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부소방
119구조대가 화재 현장에 출동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화재가 난 빌라에서 인명 수색을 하기 위해 소방관이 강제로 현관문을 개방했다가 파손되자, 세대주들이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소방관의 실수가 아니라 적법한 조처에 따른 손괴는 행정배상 책임보험으로 배상할 수 없어 소방서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23일 광주 북부소방서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1월11일 새벽 2시52분께 광주시 북구 신안동 4층짜리 빌라 2층 세대에서 불이 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은 화재 진화 작업을 하면서 인명 구조에 나섰다. 당시 불이 시작된 세대의 현관문이 열리면서 건물 내부는 시커먼 연기로 가득 찼다.
소방관들은 2층과 3층 각 세대 문을 두드리면서 안에 있던 입주민 5명을 밖으로 대피시켰다. 연기를 피해 옥상으로 올라간 입주민 2명을 구조했고, 1층에 있던 2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소방관들은 새벽 시간대에 잠이 들어 빠져나오지 못하거나 연기를 들이마신 다른 입주민이 있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문이 닫혀 응답이 없는 2~4층 6가구의 현관문을 강제로 개방했고, 이 과정에서 잠금장치(도어락)와 현관문이 파손됐다. 현관문 수리 비용은 한 가구당 130만원, 6가구 총 800여만원 상당의 배상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당시 현장 출동 소방관은 “화재로 연기가 자욱해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을 빨리 수색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추가 사상자는 없었지만 문 개방 과정에서 현관문이 파손됐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소방관들이 화재 진화 과정에서 재산상 손실이 발생할 경우 불이 난 주택의 집 주인이 가입한 화재보험에서 배상한다. 하지만 불이 시작된 가구 집 주인 ㄱ(30대)씨만 숨져 소방관이 인명구조 차원에서 다른 세대 현관문을 파손한 것은 보험 배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빌라 세대주들은 북부소방서에 손해배상을 요구해 북부소방서가 배상 책임을 떠안을 처지가 됐다. 소방서가 가입한 행정배상 책임보험은 소방관들이 화재나 구조 과정에서 실수로 손실이 발생했을 때만 보험처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화재 당시 소방관들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인명 수색을 하다 재물이 손상돼 주택화재보험사에서 지급하는 게 옳다는 것이다.
광주시소방본부는 이런 사안에 대비해 관련 예산 1000만원을 확보했으나 이번 화재로 인한 배상금이 800만원에 달해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내 또 다른 유사 사례에 대비하려면 현재 확보한 예산을 이번 배상 건에만 집중적으로 투입하기 어려운 탓이다. 북부소방서는 소방본부의 자체 예산을 사용하는 것을 비롯해 다각도로 보상 방안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