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IA 블랙요원 출신이라며 잇단 기행
애국당 “신학과 출신 중소기업 직원”
극단주장 방치한 제도권 정치 책임론
지난 10일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하고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을 점거한 안병희씨의 모습. 연합뉴스

자신이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에서 근무한 블랙요원이자 미군 예비역이라고 주장하며 마블 영화 캐릭터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하고 최근 중국 대사관과 경찰서 난입을 시도한 안병희(42)씨가 구속됐다. 12·3 내란사태 이후 제도권 정치조차 극단적 주장을 제어하지 않으면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김용중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도망 염려가 있다”며 건조물침입 미수와 공용물건 손상 혐의로 안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안씨는 지난 14일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한 채 중국대사관 난입을 시도한 데 이어, 20일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자신을 ‘빨리 수사해달라’며 서울 남대문경찰서 출입문을 부수고 들어가려 한 혐의를 받는다.

안씨는 최근 윤 대통령 지지자 집회 등에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하고 나타나 지속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윤 대통령 방어권 보장 안건을 상정·의결했던 지난 10일에는 서울 중구 인권위 건물에 나타나 엘리베이터를 점거하고 취재진의 출입을 막아섰다. 최근에는 허위 사실을 담았다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된 스카이데일리의 ‘선거연수원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 보도의 취재원임이 드러나기도 했다.

안씨가 지지자들에게 처음 얼굴을 알린 건 올해 초 서울 용산구 윤 대통령 관저 앞 지지자 집회였다. 지난 1월23일 평상복 차림에 캡틴 아메리카 방패를 들고 관저 앞 집회 무대에 오른 안씨는 자신을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이라고 밝히며 “일베 파이팅”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후 자신을 “미군 예비역”,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블랙요원”이라고 소개하며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주최한 외신 기자회견, 광주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 등에 나타났다.

앞서 안씨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대한애국당 소속으로 서울 강남구 구의원으로 출마했다. 23일 확인한 당시 선거공보물을 보면, 육군병장 만기제대를 했다는 병역사항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 구출’, ‘문재인식 사회주의 개헌 반대’, ‘민주노총, 전교조 해체’, ‘동성애·동성애법 반대’ 등의 공약이 담겼다. 조원진 전 의원이 창당했던 대한애국당은 2018년 보도자료에서 “안 후보는 신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제는 안씨의 ‘기행’이 개인의 일탈 행위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한중국대사관은 안씨의 난입 시도 이후 유감을 표명했고, 안씨가 정보의 진원지로 밝혀진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 보도’는 윤 대통령 대리인단까지 인용하며 탄핵 재판 과정에서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쓰였다. 안씨의 기행과 일탈이 여론을 왜곡하는 데까지 이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내란 사태 이후 극단적 주장에 제동을 걸지 않는 제도권의 행태가 초래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책 결정자인 대통령마저 유튜브 ‘카더라 영상’에 현혹되는 상황에서, 아무리 가짜뉴스를 퍼뜨려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안씨 같은 사람이 나타난 것”이라며 “증거와 근거가 없는 말을 해도 언론에 보도되고 지지자들 사이에서 주목 받고 윤 대통령 쪽 변호인까지 탄핵심판에서 기사를 언급하는 걸 보며 (안씨는) 아마 우쭐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혼자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것처럼 아무 말을 하고 기행을 저지르는데 제도권에서 그를 받아주며 사회적 해악까지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6697 尹 탄핵, “인용돼야” 52.0% VS “기각돼야” 45.1% 랭크뉴스 2025.02.24
46696 권성동 "총각 사칭 이어 보수 사칭"…이재명 "왜 욕하냐, 정신 차려라" 랭크뉴스 2025.02.24
46695 권영세 "이재명, 베끼려면 제대로 베껴야‥경제 무지·철학 빈곤" 랭크뉴스 2025.02.24
46694 독일, 3년 만에 보수정권 눈앞…극우 역대 최고 득표율 랭크뉴스 2025.02.24
46693 국민의힘, 이재명에···“모든 현안 끝장토론하자” 랭크뉴스 2025.02.24
46692 오세훈 “저소득층 아이, 고소득층 자제”…몸에 밴 차별 의식 랭크뉴스 2025.02.24
46691 이재명 "상속세 내려고 집 팔아야‥상속세 공제 금액 올려야" 랭크뉴스 2025.02.24
46690 김상욱 “국힘은 병들었다…김문수 같은 사람만 대접받아” [영상] 랭크뉴스 2025.02.24
46689 권성동 “이재명과 끝장토론 수락…‘극우내란당’ 얘기 안 하면” 랭크뉴스 2025.02.24
46688 이준석, 이재명 '중도 보수' 행보에 "1차로에서 우측 깜빡이" 랭크뉴스 2025.02.24
46687 “상법개정안은 국민과 기업 모두에게 피해” 경제계 호소 랭크뉴스 2025.02.24
46686 부모까지 찾아가 욕설·협박해도... 채무자대리인, 너무 멀리 있었다 랭크뉴스 2025.02.24
46685 출산 직전 美출국해 이중국적 취득…22년뒤 이 자녀에 생긴 일 랭크뉴스 2025.02.24
46684 이재명 “국힘, ‘극우의힘’ 됐나…정책토론해야지 왜 욕을” 랭크뉴스 2025.02.24
46683 이재명 “국힘, 나를 ‘사기꾼’이라 욕해···합리적 토론 원한다” 랭크뉴스 2025.02.24
46682 한국 기업에 투자 압박‥"최소 10억 달러씩 투자" 랭크뉴스 2025.02.24
46681 산림청, 전국 대부분 지역 산불위기경보 ‘주의’로 상향 랭크뉴스 2025.02.24
46680 “오요안나 1년간 무단결근·지각 9번”…근태보고서 유출 랭크뉴스 2025.02.24
46679 [팩트체크] 한국 군사력 정말 세계 5위일까? 랭크뉴스 2025.02.24
46678 트럼프 '불법 입국자=코로나 전염병' 추방정책 부활 준비 랭크뉴스 2025.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