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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교 광운대 교수 인터뷰
“다민족사회 가는 韓에 큰 위협”
김희교 광운대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가 23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 연구실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윤웅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제기된 ‘부정선거론’을 타고 확산하는 ‘중국 혐오’가 인종주의와 결합해 폭력성을 띠는 위험한 단계에 진입했다는 경고가 나왔다. 위험 수위에 다다른 ‘혐중’ 정서를 통제하지 못할 경우 이미 다민족사회로 변모하는 한국에 중대한 불안요소가 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김희교 광운대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는 23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막연하게 중국이 싫다는 반중 정서 단계, 중국이 하는 건 뭐든 다 싫다는 이데올로기화된 혐중 정서 단계를 지났다”며 “한국의 혐중은 반중 감정을 폭력으로 드러내는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그는 2022년 한국 사회에서 혐중 정서가 강화된 이유를 분석한 책 ‘짱깨주의의 탄생’으로 주목받았다.

김 교수는 최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중국인이 모여사는 지역을 찾아가 언어폭력을 행사하고 탄핵반대 집회에서도 공공연하게 중국 혐오를 드러내는 모습에 ‘인종주의’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혐중의 바탕이 되는 인종주의는 다른 국적의 사람을 2등, 3등으로 매기고 인간 이하로 분류하는 것”이라며 “한국은 반중이 아니라 혐중 그것도 군사주의적 사고가 섞여서 (중국인을) 없애야 한다는 식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인종주의와 결합한 차별과 배제의 행태를 ‘반지성주의’로 규정했다. 이를 방치할 경우 다민족사회로 가는 한국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동남아 출신 노동자나 조선족 동포에게 저임금을 주고 차별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데, 한국은 이미 초저출산사회여서 다민족사회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그들이 없으면 농촌도, 제조업도, 서비스업도 돌아가기 힘들다. 그런데 차별과 혐오가 커지면 결국 폭력, 갈등, 범죄가 난무하는 ‘불안 사회’로 간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2030세대가 윤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의 핵심 세력으로 등장한 것에 대해 유튜브 등 뉴미디어 영향으로 이성적 사고를 키울 수 있는 기반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이 교수보다 똑똑하다’며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배우고 싶어하지 않아도 가르쳐야 할 것들이 있지만 대학이 그 역할을 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혐오할 권리’가 자유라고 주장하는 일부 청년들을 향해 “상대를 혐오하는 건 자유가 아니라 폭력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몇 년 전까지 온라인 공간 위주로 잠복했던 ‘중국 혐오’는 12·3 비상계엄을 계기로 폭발하는 양상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맹신하는 부정선거론과 결합하면서 중국 개입설, 한국 장악설 등의 음모론으로 발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상계엄 당시 선거연수원에서 중국인 간첩단 99명이 체포돼 주일미군기지로 압송됐다는 ‘가짜뉴스’다. 최근에는 국내 거주하는 화교를 비롯한 중국인에 대한 고정관념도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국내와 현지를 가리지 않고 한국의 ‘혐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교수는 “제가 1993년에 중국 유학을 갔을 때만 해도 조선족 열에 아홉은 스스로 한국인이라고 생각했다”며 “이제는 그 정반대로 조선족 대부분 스스로를 중국인이라고 말한다. 한국 사회에서 한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촌이나 요양시설 등에서는 조선족이 없으면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국말이 가능한 저임금 노동력이 필요해서 온 이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이중성이 고착되면 언젠가는 폭력이나 사회 갈등으로 폭발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폭력도 불사하는 ‘혐중’으로 상황이 악화된 것은 이념적·정치적 동원과 무관치 않다고 봤다. 그는 “북한 카드가 예전처럼 안 먹히는 상황에서 중국 때리기를 유튜브나 여러 매체에서 ‘중국이 세계를 장악한다, 민주당은 친중이다’ 같은 식으로 공포와 멸시를 동시에 조장해 왔다”며 “윤 대통령까지 탄핵 위기에 몰리자 보수가 궤멸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권과 미디어에서 혐오와 폭력을 자제할 수 있는 메시지 전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라면 차별·폭력·혐오를 법적으로 규제하고 처벌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중국=위협’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퍼지면 경제적·외교적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우리”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인종주의·군사주의적 사고는 민주주의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사람들이 투표나 대화로 해결하지 않고, ‘내가 맞으니까 부숴버리고 때려버리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도심에서 폭력 시위가 일상화되고, 헌법기관도 공격하고, 길 가는 외국인도 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혐오가 만연한 국가가 어떻게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겠느냐”며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대책을 세우고, ‘반인종주의’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 말로만 ‘그건 나쁘다’고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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