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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지스강 등 분변 박테리아 수치 '위험 수준'
위장 감염, 피부 발진, 장티푸스 확산 가능성
보건 위협에도 정치·종교적 신념 앞세우기만
인도의 힌두교인들에게 '신성한 지역'으로 꼽히는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프라야그라지에서 21일 인도인들이 강물로 세안을 하며 종교 의식을 치르고 있다. 프라야그라지=AP 연합뉴스


수억 명이 목욕 의식을 행하는 인도 갠지스강 수질 오염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인도 정부 보고서가 나오자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분변성 대장균 박테리아 다량 검출로 수인성 질병 확산 위험이 큰데도,
‘신성한 강’이 더럽혀진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현지인들은 ‘마셔도 될 만큼 깨끗하다’는 주장
만 내놓는다.

23일 인도 타임스오브인디아와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인도 환경산림기후변화부 산하 중앙오염관리위원회(CPCB)는 지난 20일 갠지스강 등 주요 강 수질이 정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세계 최대 종교 행사로 꼽히는 힌두 축제 ‘쿰브 멜라’ 기간(지난달 13일~이달 26일)의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州) 프라야그라지 지역 수질을 조사한 결과다.

오염 수준은 치명적이었다. 목욕 의식이 행해진 갠지스강 샤스트리 다리 근처에선
분변성 대장균 수치가 100㎖당 1만1,000MPN까지 치솟았다. 다소 떨어진 상감 지역에서도 7,900MPN
까지 올랐다.
안전 기준(100㎖당 최대 2,500MPN)을 3, 4배나 뛰어넘는 수치
다.

세계 최대 규모 축제로 꼽히는 인도 쿰브 멜라 행사 시작을 하루 앞둔 지난 12일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프라야그라지 갠지스강 위로 헬기가 뿌린 꽃잎이 흩날리고 있다. 프라야그라지=AP 연합뉴스


분변성 대장균은 인간과 동물의 장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박테리아다. 하지만 물에서 검출되면 배설물에서 유래한 바이러스, 기생충과 온갖 질병을 유발하는 박테리아 등 유해 병원체가 존재한다는 경고 신호로 여겨진다.

프라야그라지는 힌두교가 신성시하는 갠지스강과 자무나강, 사라스바티강이 만나는 곳이다. 인도인들은 이 강에 몸을 담그면 죄를 씻고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난다고 믿는다. 특히
강 3개의 합류 지점에서 하는 ‘성스러운 목욕’은 축제의 핵심 의식
이다.

올해 쿰브 멜라 축제 기간엔 5억7,000명이 몸을 씻은 것으로 집계됐다. 단기간에 많은 사람이 목욕을 한 탓에 강 3개가 사실상 ‘대변 함유 강물’이 된 셈이다. CPCB는
“모든 모니터링 지점에서 수차례 강물 수질이 분변성 대장균 기준치를 초과해 목욕에는 부적합한 상태였다”고 평가
했다.

세계 최대 규모 축제로 꼽히는 인도 쿰브 멜라 행사가 열리고 있는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프라야그라지에서 22일 인도 힌두교도들이 종교 의식을 치르고 있다. 프라야그라지=AP 연합뉴스


질병 확산 우려도 나왔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보건 전문가를 인용해
“오염된 강물에 노출되면 위장 감염과 피부 발진, 장티푸스, A형 감염, 호흡기 감염 등 질병에 걸릴 수 있다
”며 “순례자 건강 악화는 물론, 강물을 식수와 조리용수로 사용하는 지역 주민들의 일상도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처리 오염수가 인근 강으로 퍼져나가면 더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문제는 반발이다. 신성한 ‘생명의 강’을 모독했다는 게 그 이유다. 요기 아디티아나트 우타르프라데시 주지사는 “주정부가 물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라며 “갠지스강, 자무나강, 사라스바티 강물은 목욕은 물론 음용에도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힌두교 축제를 모욕하려 거짓 결과를 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보건 문제보다는
정치·종교적 신념만 앞세운 셈
이다.

몇몇 전문가들마저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인도 정부에서 문화훈장 ‘파드마 슈리’를 받았던 저명 과학자 아드마 쿤마르 손카르 박사는 자체 실험을 근거로 “갠지스 강물은 모든 면에서 뛰어난 자체 정화 능력을 유지한다는 점이 입증됐다”며
“마시는 알칼리수만큼 깨끗하다. 5억7,000명 중 한 명도 병에 걸리지 않은 점이 이를 입증한다”고 강변
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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