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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576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출석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역사는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 카를 마르크스가 남긴 말입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입니다. 우리는 8년 전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조기 대선을 치렀습니다. 직전 대선 패배자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습니다.

우리는 이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고 조기 대선을 치를 것 같습니다. 직전 대선 패배자였던 이재명 대표 당선 가능성이 큽니다.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비극과 희극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는 있습니다. 어쨌든 “역사는 반복된다”는 명제를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일정조차 비슷합니다. ‘12월 탄핵소추’ ‘3월 파면’ ‘5월 조기 대선’ ‘정권 인수 기간 없이 곧바로 대통령 취임’까지 빼닮았습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고 했습니다.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알아야 합니다. 2017년을 되새기며 2025년을 전망해 보겠습니다.


1. 몰락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12월 대선에서 3.53%포인트 차로 승리했습니다. 신승이었습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침몰했습니다. 부실 대응은 정권 몰락의 신호탄이었습니다. 그래도 2014년 6·4 지방선거 결과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시도지사 17석 가운데 새누리당이 8석을 차지했습니다. 인천시장 유정복, 경기지사 남경필, 제주지사 원희룡이었습니다.

2016년 4·13 20대 총선에서 사달이 났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천에 깊숙이 개입했습니다. ‘진박 감별사’가 등장했습니다. 김무성 대표 ‘옥새 들고 나르샤’ 파동이 일었습니다. 총선 결과는 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이었습니다.

국회의장이 야당으로 넘어갔습니다. 2016년 9월 20일 한겨레가 ‘최순실의 미르재단-케이스포츠재단 비리’를 보도했습니다. 여러 언론의 후속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정권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3월9일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승리했습니다. 신승이었습니다. 그러나 6월1일 지방선거에서 압승했습니다. 시도지사 17석 가운데 12석을 차지했습니다. 서울시장 오세훈, 인천시장 유정복이었습니다. 대전·세종·충남·충북도 다 차지했습니다.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가 터졌습니다. 부실 대응은 정권 몰락의 신호탄이었습니다. 김건희 여사는 처음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취약점이었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사건 부실 수사, 명품백 수수, 공천 개입 의혹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2024년 4·10 22대 총선에서 사달이 났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파 875원 발언’ ‘도주 대사 임명 논란’으로 야당에 승리를 상납했습니다. 총선 결과는 민주당 175석, 국민의힘 108석이었습니다. 정권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2. 탄핵

제이티비시(JTBC)가 2016년 10월24일 최순실의 태블릿피시 사건을 보도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여론이 빗발쳤습니다. 국회는 12월9일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습니다. 재적 300명 가운데 234명이 찬성, 56명이 반대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1월3일부터 2월27일까지 17차례 변론을 진행했습니다. 변론 종결 11일 뒤인 3월10일 ‘8 대 0’ 재판관 전원일치 결정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3월12일 청와대에서 나와 삼성동 집으로 갔습니다.

검찰은 3월21일 박근혜 대통령을 소환했고 3월2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3월31일 구속됐습니다. 검찰의 수사가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이후에 이뤄진 것은 대통령이 가진 불소추특권 때문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 참패를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12월3일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겠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정치인 체포를 지시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을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고 지시했습니다. 내란이었습니다.

국회는 12월14일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습니다. 재적 300명 가운데 204명이 찬성, 85명이 반대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월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탄핵심판보다 형사처분 절차가 먼저 시작된 것은 내란·외환죄의 경우 불소추특권이 없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는 1월14일부터 변론을 시작했습니다. 2월25일 11차를 끝으로 변론을 종결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진술을 할 예정입니다. 시간은 무제한입니다.

어떤 내용을 담을까요? 지금까지 그랬듯이 명백한 사실을 부인하고 책임을 아랫사람들에게 떠넘기는 지질한 모습을 보일까요? 아니면 태도를 확 바꿔서 당당한 모습을 보일까요?

조갑제씨를 비롯해 보수 세력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헌법재판소는 몇 차례 평의를 거쳐 3월 중순께 결정 선고를 할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파면이 확실합니다.

3. 경선

2017년 3월10일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자 각 정당은 부랴부랴 대선후보 경선에 돌입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네 사람이 경선했습니다. 호남, 충청, 영남, 수도권 현장 유세와 순회 투표를 거쳐 4월3일 문재인 전 대표를 대선 후보로 선출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3월31일 전당대회에서 홍준표 경남지사를 대선 후보로 선출했습니다. 경쟁자는 김진태 의원, 이인제 전 최고위원, 김관용 경북도지사였습니다. 3월31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날이었습니다.

국민의당은 4월4일 안철수 전 대표를 대선 후보로 선출했습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손학규 전 대표, 박주선 국회 부의장과 경쟁했습니다.

바른정당은 3월28일 유승민 의원을 대선 후보로 선출했습니다. 유승민 의원은 남경필 경기지사를 눌렀습니다.

정의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전인 2월16일 대선 후보를 미리 선출했습니다. 당원투표에서 심상정 대표가 강상구 전 대변인을 이겼습니다.

이번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면 각 정당은 곧바로 경선에 돌입하게 됩니다.

민주당은 이변이 없는 한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될 것입니다. 김경수·김동연·김부겸 등 비주류는 ‘제3 지대’에 이재명 대표를 끌어들여 경선을 치르는 방안도 구상 중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국민의힘은 김문수·안철수·오세훈·한동훈·홍준표 등이 각축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탄핵 반대 여론에 올라탄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강세입니다. 탄핵 이후에도 그럴지는 알 수 없습니다. 확장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4. 대선

2017년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자 중앙선관위는 곧바로 대선 예비후보 접수를 시작했습니다. 3월15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5월9일을 19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해 공고했습니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계속 앞서갔습니다. 선거 결과 후보별 득표율은 문재인 41.08%, 홍준표 24.03%, 안철수 21.41%, 유승민 6.76%, 심상정 6.17%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선거일을 지정해 공고할 것입니다.

누가 당선될까요? 대선 국면으로 바뀐 직후 쏟아져 나올 여론조사 수치가 매우 중요합니다. 60일은 대세를 뒤엎기에는 짧기 때문입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의 지지도는 국민의힘 대선주자들과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대선후보 적합도는 물론이고 양자 대결에서도 이재명 대표가 많이 앞서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20일 충남 아산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을 방문한 뒤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조기 대선 승부의 변수는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의힘 쪽에 있습니다. 국민의힘 후보들이 이탈하지 않고 단일 경선을 치른 뒤 결과에 승복하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면 막판 역전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재명 대표는 2022년 3·9 대선에서 1614만7738표 47.83%를 득표했습니다. 역대 대선 패배자 중에서 가장 많은 득표수입니다. 이 표를 잘 지키기만 해도 이재명 대표가 승리할 가능성이 큽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1469만2632표 48.02%를 득표했습니다. 2017년 대선에서는 그보다 적은 1342만3800표 41.08%를 득표했지만, 무난히 당선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파로 보수가 분열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선은 어떻게 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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