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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교육청 지난해 전국 첫 도입 517억 지급
‘교육 균형’ 목표했지만 농어촌 지역 사용불편
가맹점에 숙박업소·화원·골프연습장·당구장

11일 전남의 한 초등학교 교문 앞에 ‘학생교육수당’ 신청을 안내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강현석 기자.


전남도교육청이 전국 최초 도입한 ‘초등학생 교육수당’의 30%가 사교육 시장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숙박업소·당구장·골프연습장 등 수당의 취지와 맞지않는 부적절한 용처들도 포함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경향신문이 정철 전남도의원을 통해 입수한 전남교육청의 ‘학생교육수당 성과분석 및 발전방안’ 자료를 보면 지난해 3~9월간 지급된 학생수당 중 가장 많이 지출된 곳은 ‘예체능계 학원’(32.6%)이었다.

전남교육청은 지난해 “교육 환경이 열악한 인구감소지역 학생을 지원하겠다”며 관내 모든 초등학생들에게 기본소득 개념의 학생수당을 지급했다. 작년 총 지원금액은 517억원이다. 인구감소지역인 16개 군 지역 학생에게는 매월 10만원, 그 외 5개 시와 무안군에는 월 5만원을 지급했다. 올해부터는 지역에 관계없이 월 10만원씩이 지급된다.

전남교육청은 지급된 수당이 사교육 경쟁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자 ‘국·영·수’ 학원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럼에도 지급 수당 총액의 30%가 넘는 돈이 피아노나 태권도, 미술 등 사교육 시장으로 들어갔다.

수당의 다른 용처들도 도입 취지와 다소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지출내역을 보면 스포츠용품점(12.5%), 서점(12.2%), 문방구점(8.4%), 아동복판매장(7.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학생수당 사용률이 높은 곳은 주로 도시 지역이었다. 전남교육청은 “순천·목포·여수·광양·나주시 순으로 사용액이 많았고 신안·곡성·함평군 순으로 적었다”고 밝혔다. 각 시·군별 사용률은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수당이 주로 학원, 스포츠용품점 등 ‘인프라’가 있는 곳에 쓰인 결과다. 이런 시설들은 도시에는 많지만 농어촌에는 적다. 목포시에는 예체능학원이 205개, 서점이 28개 있지만 신안군에는 예체능학원 5곳, 서점은 2곳뿐이다. 목포는 예체능학원이 학생 61명당 1곳이지만 신안은 141명당 1곳 꼴이다.

지난해 기준 초등학생 752명이 있는 함평에도 예체능학원은 9곳, 서점과 문방구는 각각 1곳뿐이다. 도시에는 수영장, 공연장, 전시장, 독서실, 완구점 등도 많지만 농어촌 지역에는 이런 시설이 없는 곳도 많다.

수당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은 관내 1만여 곳이 넘게 등록돼있다. 이들 가맹점 중에는 초등학생들이 교육적 취지로 이용하기에 부적절한 숙박업소와 골프연습장 등도 대거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향신문이 가맹점 1만1934곳을 분석한 결과 숙박업소가 1768곳(14.8%)으로 가장 많았다. 예체능학원 등이 1657곳(13.8%)으로 뒤를 이었다. 화원(꽃집)도 1279곳(10.7%)이나 됐다.

가맹점으로 등록된 골프연습장도 320곳이나 됐고, 당구장 463곳에서도 학생수당을 쓸 수 있도록 돼있다. 여행사 236곳과 사무용기기 판매점 86곳. 교복업체 5곳도 가맹점에 이름을 올렸다. 스포츠용품점으로 등록된 가맹점은 581곳이었지만, 상당수는 아웃도어 의류를 파는 가게들이었다.

정철 전남도의원은 “학생수당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교육환경에 있는 농어촌 아이들에게 더 큰 도움이 돼야 한다”면서 “교육청이 세밀한 분석을 통해 지역별 특성에 맞는 가맹점 확대 등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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