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권력에 취해 자신은 법 위에 군림한다고 착각하는 위정자를 겨누는 정의의 칼이 되는 것입니다…지난 몇 달 동안 국민들은 귀를 의심케 하는 비정상적 사건들을 매일 접하면서, 분노와 수치, 그리고 좌절을 경험했습니다…헌법재판소 여덟 분 현자에게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2017년 2월27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박근혜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에서 국회 탄핵소추위원인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헌재가 민주공화국을 지켜달라” “대한민국을 민주주의의 적들로부터 지켜달라”는 최종의견을 읽어 내려갔다. 박근혜를 대통령직에서 파면시켜 달라는 준엄한 요구였다.

2025년 2월2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이 진행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내내 헌법재판관들을 맹비난하며 헌재 흔들기 선봉에 섰다. “탄핵은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의 근본 원칙을 확인해주는 장치”라고 했던 ‘과거의 권성동’을 철저히 부정하고 있다. 반면 8년 전 권성동은 ‘현재의 권성동’을 무책임하고 반성할 줄 모르는 음모론자로 규정한다.

당시 박근혜 대리인단은 최후 변론에서 △국회 탄핵소추 사유 변경 △대통령 몫 재판관(헌재소장)이 빠진 8인 재판관 체제 △탄핵 인용에 따른 혼란 등을 이유로 대통령을 파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과거의 권성동’은 최종 의견에서 탄핵심판 절차 등이 위법하다는 박근혜 쪽 주장을 일축했다.

“최근 피청구인 측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과정이나 재판부 구성과 관련한 주장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것 또한 전 국민이 지켜보시는 가운데 헌법과 법률, 그리고 적정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심판 과정을 애써 외면하는 것일 뿐이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가적 불행에 대한 한마디 책임도 언급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음모’ 운운한 피청구인의 모습이나, 신성한 법정에서 표출된 일부 지나친 언행으로도 사안의 본질을 가릴 수 없으며, 결코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피청구인은 심판 절차의 막바지에 이른 지금부터라도 역사와 국민 앞에 좀 더 솔직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탄핵 심판에 임해야 할 것이다.”

‘과거의 권성동’은 대통령의 헌법 준수 의무를 저버린 채 국민 위에 군림하려 했던 박근혜를 “준엄한 역사의 심판대”에 올려야 한다고 했다.

“이번 탄핵 심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제1의 공복인 피청구인이, 헌법을 준수하고 대통령의 직책을 성실하게 수행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린 일련의 행위에 대한 것이다…지난 몇 달 동안 국민들은 귀를 의심케 하는 비정상적 사건들을 매일 접하면서, 분노와 수치, 그리고 좌절을 경험하였습니다…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자부심이 모욕을 당한 수치였으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책임질 줄 모르는 모습에 대한 좌절이었다.”

‘현재의 권성동’은 박근혜와 그 대리인단이 했던 8년 전 주장을 판박이처럼 따라 읊고 있다.

23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권 원내대표는 “헌재가 대통령 탄핵 1번 사유인 내란죄를 철회하면서 민주당의 사기 탄핵에 동조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포기했다” “이대로 선고를 내리면 나라가 더 큰 갈등 속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이 열린 2027년 2월2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당시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인 권성동 법사위원장(왼쪽)과 박근혜 대통령 쪽 법률대리인단인 이동흡 변호사가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과거의 자신과 싸우는 것은 권성동 원내대표만이 아니다. 최근 ‘윤석열 방어권 보장’ 의결을 주도한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당시 헌법재판관으로 박근혜 탄핵에 찬성했다. 대법원 유죄 확정에는 박근혜 수사·기소를 주도한 윤 대통령이 있었다.

25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은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쪽의 ‘탄핵 굳히기’ 최종 의견 진술에 이어 윤 대통령 쪽 대리인단의 최종 변론, 윤 대통령 최후 진술 순으로 진행된다. 양쪽에서 여러 명의 대리인이 나서 쟁점별로 의견을 진술하게 된다.

탄핵심판 내내 불출석한 박근혜의 최후 진술은 대리인이었던 헌법재판관 출신 이동흡 변호사가 대독했다. 이 변호사는 현재 윤 대통령 대리인을 맡고 있다. 박근혜는 최후진술에서 △최순실(개명 뒤 최서원) 국정농단 등은 사실이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과 대법원 유죄 확정을 피하지 못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6864 [단독] 명태균 수사 검사 8명 ‘김건희 수사 필요’ 보고서에 서명 new 랭크뉴스 2025.02.24
46863 [단독] 명태균 수사팀 검사 8명 ‘김건희 수사 필요’ 보고서에 연서명 new 랭크뉴스 2025.02.24
46862 尹 최후 진술에 지지층 열광하면 與 곤혹...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은 new 랭크뉴스 2025.02.24
46861 시뻘겋게 물든 하천에 대구 발칵…한달만에 또 폐수 방류 미스터리 new 랭크뉴스 2025.02.24
46860 "광주에 사죄할 겁니다"‥친한계 발칵 "단톡방 나가라" new 랭크뉴스 2025.02.24
46859 野탄핵소추단, 최종변론 D-1 태세 정비…"현명한 판단 믿는다" new 랭크뉴스 2025.02.24
46858 [속보] ‘주주충실의무·전자주총’만 담은 상법개정안, 법사위 소위 통과 new 랭크뉴스 2025.02.24
46857 尹최후진술에 몰린 與 시선…'계엄 배경' '국민혼란 사과' 전망 new 랭크뉴스 2025.02.24
46856 은행에 1억 맡겨도 연 이자 300만 원이 안 된다...뚝뚝 떨어지는 예금금리 new 랭크뉴스 2025.02.24
46855 與, 소상공인에 '100만원 바우처' 지급 추진…"추경에 반영"(종합) new 랭크뉴스 2025.02.24
46854 "직원에 반값 아파트 선물이 목표"…71세 女기업인 놀라운 선행 new 랭크뉴스 2025.02.24
46853 與김상욱 “광주에 송구”…친한계 “단톡방 나가라” new 랭크뉴스 2025.02.24
46852 "나토 가입하면" 젤렌스키의 '물러날' 결심?…700조 재건사업 속도내나 new 랭크뉴스 2025.02.24
46851 이재명 ‘대북송금’ 재판부 전원 변경… 새 재판장 송병훈 부장판사 new 랭크뉴스 2025.02.24
46850 민주당, 명태균 "홍준표 복당 위해 김종인 설득" 주장 녹취록 공개 new 랭크뉴스 2025.02.24
46849 화재 중 현관문 파손 ‘수리비’ 요구 논란…광주광역시 “행정이 책임” new 랭크뉴스 2025.02.24
46848 [단독] “우크라 전쟁 3년, 북한은 지금 이순간도 진화하고 있다” new 랭크뉴스 2025.02.24
46847 헌정사 최초 ‘탄핵 최후진술’하는 윤석열…대국민 사과 나올까? new 랭크뉴스 2025.02.24
46846 與 '소상공인 100만원' 공과금 바우처 추진…野 '전국민 25만원'에 맞불 new 랭크뉴스 2025.02.24
46845 “학원 준비물 챙긴다며 갔는데…” 예비 중학생, 아파트서 추락 사망 new 랭크뉴스 2025.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