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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ILI, 대유 지분 5% 내달 7일까지 공개매수
소액주주와 분쟁 중... 최대주주 지위 등 고려했다는 분석

상장폐지가 결정된 코스닥 상장사 조광ILI가 함께 상폐 통보를 받은 자회사 대유 주식에 대해 공개매수를 결정해 주목받고 있다. 상폐 결정이 내려진 회사가 마찬가지로 상폐 결정이 내려진 자회사를 공개매수하는 것은 국내 증시 역사에서 첫 사례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의결권 지분 확보 차원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대유는 상장폐지 위기를 맞고 있지만, 아직 자산을 적잖이 보유하고 있는 데다가 개인투자자들과 경영권을 놓고 분쟁 중이다. 회사는 공개매수 형태로라도 대유 지분을 추가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조광ILI는 대유 주식 130만주를 내달 7일까지 공개매수한다고 이달 14일 발표했다. 30억원 규모로 대유 전체 주식의 5.28%에 해당한다. 가격은 거래정지 직전 종가인 1주당 2300원이다. 조광ILI 측은 “최대주주로서 소액주주에게 거래정지 전 주가로 매도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공개매수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상폐 결정이 내려진 기업은 퇴출을 앞두고 정리매매를 실시한다. 통상 정리매매에서는 가격이 80~90% 추락하기 때문에, 조광ILI 입장에서는 정리매매 때 지분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 일각에서 조광ILI의 움직임에 의아하다는 평가를 내놓는 배경이다. 단순히 ‘소액주주 보호’만을 목적으로 한다기엔 이번 공개매수가 자금 유출 측면에서는 퇴출 직전인 모회사(조광ILI) 소액주주들에게 악재인 점도 모순이다.

조광ILI 공식 사이트. /홈페이지 캡처

母子회사 상폐 원인 제공한 김우동 前 대표… “1세대 기업사냥꾼”
안전밸브 생산 업체 조광ILI는 대유 지분 22.05%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대유는 비료와 농약, 의약외품을 제조·판매한다.

두 기업의 거래정지 원인에는 김우동 전 조광ILI 대표이사가 있다. 김 전 대표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자기자본 없이 조광ILI, 대유, 앤디포스를 포함한 여러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합병(M&A)해 회사 자산을 빼돌리는 등 배임·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로 2023년 4월 구속됐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2월 보석으로 풀려난 후 불구속 상태로 남은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2000년대 초중반 무자본 M&A로 기업사냥에 나서거나 관련 세력에 자금을 댄 ‘1세대 기업사냥꾼’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2010~2011년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쌍방울과 유비컴 주가를 조작할 때 공모했거나 가담한 전력이 있다.

조광ILI는 김 전 대표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냈다며 작년 말 ‘제이스이노베이션파트너스-알펜루트 신기술투자조합 1호’(지분율 19.31%)를 새 최대주주라고 밝혔다. 하지만 거래소는 양측이 아직 여러모로 엮여 있다고 의심한 것으로 보인다. 조광ILI와 대유의 개선계획 등을 종합해 검토한 후 올 초 두 회사에 대해 모두 상폐 결정을 내렸다.

공개매매, 최대주주 지위·의결권 확보 위한 수단일 듯
이번 조광ILI의 공개매수 결정은 현재 대유의 1대주주인 소액주주연대(소주연)와의 의결권 싸움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수단일 수 있다는 점이 거론되고 있다.

대유는 최근 소주연과의 대립이 심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2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진과 감사 선임 안건에 대해 표 대결을 벌였는데, 당시엔 조광ILI 측인 현 경영진이 승리했다. 소주연은 해당 주총 과정에서 위임안 횡령 등 불법행위가 있었다며 지난달 대유에 이사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주총결의 무효확인 소송을 건 상태다. 이날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2차 공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에 따르면 소주연은 지난해 말 22.66%에서 이달 20일 기준 27.23%까지 지분을 늘렸다. 이사 및 감사 선임, 재무제표 승인 등 주총 보통결의 통과를 위해 필요한 최소 지분은 25%이기에 조광ILI 입장에서는 이 두 가지를 고려해 최소 그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공개매수 후 조광ILI는 최대 27.33%의 지분을 얻을 수 있다.

선제적으로 지분을 확보하면 대유는 향후 정리매매 과정에서 소주연과의 지분 경쟁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만약 공개매수가 상장 유지를 위해 거래소를 설득하기 위한 수단이라 하더라도 조광ILI엔 거래재개 전 저렴한 가격에 대유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다. 대유의 작년 3분기 기준 주당 순자산가치(BPS)는 3611원으로, 공개매수 가격인 2300원이면 35%가량 할인된 가격이기 때문이다.

이화그룹주주연대와 주주연대범연합 개인투자자들이 이달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상장폐지 간소화 정책 개선 및 상법개정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주주들은 회사 측이 고의 상폐 추진한다고 의혹 제기
일각에서는 상장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대유의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로 지난달 21일 상폐 결정이 난 후 이틀 뒤인 23일 바로 정리매매가 시작될 예정이었는데, 소주연이 22일 가처분 신청을 해 이를 막을 수 있었다.

당시 거래소는 회사가 아닌 주주들의 가처분 소송이 실효성이 있는지를 회의한 후 같은 날 오후 7시 30분쯤 ‘주주에 의한 상폐 효력정지 가처분 제출’이 확인됐다며 상폐 절차를 보류한다고 공시했다. 대유는 다음 날 오전 7시 30분쯤에야 관련 가처분 신청 공시를 냈다.

대유 측은 “조광ILI와 전날 순차적으로 가처분 신청을 하며 늦어졌다”며 “거래소의 자율공시 대상으로 소주연이 제기한 소송이 공시될 수 있도록 즉시 확인하는 등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소주연은 조광ILI가 소주연의 공시를 확인한 뒤 밤 시간대에 전자공시로 가처분을 냈다고 의혹을 제기한다. 대유가 정리매매에 돌입하면 1~2일 정도 모회사가 필요한 지분을 헐값에 사려고 했을 것이란 얘기다. 이 방안이 막히자 차선책이 공개매매였다는 것인데, 회사 측은 이에 대해 “공개매수 이후 자발적 상장폐지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조광ILI에 있어 대유는 보유가치가 큰 자회사다. 작년 3분기 기준 대유의 유동자산은 406억원, 유·무형 자산과 투자자산을 포함한 비유동자산은 724억원이다. 조광ILI의 보유자산(859억원)보다 많다. 실적도 작년 9월까지 누적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68억원, 50억원을 내며 안정적인 편이다. 대유는 작년 10월 이사회를 열고 비영업용 자산 매각 안건을 검토하기도 했다.

대유는 이달 17일 입장문을 내고 자사의 상장 유지 노력을 강조했다. 대유 측은 “당사는 영업이익 흑자전환, 내부회계를 비롯한 회계 감사에서의 적정 의견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고, 향후 상장 유지를 위해서 여러 법적 절차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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