목걸이를 착용하고 포르쉐 카이엔 승용차 안에서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을 연기했다. 차림새와 우아한 말투, 영어를 섞어 쓰는 화법까지 대치동 학부모 이미지를 그대로 구현해냈다는 반응이 많다.

이수지가 입은 몽클레르 패딩은 강남 학부모들 사이에선 교복처럼 여겨지는 300만원대의 고가 제품인데, 영상이 인기를 끈 이후 ‘대치맘’의 상징처럼 떠올랐다. 이런 시선이 부담스러워 못 입겠다는 반응이 나오며 논란이 됐다. 실제로 온라인 카페에는 “패러디 이후로 명품 패딩 못 입겠다” “이 시기에 몽클 사지 말까요?”라는 글이 올라오며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는 대치동 등을 중심으로 몽클레르 패딩 중고 매물이 여럿 쏟아지기도 했다.

이수지의 패러디가 화제를 모으는 건 빼어난 묘사 능력 때문만은 아니다. 인간군상에 대한 풍자를 통해 우리 사회를 비틀고 꼬집는 구실도 하기 때문이다. ‘빼빼수가 다 터져서 왔다’는 소비자 항의에 정색하며 “시에스(CS)센터로 문의해달라”는 슈블리맘은 제품이 문제가 되면 은근슬쩍 발을 빼는 공구 인플루언서를 떠올리게 한다. 이소담씨가 ‘과자를 조금 준다’는 4살 아이의 투정을 보고 숫자를 셀 줄 아는 ‘영재적인 모먼트’라고 해석한 뒤 수학 학원에 보내는 장면은 사교육 과열의 중심에 선 학부모 모습을 꼬집은 것이다. 무당 캐릭터 백두장군은 상대의 앞날을 꿰뚫어볼 것 같은 매서운 눈빛을 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계단을 오르면 건강해진다”는 당연한 말만 한다.

유튜브 채널 ‘랄랄’ 영상 갈무리

이수지 외에도 탁월한 묘사 능력과 관찰력을 활용한 패러디로 유튜브 콘텐츠 생태계를 주름잡고 있는 여성 크리에이터들이 주목받고 있다. 유튜버 랄랄은 60대 부녀회장 여성 ‘부캐’ 이명화를 통해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이명화의 은근슬쩍 자식 자랑을 하는 화법과 스마트폰을 서툴게 다루는 모습, 시퍼런 눈썹 문신에 붉은 입술 라인을 보고 할머니나 엄마가 떠올라 정감 간다는 반응이 많다. 랄랄은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11월 이명화 이름으로 ‘진짜배기’라는 트로트 음원을 내기도 했다.

일찍이 시골 미용실 원장이나 목욕탕 세신사,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을 따라한 영상과 에이에스엠알(ASMR)을 접목해 다른 사람 연구에 능한 ‘인류학자’라는 별칭을 얻은 코미디언 강유미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좋아서 하는 채널’에 영화 ‘서브스턴스’ 패러디 영상 ‘유미스턴스’를 올려 큰 호응을 얻었다. 43살 직장인 유미씨가 특별한 뭔가를 섭취하고 33살, 25살로 돌아가지만, 젊어져도 ‘어디서도 신입으로 써주지 않을 나이’ ‘반오십’ 등의 소리를 들으며 나이의 압박은 계속되고, 결국 ‘무’(無)로 돌아간다는 심오한 이야기를 재치 있게 풀어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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