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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베이징 자율주행시범구 차량 타 봤더니]
보행자 뒤엉킨 횡단보도 미끄러지듯 빠져나가
딥시크, 비야디와 손잡고 자율주행 시장 진출
테슬라 제치고 '저가·고성능' 자율주행차 시대
휴대폰·포털·공안·기상청까지 파고든 딥시크

편집자주

딥시크는 중국 인공지능(AI) 굴기의 신호탄일 뿐입니다. 중국이 과감한 투자와 인재 확보로 다져진 AI 기술을 세계 무대에 본격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일보는 ‘깊고 넓게’ 뻗어가는 중국 AI 기술의 진면목을 뜯어봤습니다.
운전석이 비어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택시가 21일 중국 베이징 이좡 지역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베이징=조영빈 특파원


중국 베이징 남쪽 외곽의 이좡 경제기술개발구 시내.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택시가 시범 운영되고 있는 지역이다. 2021년 이곳에서 자율주행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베이징시는 지난해 10월 서울 면적(약 605㎢)의 5배가량인 약 3,000㎢에 달하는 구역을 '자율주행시범구'로 확대했다. 무인 차량 누적 운행 거리는 1,700만㎞이며, 최소 150만 명이 자율주행 서비스를 이용했다. 중국 AI 역량을 직접 체험하기에 적절한 곳인 셈이다. 마침 중국 주요 전기차 제조사들은 최근 저가형 AI 모델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딥시크'와의 협업을 예고하기도 했다.

뒤엉킨 횡당보도, 익숙한 듯 빠져나가

21일 중국 베이징 이좡 지역에서 탑승한 자율주행 택시 뒷좌석에 설치된 안내 스크린에 '운행 시작' 버튼이 표시돼 있다. 안전벨트 착용 뒤 이 버튼을 누르면 택시가 스스로 운전을 시작한다. 베이징=조영빈 특파원


이날 정오쯤 시내 한편에 위치한 차이나텔레콤 이좡 지점 앞에서 자율주행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앱)을 열고 택시를 호출했다. 약 3분 뒤 도착한 택시 안 운전석은 정말로 텅 비어 있었다. 무인 차량이라는 걸 알고 호출했지만, 막상 타려니 미심쩍은 기분을 떨치긴 어려웠다.

'중국 AI에 잠시 목숨을 맡긴다'는 마음으로 차량에 올랐다. 뒷좌석의 스크린 속 '운행 시작' 버튼을 누르자, 핸들이 저절로 움직이며 서서히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운전의 생명 격인 '반응 속도'는 인간 운전자와 다르지 않았다. 앞차가 정지하자 시간차를 거의 느끼지 못할 만큼 스스로 속도를 줄였고, 좌회전을 앞두고는 미리미리 차선을 변경하며 최적 경로를 찾아냈다. '반응 시간'을 벌기 위해 서행할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주변 차량이 많을 땐 시속 30~40㎞로 주행하더니, 앞 차선이 비었을 땐 냉큼 60㎞까지 속도를 올려 달렸다.

압권은 '횡단보도 주행' 때였다. 택시가 횡단보도를 지나는 순간, '보행자 빨간불 신호'에도 뒤늦게 달려와 무단횡단을 하려던 사람 5명과 차량들이 순식간에 뒤엉켰다. 그러나 이런 도로 사정에 익숙한 듯 무인 택시는 핸들을 이리저리 돌려 보행자와 주변 차량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미끄러지듯 횡단보도를 통과했다. 차량 동체에 '무인화식 택시'라고 쓰여 있는 탓에 AI 택시임을 알고 있는 보행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보는 듯했다. 놀란 사람은 중국의 AI 역량에 압도된 기자 한 명뿐이었다.

21일 중국 베이징 이좡 지역에서 운행 중인 AI 기반 자율주행 택시가 좌회전을 하는 순간의 차량 내부 모습. 핸들이 왼쪽으로 돌려지고 있다. 베이징=조영빈 특파원


이 같은 AI 택시는 이좡 지역에서만 약 900대가 운행되고 있다. 승객 운송뿐 아니라, 배달·야외 음식 판매에도 자율주행 차량이 투입된다. 'AI 순검(순찰 및 모니터링) 차량'도 24시간 운행되고 있다. 거리 곳곳을 누비며 화재, 범죄, 교통사고 여부를 관찰한다. 위급할 경우, 시민이 순검 차량에 설치된 버튼을 눌러 공안을 부를 수도 있다.

자율주행은 중국이 특히 공을 들여 온 첨단 기술이다. 중국은 2017년 '차세대 인공지능발전규획'을 발표하며 AI를 국책 과제로 확정했다. 2030년까지 AI 응용 분야에서 세계 선두에 오른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AI 기술력을 가장 빨리 상용화할 수 있는 분야로 '자율주행'을 지정해 집중 육성해 왔다.

인공지능(AI) 기반으로 만들어진 무인 순검차가 중국 베이징 이좡 지역 시내를 순찰하고 있다. 베이징=조영빈 특파원


자율주행 서비스는 이좡 지역 주민들만 누리는 특혜도 아니다. 상하이, 충칭, 선전, 우한 등 10여 개 도시에서 AI 택시 등 자율주행 차량이 승객을 태우고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자율주행 전진기지로 불리는 우한의 자율주행 택시는 1,500대에 이른다. 말이 시범 운행이지, 지난해 전면 유료화되며 사실상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중국 자동차기술자협회(china SAE)는 5년 후 중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5대 중 1대가 AI 무인차량일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2030년 중국 내 자율주행 서비스 매출은 5,0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세계 최대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상황은 너무나 대조적이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심야에 시범 운행되는 자율주행 택시 수는 고작 7대. 걸음마 수준이다. AI 차량을 이용해 △약속 장소에 나가고 △물건을 배달시키며 △햄버거 등을 사 먹는 풍경은 한국인에게는 미래의 이야기인 반면, 중국인에겐 '일상'인 셈이다.

"딥시크 없이는 중국서 밀려날 것"

중국 최대 전기차 생산 기업 '비야디(BYD)'가 최근 향후 생산할 모든 차량에 딥시크의 인공지능(AI) 모델을 탑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딥시크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은 또 한 번의 전기를 맞고 있다. 저가형 AI 모델로 미국을 단숨에 따라잡은 딥시크의 자율주행 분야 진출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이자 미국 테슬라의 가장 강력한 경쟁사이기도 한 비야디(BYD)의 왕촨푸 회장은 지난 10일 중국 선전 본사에서 전략 발표회를 열고 "딥시크와 협업해 개발할 소프트웨어를 향후 BYD의 모든 생산 차종에 탑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딥시크의 거대언어모델(LLM)인 '딥시크 R1'을 비야디의 기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에 적용해 음성 인식, 이미지 처리, 사고 예방 능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겠다는 얘기였다. 왕 회장은 "자율주행은 안전벨트나 에어백처럼 차량에 당연히 필요한 기술이 될 것"이라며 AI 기술 분야에서 최고 수준에 오른 딥시크와 손잡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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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다른 전기차 제조업체는 자율주행 기능을 15만 위안(약 2,900만 원) 이상 차량에만 탑재하고 있다. 또 자율주행 기능 활성화에는 별도 추가 비용도 요구한다. 미국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도 월 99달러(약 14만 원)의 이용료를 받는다. 이에 반해 비야디는 모든 차종에 딥시크 AI 모델을 무료 제공하기로 했다. 현재 7만 위안(약 1,400만 원) 정도에 팔리는 소형 전기차에 딥시크 모델이 탑재될 경우, 세계 최초로 '1,000만 원대 자율주행 차량'이 탄생하는 셈이다. '저비용·고효율 AI 시대'를 연 딥시크가 이제는 '저가·고성능 자율주행' 시대까지 열어젖히는 것이다.

지난 1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국제모터쇼 행사장에 중국 비야디(BYD)의 전기차가 전시돼 있다. 자카르타=AP 연합뉴스


이와 달리 자율주행 분야의 '원조 강자' 미국의 테슬라는 중국 규제 당국으로부터 완전자율주행(FSD) 기술 사용 승인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말 출범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對)중국 고율 관세 부과 등 압박을 강화하자, 중국 정부가 차후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 '테슬라 규제 해제' 카드를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이 규제 문턱에 걸려 있는 동안, 딥시크가 중국 자율주행 기술의 '뉴 노멀'로 등극할 공산이 커진 셈이다.

실제로 BYD뿐 아니라 지리자동차, 둥펑자동차, 장성자동차, 상하이자동차 등 중국의 다른 완성차 업체 10여 곳도 잇따라 '딥시크 활용' 계획을 내놓고 있다. 중국 전기차 정보업체 씨엔이브이포스트(CnEVPost)의 페이트 장 대표는 "딥시크가 없는 차량은 이제 중국 시장에서 밀려날 것"이라고까지 내다봤다.

범죄 수사·날씨 예보도 '딥시크' 시대

지난 6일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의 한 오피스 빌딩 1층 안내판에 '딥시크(DEEPSEEK) AI'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항저우 본사와 함께 딥시크가 운영 중인 2개 법인 중 하나인 이곳은 베이징 지역의 AI 인재 영입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베이징=조영빈 특파원


딥시크는 중국 산업 전반에도 급속한 속도로 녹아들고 있다. 화웨이, 아너 등 중국 휴대폰 제조업체는 이미 딥시크 모델 탑재를 결정했다. 중국판 카카오톡 '웨이신(위챗)'도 검색 기능에 딥시크 모델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심지어 자체 AI 모델을 개발 중이던 중국 최대 검색 포털 바이두마저 결국 백기를 들고 딥시크 모델을 도입했다. 중국 3대 통신사(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도 딥시크 모델 도입 의향을 밝혔다.

공공 분야도 마찬가지다. 베이징 펑타이구는 최근 정부 클라우드에 딥시크 AI 모델을 적용했다. 주로 문서 작성이나 구민 민원 대응 업무 등에 활용된다. 광둥성 선전시도 데이터관리국의 모든 컴퓨터에 딥시크를 도입했다. 선전시는 "닷새 걸리던 문서 작업이 딥시크 적용 이후 몇 분으로 줄었다"고 소개했다. 쓰촨성 공안국 또한 딥시크 모델을 업무에 들였다. 공안의 단속 활동과 범죄 수사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있다. 중국 기상청은 지난 14일 딥시크의 대형 언어모델을 기상 예보 서비스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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