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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거래소 출범 및 공매도 재개, 3월 빅 이벤트에도 코스피 떠나는 ‘개인’
[커버스토리 : 3월 주식시장 키워드]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탈출은 지능순”이라고 조롱받던 국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전쟁국보다 못하다’던 코스피가 올 들어 세계 증시 톱5 수익률을 기록하며 반전을 만들고 있다. 일본과 중국은 가볍게 제쳤고 미국 증시보다도 높은 상승률을 보이며 강한 흐름을 유지 중이다. 그러나 안심하긴 이르다. 국내 증시가 ‘바닥을 다졌다’는 의견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여전히 박스피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많다.

투자 심리는 복잡하다. ‘국장은 안 된다’는 개인의 불신이 여전히 강한 가운데 3월에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다. 대체거래소(ATS)가 첫선을 보이고 전면 금지됐던 공매도가 다시 돌아온다.
반등과 변동성의 갈림길, 증시는 어느 쪽으로 움직일까.
3월 코스피 2350~3000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3월 코스피 밴드로 최저 2350~최고 3000을 제시했다.

증권사별 코스피 예상 밴드는 대체로 2500~2800선이다. NH·키움·삼성증권은 최대 2750선을 제시하며 보수적인 접근을 유지했고 메리츠증권은 2810까지 상단을 높여 잡았다. 한화투자증권은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전망치인 3000을 제시하며 강한 상승을 기대했다.

시작은 좋다. 지난 2월 19일 코스피는 7거래일 연속 상승해 약 5개월 만에 2670대로 올라섰다. 장중엔 2% 넘게 뛰어 2680.70을 기록했을 정도다. 연초 이후 수익률도 좋다. G20 국가 중 한국 증시의 수익률 순위는 상위권이다. G20 국가의 주식시장 성과를 MSCI가 발표하는 달러 기준 지수를 활용해 비교한 결과 1월엔 3위, 2월엔 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4위였다. ‘전쟁국보다 낮은 수익률’이란 오명을 썼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미국도 제쳤다. 연초 이후 현재(2월 19일 기준)까지의 S&P500과 나스닥 수익률이 3~4%인 반면 코스피·코스닥 수익률은 11~14%로 두 자릿수를 웃돈다.



이 같은 상승 배경은 가격이다. 한국 주식이 싸도 너무 싸다는 것. 지난해 말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9배로 떨어졌다. PBR이 1보다 낮으면 주가가 회사의 실제 가치보다 싸다는 뜻이다. 이는 과거 경제가 침체 때나 볼 수 있었던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2월 17일에는 0.86배로 조금 오르며 바닥에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은택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환율 하락으로 이어지면 외국인 입장에서 밸류에이션이 더 저렴하게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술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는 구간에 와 있다”고 했다. 기술적 반등은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해 단기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커지는 구간에서 발생한다. 노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과거 2015년 이후 네 번의 사례를 보면 주가가 200주 이동평균선(장기 추세선)보다 10% 하락한 지점에서 평균 13.7% 정도 반등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증시가 연초 강세 흐름을 이어갈지, 주요 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지를 3월의 핵심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 특히 3월에는 정규장 외 거래를 허용하는 대체거래소가 첫선을 보이고 전면 금지됐던 공매도도 재개되면서 시장 변동성을 키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체거래소와 공매도 먼저 3월 4일엔 국내 최초로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한다. 넥스트레이드가 영업을 개시하면 우리나라의 하루 주식거래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12시간으로 늘어난다. 정규 거래 시간에는 넥스트레이드와 한국거래소가 동시에 운영하고 그 앞뒤로는 넥스트레이드가 프리마켓(오전 8시∼8시 50분)과 애프터마켓(오후 3시 30분∼8시)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한국거래소와 수수료 경쟁에도 돌입한다. 대체거래소는 현행 한국거래소의 매매체결 수수료보다 수수료를 20∼40% 인하할 예정이다. 거래 종목은 출범 1~2주 차에는 변동성이 낮은 10개 종목을 시작으로 5주 차에는 800개 종목까지 확대된다. 첫 타자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롯데쇼핑, 제일기획, 코오롱인더스트리, LG유플러스, S-Oil 등 5개와 코스닥시장의 골프존, 동국제약, 에스에프에이, YG엔터테인먼트, 컴투스 등 5개사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한국 증시가 매매할 시간이 부족해서 하락했냐”며 대체거래소 출범에 비판적이다. 금융당국은 대체거래소 출범으로 주식시장의 유동성이 증가하고 투자자의 편익 제고를 이끌 것이란 입장이다.

투자전략 애널리스트들은 출범 초기엔 도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체거래소 도입으로 인한 직접적 투자 전략 변화는 미미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주식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줄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시장 접근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개인투자자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3월 31일에는 공매도가 재개된다. 2023년 11월 전면 금지 조치 이후 약 1년 4개월 만이다. 이 기간 금융당국과 증권사는 공매도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불법 행위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시장의 공정성 훼손 우려로 추방된 공매도이지만 본래 공매도는 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고 비이성적인 주가 상승을 억제하는 순기능이 있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재개가 외국인 수급 확대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김중원 애널리스트는 “다양한 투자 기법을 요구하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공매도 금지 조치는 한국 증시 접근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부정적인 부분이 존재하겠으나 거시적 관점에서 공매도 재개는 국내 증시 선진화에 기여함으로써 모든 투자자에게 직간접적 수혜가 존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와 삼성전자2025년 최대 변수로 꼽힌 ‘트럼프 쇼크’는 아직까진 한국 증시에 큰 타격을 입히지 않았다. 2월 들어 트럼프가 관세 정책을 쏟아냈지만 한국 증시는 이미 관세 악재를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트럼프발 악재의 주가 하방 압력이 억제되고 있다”며 “관세에 대한 주가 저항력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트럼프 정부가 추가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한국 증시의 방향성을 훼손할 정도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트럼프발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관세와 이민 정책 모두 인플레이션 압력을 유발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하 경로에 불확실성을 제공한다”며 상반기 증시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았다.

즉 한국 증시가 단기적으로 관세 충격을 소화했다고 해도 금리 정책 변화와 글로벌 투자 심리에 미칠 영향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그는 “최대 관심사인 상호 관세 결정과 관련해 4월 중 나올 예정인 미국과 상대국들의 무역 정책 및 대응 방안을 다룬 보고서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최종 변수는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의 향방이다. “만약 코스피가 돌아설 수 있다면 삼전이 돌아서야 가능할 것 같다. 삼전 하방이 제한적이라면 한번 해볼 만한 때가 된 것 아닐까.” 윤지호 전 LS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가 지난 2월 10일 SNS에 남긴 글이다. 코스피의 대장주가 곧 삼성전자이기 때문에 삼전의 주가 회복이 곧 코스피의 회복이란 뜻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2월 18일 총 5조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코스피도 바닥을 다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회사는 2월 20일 우선 3조원 규모를 소각하고 5월 중순까지 3조원어치 자사주를 추가로 취득해 임직원 성과급(5000억원 규모) 지급 등 주가 안정과 주주 가치 제고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보유한 자기 주식을 시장에서 완전히 없애는 행위다. 이는 주식 수 감소→주당 가치 상승→주가 하방을 방어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노동길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이 실적보다 나은 성과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개인과 기관, 복잡한 투심그러나 한국 증시의 상승세, 제도적 변화에도 개인투자자가 국장에 돌아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난 한 달간 개인은 하락장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를 적극 매수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인버스보다 레버리지를 매수한 것과 상반된다. 인버스는 주가지수가 하락할 때, 레버리지는 주가지수가 상승할 때 수익을 극대화하는 투자 상품이다.

2월 19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지난 한 달 동안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중 ‘코덱스 200 선물인버스2X’를 2942억원 순매수하며 가장 많이 산 것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상위 종목에는 미국 관련 ETF가 다수 이름을 올렸다. 같은 기간에 ‘코덱스 레버리지’, ‘코덱스 코스닥150레버리지’는 각각 3739억원, 3277억원씩 팔아치웠다. 개인의 순매도 규모 1, 2위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이 향후 국내 증시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면서 미국 증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투자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관과 외국인은 정반대다. 기관의 상위 매수 종목 톱5에는 ‘코덱스 코스닥150레버리지’(3347억원), ‘코덱스 레버리지’(3265억원), ‘코덱스 200’(894억원), ‘코덱스 코스닥150’(304억원) 등이 포함됐다. 외국인은 ‘코덱스 레버리지’를 60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특히 기관 중에서도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 등이 지난해 12월 27일부터 2월 18일까지 총 32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 주식 비중 목표는 14.9%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포트폴리오 내 국내 주식 비중인 11.9%보다 높아 간극을 메우기 위한 국내 증시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나홀로 반대 매매엔 한국 증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3000 시대’를 열었던 2020~2021년 코로나 시대를 제외하면 ‘박스피’ 세월이 근 15년이다. 2007년부터 2024년까지 17년의 코스피 수익률은 39.6%였다. 1년에 2.2%씩 오른 셈이다. 평균 물가상승률(3%대)보다 낮다.

한국 증시에만 투자해 온 30대 개인투자자 안모 씨는 “투자자들이 국장을 떠나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며 “부실 기업 상장, 주주배정 유상증자, 분할 상장 등이 진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올해 코스피의 추세적 상승을 예견하는 증시 전문가들은 이제 구조적 변화가 시작된 만큼 실망하기엔 이르다고 조언한다. 금융당국이 ‘좀비기업’ 퇴출을 위한 강도 높은 제도 개선에 나서고, 기업들이 적극적인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시행하면서 증시 체질이 바뀌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시험할 기회는 3월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찾아올 전망이다. 대체거래소 출범과 공매도 재개 등 굵직한 제도 변화가 예정된 가운데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과 정부의 증시 활성화 대책이 실제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가 관건이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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