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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세계에서 가장 좋고 건강한 공적연금이다. 기금 적립금이 무려 1,185조 원. 세계 3대 연금이라고 하지만 국가 GDP 대비 한국이 세계에서 1등이다. OECD 국가 평균이 보통 보험료 18%에 소득대체율이 약 50%인데 비해 국민연금은 현행 9%를 내고 40% 소득대체율을 보장한다. 현재 시점 그 어느 기준으로 살펴봐도 단연 세계에서 1등 하는 건강한 연금이 바로 국민연금이다. 설계도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1번 급격한 인구 고령화로 기금이 고갈되면 다음 세대가 감당하기 불가능한 부담을 떠안아야 하고, 2번 전체 가입 대상자의 약 40%나 되는 사람이 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연금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다. 연금 개혁이 힘든 만큼 사각지대 해소도 국회에서 매년 지적하지만, 정부는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한 적이 없다. 전국민 연금시대를 열겠다는 애초의 약속이 무색해진 게 국민연금의 발목을 잡고 있다.

■ GDP 1% 국고는 국민연금 사각지대 보험료 사용

진짜 문제는 오히려 공무원연금이다. 해마다 적자 보전금이 큰 폭으로 늘어 올해 정부는 약 10조 원의 예산을 직역연금 적자 보전금으로 쓸 예정이다. 공무원연금 가입자 수가 국민연금의 1/20밖에 안 되는데도 이 모양이다. 특히 여기에 사용하는 국고는 정부 재정에서 곧바로 퇴직자의 연금 급여로 들어가기 때문에 밑 빠진 독에 불붙기 식이다. 유럽의 부과식 연금이 바로 이렇다.

국회 연금특위에 참여했던 김우창 교수가 제안하는 416 연금 개혁안은 국고 1%(약 24조 원)를 출산 부모, 군복무 청년을 위한 연금 크레딧을 포함해 다양한 저소득층과 사각지대에 있는 국민들의 연금 보험료를 지원하는 데 쓰자는 것이다. 정부의 국고는 사각지대 국민의 보험료 지원이란 형식으로 연기금에 적립되고, 투자된 적립금은 수익을 내 다시 연금 재정에 보태지는 선순환 구조를 돕는다. 국고 투입은 '보험료 폭탄'이라는 미래세대의 불안감을 없애는 동시에 미래 빈곤 노인이 될 수 있는 연금 사각지대의 국민들에게 은퇴 후 소득을 만들어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렇게 미리 국고를 투입하는 게 국가 재정을 더 적게 쓰면서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길이기도 하다.

국민연금 현 제도와 각각 제안된 연금 개혁안 비교 /출처:김우창 교수 416 연금 개혁 보고서

국민연금 5차 재정추계를 통해 정부는 국민연금이 2055년 (기금 수익 증가로 실제로는 더 늘어났음)에 고갈되면 이후 세대는 자기 소득의 약 1/3을 국민연금 보험료에만 써야 하므로 미래세대를 갈취하는 것이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물론 여야 합의를 시도하고 있는 국회의 개혁안, 정부가 제시한 개혁안 그 어느 것도 기금 고갈을 피할 수 없게 설계됐다. 그리고 고갈 이후의 사회적 비용은 각각 105~151조 원 규모, GDP 대비로는 4.4~6.3% 수준으로 조사됐다. (위 표 참고)

이미 저성장의 선진국 경제로 진입한 데다 세계 최저 출생률의 인구 급변이 확정된 한국은 제대로 된 연금 개혁을 못 했을 때 겪을 사회적 고통이 엄청날 것이다. 이미 유럽의 여러 선진국이 겪고 있는 연금 부담에 따른 경기 침체가 한국은 더 파괴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국고 1%를 지금부터 쓰는 것은 미래 세대는 물론 미래 정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 416 개혁...연금 불신 청년 세대에게 더 큰 보장

미래 청년 세대가 국민연금을 과도할 정도로 불신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뻔히 예상되는 기금 고갈로 '우리는 나중에 받지도 못할 연금에 단돈 1원도 넣기 싫다'는 거다. 어찌 보면 앞 세대보다 가난해질 것 같은 후세대에는 너무나 명확하고 현실적인 두려움이다. 국민연금은 아직 재정적으로 매우 건강하다. 국민연금의 가장 큰 적은 미래세대가 연금제를 불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막을 강력한 방법이 필요하다.

21대 국회에서 연금특위 민간전문위원으로 활동했던 김우창 카이스트 교수는 416 개혁 (보험료 4%↑. 국고 GDP 1%. 기금운용수익률 6%)을 시행할 경우 젊은 세대의 소득이 앞 세대보다 강화된다고 밝혔다. 특히 자동조정장치 도입으로 평균 약 5% 정도 소득대체율이 깎이는 정부 연금개혁안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벌어진다고 말했다.

출처: 김우창 교수 416 연금개혁안

현행 국민연금 제도는 2007년 소득대체율 60%에서 40%로 낮추는 개혁을 한 뒤 1년에 0.5%씩 낮아져 현재는 약 42% 수준에 와있다. 출생 연도별로 소득대체율이 다르다는 뜻이다. 따라서 416 개혁이 시작돼 소득대체율이 다시 45%로 오르게 되면 개혁 이후 사회에 진출하는 젊은 세대는 현세대보다 더 유리한 소득대체율을 갖게 된다. 물론 5차 재정추계가 예상한 경제성장 효과도 있다. 정부의 연금개혁안과 416 개혁안을 비교하면, 연금 수급액이 1970년생의 경우 월 16.5만 원 정도만 차이가 나지만 올해 태어난 2025년생은 정부안에 비해 월 63.4만 원을 더 받게 된다. 국민연금을 다단계 금융사기로 헐뜯는 일부 젊은 세대의 비난을 더는 받을 필요가 없어진다. (위 그래프 참고)

■ 국민연금도 '피크아웃코리아' 시대 미리 대비해야

2025년인 올해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한국 경제가 정점을 치고 내리막길로 들어섰다는 ‘피크아웃 코리아’란 말이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일본의 장기 침체를 바로 옆에서 지켜봤지만, 인구 변화에 따른 도도한 경제 흐름을 역행하는 게 벅차게 느껴진다. 결국 앞으로 펼쳐질 대한민국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 세대보다 후세대가 더 잘 살 것이란 믿음은 이미 사라졌고, 경제활동 시기의 빈부격차가 은퇴 후에도 그대로 이어져 노인 빈곤 문제는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절대 줄어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금 상황으로 봐선 국민연금이 성숙해도 노인 빈곤 문제는 해결 안 될 가능성이 크다. 기초연금 도입 이후 차츰 개선되던 노인빈곤율이 최근 다시 상승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노동 환경의 악화로 은퇴 후 제대로 된 연금을 준비하는 사람이 적다는 것이다. 그나마 번 재산을 부동산 형태로 갖고 있을 뿐 금융자산이 없는 노인이 주변에 너무 많다.

자료:통계청

문제는 국민연금의 보장성이 약한 것이고, 정부가 만든 다층체계 연금구조가 저소득 계층에겐 아무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사각지대가 1,200만 명이 넘고, 퇴직연금 가입자는 이보다 훨씬 적고 수익률도 형편없기 때문이다.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선 초고령사회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금처럼 계속 지급하는 것도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

공적연금 제도를 책임지는 정부 관료는 퇴직 후 공무원연금을 받을 거면서, 국민연금의 문제는 모두 가입자인 국민 탓으로 돌릴 것인가. 미래 세대를 위한다는 구실로 노인들의 연금을 깎자는 주장은 ‘피크아웃’ 한국 상황에선 ‘다 같이 죽자’는 선언이나 다름 아니다. 노인과 청년 세대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2025년 대한민국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그러나 연금 개혁 논의는 18년째 제자리걸음입니다. 노인 빈곤과 미래 세대 부담 문제가 똑같이 중요하지만 이를 함께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고령화와 저출산, 저성장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의 연금 개혁 방안을 함께 고민하기 위해 시리즈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다시 연금 개혁] 청년과 노인이 함께 신나는 국민연금

① 국고 GDP 1% 쓰면 기금 고갈 없이 45% 소득대체율 가능
② 416 개혁...연금 사각지대 없애고 청년세대에 더 유리
③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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