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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트레이더스 마곡점 새벽 4시부터 오픈런
수입주류 불황 속 잘 나가는 국산 위스키
국산 위스키 관광특구 구상도 나와

지난 14일 오전 10시 이마트 트레이더스 서울 마곡점. 첫 개점 당일이었던 이날 문을 열기도 전에 수백 명이 줄을 섰다. 겨울 한파 속에서도 두터운 패딩으로 무장한 이들은 지하 2층에서 입구까지 긴 행렬을 이뤘다. 이들 가운데 가장 앞쪽에 서 있던 소비자는 새벽 4시부터 진을 쳤다고 말했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이날 김창수 위스키 증류소 트레이더스를 위해 단독 생산한 ’김창수 위스키 싱글캐스크 51.8′을 기다렸다. 이 위스키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위스키 양조가 김창수 씨가 120병만 한정 생산한 제품이다.

이 제품 가격은 22만원이다. 21년 이상 숙성한 유명 외국산 위스키를 살 만한 가격이지만, 소비자들은 3년 묵힌 이 국산 위스키에 열광했다. 준비한 제품이 모두 팔리는 데는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트레이더스 홀 세일 클럽(이하 트레이더스) 마곡점을 찾은 고객들이 매장 개장 시간에 맞춰 입장하고 있다. /뉴스1

그동안 김창수 위스키는 여러 참나무통에 보관하던 위스키 원액을 두루 섞어 팔았다. 그러나 이 위스키는 오로지 한 참나무통에서 숙성한 원액만 담은 싱글 캐스크(single cask) 제품이다.

보통 싱글 캐스크 위스키는 여러 원액을 섞었을 때보다 개성이 강하게 드러난다. 이 때문에 웃돈을 얹어서라도 구하려는 애호가층에 인기가 많다. 실제 이날 김창수씨는 트레이더스 매장을 찾아 구매자에게 사인을 해줬다. 줄을 서고도 위스키를 구하지 못한 소비자들도 함께 서서 새 위스키에 대한 정보와 의견을 나눴다.

23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위스키와 와인을 위시한 수입 주류(酒類)가 일제히 불황을 겪는 가운데, 국산 위스키는 경기와 상관없는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취하기보다 즐기는 술’을 찾는 젊은 소비자 사이가 국산 위스키에 빠진 덕이다. 여전히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상품을 향해 달려가는 오픈런(Open run)이 이어진다. 2023년 와인에 이어, 지난해 위스키 시장이 위축하기 시작한 이후 보기 드물어진 현상이다.

수입 위스키가 지난해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는 사이, 국산 위스키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기준 전체 위스키 매출이 15% 감소한 반면, 국산 위스키 매출은 200% 이상 증가했다.

특히 김창수 위스키와 ‘기원’ 위스키는 각각 500%가 넘는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제품이 나올 때마다 매진을 기록했다. 반면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를 보면 위스키 수입량은 2024년 들어 22.6% 감소세로 돌아섰다.

서울 코엑스에서 기원 위스키 관계자들이 시음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김주한 블루브릭 바 바텐더는 “시장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일반 소비자 취향이 하이볼용 중저가 제품 위주로 바뀌면서, 12·15·17로 이어지는 주요 스카치위스키 가격 경쟁력이 약화했다”며 “위스키 붐이 지나가면서 기존 유명 브랜드 위스키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식었고, 지난 연말 이후 환율까지 올라 당분간 수입 위스키는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산 위스키는 수입 위스키와 다른 개성을 자랑한다고 평한다. 경기도 남양주, 충청북도 청주시에 위치한 국산 위스키 증류소들은 연교차가 50도를 넘는 극단적 기후를 역(逆)으로 활용했다. 이들은 사계절을 갖춘 국내 기후가 위스키 본고장 스코틀랜드보다 3배 빠른 숙성 속도를 구현했다고 말한다.

한국 최초 위스키 브랜드로 꼽히는 쓰리소사이어티스 관계자는 “한국의 기후 특성이 오히려 장점이 됐다”며 “남양주 지하 암반수에 함유한 칼륨과 마그네슘 이온도 발효 과정에서 유산균 활성을 높여 국산 위스키만의 독특한 맛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국산 위스키 업체들은 의도적인 생산량 제한으로 가치를 높이고 있다. 김창수 위스키는 연간 생산량을 1200병 이하로 유지한다. 희소한 물량 때문에 2023년 출시한 김창수 위스키 3호 캐스크는 경매장에서 병당 450만원에 낙찰되는 기록을 세웠다.

그래픽=이은현

더불어 국산 위스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유할 만한 세련된 디자인을 강조한다. 병 디자인과 포장처럼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요소는 위스키를 수집하는 이들이 소장 가치를 평가할 때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국내 주류업계는 앞으로 ‘한국 위스키 관광 트레일’ 개발도 준비 중이다. 증류소 체험, 테이스팅 투어, 한식 페어링 프로그램을 패키지로 묶어 새로운 관광 상품으로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브랜드 포지셔닝 전문가 김소형 데이비스앤컴퍼니 컨설턴트는 “현재 국산 위스키 열풍을 주도하는 소비자층은 위스키를 혼술로 한두 잔 정도 마시는 30~40대 젊은 애주가들”이라며 “우리가 일본이나 대만으로 위스키 원정 쇼핑을 떠나는 것처럼, 국산 위스키 품질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준이 되면 반대로 일본이나 대만, 중국에서 한국으로 위스키 여행을 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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