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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셰이퍼 SNS 갈무리

“우리 대통령(도널드 트럼프)이, 뭐랄까, 말이 참 많잖아요. 그래서 저는 ‘내가 직접 보기 전엔 믿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오늘 드디어 (직접) 봤어요.”

미국의 유명 배우 헌터 셰이퍼(27)는 지난 21일(현지 시각) 에스엔에스(SNS)에 게시한 길이 8분 34초짜리 영상에서 자신의 여권을 펼쳐 보였다. 셰이퍼는 태어날 때 성별을 남성으로 지정받았지만 14~15살 때 여성으로 전환한 트랜스여성이다. 하지만 셰이퍼가 영상에서 공개한 여권의 성별란에는 남성을 뜻하는 영문자 ‘엠(M)’이 찍혀 있었다. 그의 이전 여권 성별란엔 여성을 뜻하는 영문자 ‘에프(F)’가 표시돼 있었다고 했다.

셰이퍼는 최근 해외에 머무는 동안 여권을 분실했고, 새로 여권을 신청할 때 이전처럼 ‘여성’으로 기재했다. 결과는 전과 달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다양성 정책 폐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첫날 단 두 개의 성별(남녀)만 인정하며 여권을 포함한 모든 공식 문서 성별란에 출생 때 기록된 성별만 기재해야 한다는 행정 명령을 내렸다. 셰이퍼는 영상에서 자신이 운전면허증, 여권 외에 출생증명서의 성별을 수정하진 않았다고 했다.

셰이퍼는 자신이 여권을 공개하며 영상을 게시하는 이유에 대해 “(타인의) 불안·공포심을 조장하거나 과장하거나 위로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현실이 어떤지 알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겪은 일이 “현재 우리나라 행정의 직접적 결과”라는 점을 짚으며, “이게(그 정책이)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나 제 트랜스젠더 정체성에 대해서 뭔가를 실제로 바꾸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제 삶을 좀 더 어렵게 만듭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곧 새 여권을 이용해 여행을 가야 한다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훨씬 자주 국경 관리 직원들에게 저 자신을 드러내야 할 일이 생길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셰이퍼는 이런 말로 영상을 마무리했다. “트랜스젠더들은 아름다운 존재예요. 우리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저는 평생 트랜스젠더로 살아갈 거고요. 글자 하나, 여권 하나가 그 사실을 바꿀 순 없습니다.”

모델로 활동하다 미국 에이치비오(HBO)의 인기 시리즈 ‘유포리아’에 출연하며 배우로 이름을 널리 알린 셰이퍼는, 2021년 미국 ‘타임’이 선정한 ‘차세대 유망주 100인(TIME 100 Next)’에 뽑히기도 했다. 모델로 활동하던 십 대 때부터 트랜스젠더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셰이퍼는 2016년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공립학교와 공공시설 내 화장실을 사용할 때 출생증명서상 성별을 따르도록 규정하는 일명 ‘화장실법’이 통과되자 이에 반발하는 소송에 원고로 참여했다. 트랜스젠더들의 화장실 선택권을 막은 이 법안은 2019년 결국 폐기됐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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