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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각종 국제기구 이탈 행렬에 트럼프 대통령을 추종하는 남미와 중동의 ‘리틀 스트롱맨’도 최근 가세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지역 내 라이벌 국가들은 오히려 중국과 더 가까워지는 이상 조짐도 나타난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위상을 높여주는 일종의 역효과인 셈이다.

4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FP=연합뉴스
트럼프는 지난달 취임 직후 파리기후변화협정,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인권이사회(UNHRC) 등에서 잇달아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곧장 WHO 탈퇴를 공식화했다. 밀레이는 “기후변화는 사기”라는 입장이어서, 추가로 파리기후협정 탈퇴 가능성도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유엔 산하기구와 갈등을 겪어온 이스라엘도 지난 5일 UNHRC 탈퇴를 선언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가진 이튿날에 벌인 일이었다.

남미와 중동에서 이들 국가와 경쟁하는 국가들은 정반대 행보를 보인다. 축구를 비롯해 아르헨티나와 영원한 라이벌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트럼프 비판에 앞장서며 시진핑 주석과 밀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브라질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은 룰라 대통령에게 “(양국 관계가) 역대 최고의 순간을 맞고 있다”며 “앞으로 50년의 황금기를 맞을 수 잇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룰라 역시 “브라질의 개발전략을 상호 이익을 도모하는 똑으로 조정해 양국의 공동 번영에 기여하겠다”고 화답했다.

반면 룰라는 트럼프의 ‘관세 폭탄’과 파나마 운하 등 외국 영토 관련 발언에 대해선 “허세를 부려선 안 될 일”이라고 비난하는 등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023년 8월 23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 왼쪽부터 룰라 브라질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모디 인도 총리,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룰라는 친미 성향인 전임 자이르 보오소나루 대통령과 달리 자신의 집권 1·2기 시절(2003~2010년) 때도 친중 행보를 보였다. 재임 당시 중국과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도 창설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달러 패권’을 위협하는 브릭스를 향해 강력히 경고하는 것도 룰라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부분이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달러화 의존도를 낮추려는 브릭스의 움직임을 거론하면서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가 새로운 자체 통화나 기존 통화로 달러화를 대체하려는 시도를 포기하도록 확약 받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이들 국가들에 100% (추가)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입장에선 브릭스가 여러모로 신경쓰인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공교롭게도 브릭스 지역엔 희토류 등 광물자원이 몰려 있다”며 “이들이 자원을 무기화하면 제2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그게 가장 골치 아픈 대목”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환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와 시진핑을 놓고, 중동 국가들의 줄타기도 격해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가자지구 인수 및 개발 구상’ 발표가 변곡점이 되고 있다. 트럼프와 정상회담에서 호재를 맞은 네타냐후 총리와 달리 아랍국들의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중동의 맹주이자 미국의 대표적인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 주민의 이주나 영토 병합 등에 무조건 반대한다”며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이런 입장에 대해선) 협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는 “우리는 미국과 다르다”며 스킨십을 강화해온 시진핑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입장에서도 아랍국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중국을 끌어들이면 골치 아픈 일이 될 수 있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3월 견원지간인 사우디와 이란의 국교정상화를 중재하는 등 중동 지역에 공을 들여왔다. 시진핑은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랍국가 협력포럼' 회의에서 “세계의 다극화 추세는 막을 수 없다”며 중동에 대한 영향력이 강한 미국을 견제하기도 했다. 반대로 미국의 숙원인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수교는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전문가 사이에선 “앞으로 트럼프 집권 4년간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중동에서 트럼프와 시진핑 간 수싸움이 더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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