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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순금 1돈에 약 60만원
금은방 골드바 품귀 여전
국내 금 가격, ‘김치 프리미엄’도
“미국 금리 인상땐 하락 대비”
23일 서울 종로구 금은방거리에 위치한 한 금은방의 모습.김경민 기자


“금이 3주만에 10만원은 올랐다. 금은 가지고 있으면 가격이 무조건 오르니 사려면 지금 사셔야 해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귀금속 가게. 금반지의 가격을 들은 한 부부는 망설였다. 금은방 점원 A씨가 그 틈을 타 재빨리 말했다. “지금 사야해요.” 서울 종로구의 금은방 거리에는 이날 예물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파는 연인을 비롯해 금을 사들이려는 손님으로 분주했다. 한 금은방 관계자는 기자에게 “투자를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많아 쉽게 구할 수 있는 1돈(3.75g), 2돈짜리 금뭉치는 이미 오전에 다 팔려 3돈짜리만 남아있다”며 “골드바 물량도 이미 소진돼 다음주에야 들어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1년동안 45% 넘게 오른 금

금값이 그야말로 ‘금값’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국제 금 현물과 선물(4월분) 가격은 장중 온스당 2950달러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 21일(현지시간) 금 선물(2월분)은 8주연속 상승해 이 기간 약 12% 올랐고 1년전과 비교하면 약 44%나 폭등했다. 미국 나스닥지수가 지난 1년간 약 22%를 오른 것을 보면, 안전자산인 금이 위험자산인 주식보다도 더 우수한 성과를 보였던 것이다. 명목 금 가격뿐만 아니라, 물가 수준을 고려한 실질 금 가격도 최근 1980년 2차 오일쇼크 당시 기록한 최고가를 경신했다.



국내 금 가격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대표적인 사설 금현물거래소인 한국금거래소에서 지난 20일 금 1돈의 가격(매입가 기준)은 60만3000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60만원을 넘어섰다. 돌반지 하나 선물하려고 해도 60만원은 줘야 하는 셈이다. 1년전만 해도 30만원 중반 수준이었던 1돈짜리 금반지의 가격이 1년만에 25만원 가량 올랐다.

이처럼 ‘골드 러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글로벌한 배경이 깔려 있다. 관세와 지정학적 위협으로 금을 찾는 수요가 세계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금은 통상 불확실성이 고조될때 수요가 커져서 가격이 오르는데 트럼프 정부의 관세안과 안보정책으로 통상·안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큰 손’ 중앙은행이 금을 사들이고 투자자들도 금의 인기에 금을 사들이면서 공급이 부족해진것도 금의 급등세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에선 국제 가격보다 20%포인트 넘게 비싼 ‘김치 프리미엄’마저 붙었다. 수요가 폭등했는데 공급이 그만큼 따라주지 못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투자 수요가 굉장히 많이 늘어난 것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국제 가격과의 괴리율이 심화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금의 인기에 시중 금은방에서의 ‘금 품귀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이날 기자가 금은방을 여러 군데 들렀는데도 골드바를 구할수 없었다. 한 금은방 관계자는 “함량을 맞추기가 힘들어 골드바를 아직 구하긴 어려운 상태”라며 “당분간 시중에서 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더 오를까? 너무 올랐나? 망설이는 금 투자자

한 업체 홈페이지에 게시된 금 인상안 게시물.


금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다보니 금을 사려는 수요자의 반응은 두갈래로 갈린다. 앞으로 더 오르기전에 ‘조금이라도 쌀 때 사거나’ 이미 오를대로 오른 가격이 부담스러워 ‘구매를 보류’하는 것이다. 시중 금은방 외에도 금 악세사리를 취급하는 브랜드 매장들도 잇따라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천모씨(25)는 “금 목걸이를 사고 싶은데 바로 구매하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서 장바구니에만 담아뒀다”며 “홈페이지에 올라온 가격 인상 공지를 보니 지금이 제일 싼 것 아닌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결혼 예물을 구매하기 위해 귀금속거리를 찾은 B씨도 “200만원까지 쓸 생각으로 왔는데 가게를 돌아다녀보니 너무 비싸서 엄두가 안 난다”며 “금 말고 다른 보석으로 사는 게 나을지 고민이 된다”고 했다.

요샌 돌반지도 한돈이 아닌 절반 ‘반돈짜리’로 하는 추세이지만 그마저도 선뜻 선물용으로 구매하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또다른 금은방 관계자 C씨는 “금 반돈(1.875g)짜리 돌반지도 약 30만원 정도로 가격이 올라 직계가족 선물용이 아니면 추천하기 어렵다”며 “친구·조카에게 선물용으로 사주는 단계는 이미 지났고 장난감을 사주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말했다.

금 앞으로도 오를까? ‘신중론’도 제기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 올 연말 금 가격을 온스당 3000달러에서 31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중앙은행의 매수세가 계속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관세안을 포함한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금 가격은 온스당 33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가격이 급등한 만큼 금 투자·구매에 신중을 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국내 금 가격 고평가 논란이 불거진 이후 국제 금 가격과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KRX금시장에서 지난 국내 금은 17일부터 20일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해 10% 넘게 떨어졌다. 역 ‘김치 프리미엄’ 장세가 이어진 셈이다.

이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투자상품으로서의 금을 보고 있다면 국제 선물 시장을 보라는 말도 나온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KRX 금 현물 가격 프리미엄이 해소되기 전까진 금 투자는 금 현물 ETF보다 금 선물 ETF가 유리하다”고 했다.

이날 종로 거리에서 만난 한 금은방 사장도 “1년동안 너무 올라 금은 끽해야 앞으로 1배정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은투자는 아직 기회가 있지만 금은 지금은 팔아야하는 타이밍이지 사러오면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제 금 가격 하락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물가상승 우려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금 가격엔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로이터통신은 22일(현지시간) “높아지는 인플레이션은 연준이 고금리를 유지하도록 해,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자산인 금의 매력이 감소될 수 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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