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수사
15개월 만에 서울중앙지검으로
"명태균 '황금폰' 포렌식 완료"
야6당 '명태균 특검법' 발의
15개월 만에 서울중앙지검으로
"명태균 '황금폰' 포렌식 완료"
야6당 '명태균 특검법' 발의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지난해 11월 14일 오후 공천을 대가로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 장소인 창원교도소로 가기 위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창원=뉴스1
지난해 11월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의 구속 후 잠잠해진 듯했던 '명태균 게이트'가 다시금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자 명씨가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 여권 유력 대선주자에 대한 폭로전에 나서면서다.
당사자들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명씨는 오히려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확실해지면 맞소송을 걸겠다며 "돼지는 잔칫날 잡겠다"고 경고했다.
명씨와 여권 대선주자들의 주장이 정면 충돌하는 가운데, 진상은 검찰 수사와 양측의 법정 싸움을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검찰 수사 착수 15개월 만에 '핵심은 손도 대지 못했다'는 비판 속에 명씨 관련 사건은 최근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됐다.
만약 야6당이 추진하는 '명태균 특검법'이 통과된다면 여권 대선주자들에 대한 조사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그간 나온 언론 보도들을 통해 지난해 9월 이후 불거진 '명태균 게이트' 속 대선 주자들에게 제기된 의혹과 해명을 정리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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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1309060000291)
①오세훈 서울시장
키워드: 2021년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 김한정, 비공개 여론조사 13번, 3,300만 원
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28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명씨는 지난해 10월 채널A 인터뷰에서 "
오세훈을 만든 것은 바로 나
"라며, 오 시장을 서울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자신이 판을 짜고 여론조사를 했다고 주장했다.명씨의 검찰 진술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과 명태균의 첫 만남은 2021년 1월 20일이다. 오 시장이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시기로, 명씨는 오 시장에게 "시장 할래요? 대통령 할래요?"라고 물었다고 말했다. 오 시장 측은 "
보궐선거를 도와주겠다고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에 불과하며 이후 명씨와 인연이 추가로 이어진 바도 없다
"고 해명했다.명씨는 오 시장과 네 번 만났다고 검찰에서 진술했으나, 오 시장은 두 번만 만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8일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명씨는 오 시장을 지난 2021년 1월 20·23·28일, 그리고 2월 중순까지 총 네 번 직접 만난 적이 있다며 날짜를 특정해 검찰에 진술했다. 명씨 변호인인 남상권 변호사는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중국집, 청국장집, 장어집 등 만난 장소까지 거론했다.
오 시장 후원자 김한정,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12월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가진 명태균 여론조작 사기 사건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명씨 등에 대한 고소장 요약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명태균, 강혜경씨를 비롯해 언론사들에 대해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스1
명씨는 여러 정치인에게 자체 여론조사를 활용해 선거에서 유리한 입지를 만들어 주겠다고 접근했다. 오 시장을 위해서도 비공개 여론조사를 13건 실시했고, 이 결과를 오 시장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됐다. 하지만 오 시장 측은 "여론조사 결과 등을 들고 온 명씨를 캠프 관계자가 만났지만, '우리와 맞지 않는다'라면서 거절했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 와중에 등장한 제3의 인물이 오 시장의 후원자로,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한정씨다.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에서 부소장을 맡았던 강혜경씨는 김한정씨가 2021년 2월 1일부터 3월 26일까지 5차례에 걸쳐 3,300만 원을 강씨 개인 계좌로 송금한 내역을 공개했다. 김씨가 오 시장이 명씨에게 줘야 할 여론조사 비용을 대신 냈다면 김씨가 오 시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이 된다.
김씨는 송금 사실은 인정했지만 오 시장은 이를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근 노컷뉴스는
오 시장과 명씨, 김씨가 '3자 회동'을 한 적 있다
고 보도했다. 명씨 변호인에 따르면 명씨는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을 준비하던 오 시장에게서 "나경원을 이기는 여론조사가 필요하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어 2021년 2월 명씨와 오 시장, 김씨의 3자 회동이 이뤄진 자리에서 김씨가 "이렇게 돈이 들었는데 이기는 조사는 왜 안 나오나
"라고 물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오 시장이 있는 자리에서 비공표 여론조사 및 그에 대한 대가성 등이 언급됐다는 주장이다.그러나 오 시장은 18일 페이스북에 "사기꾼의 거짓말은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
명태균의 터무니없는 허위 주장이 기정사실인 양 보도되는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
"고 밝혔다. 그는 "명태균의 테스트용 1차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쫓아낸 후로 어떠한 부탁도 의논도 한 바가 없음을 수차례 단호히 말씀드렸다"며 "더구나 저와 명씨, 김모씨 3자가 함께 만났다는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연관기사
• 강혜경 측 "이준석·오세훈·김진태 등이 '명태균 리스트' 핵심...명씨에 은혜 입어"(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02209330000230)• 명태균, 오세훈 당선 때 "'김종인 매직' 내가 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01816220004052)• 침묵하던 오세훈 "내가 명태균 앞에서 울어? 가소롭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01506390002578)
②홍준표 대구시장
키워드: 김종인, 복당,당원 명부, 최모씨, 4,600만원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대구 북구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명씨는 홍준표 대구시장과도 접촉이 잦았고 선거를 위한 여론조사를 해 준 적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홍 시장은 전혀 관계를 맺은 적 없다는 입장이다.
홍 시장은 명씨와의 첫 만남에 대해 "명태균과 이준석 대표가 2021년 6월 당 전당대회 때 이준석 대표를 도와 달라고 대구 수성을 사무실에 같이 찾아왔길래,
명태균은 나가라고 하고 이 대표와 단독 면담 10분을 한 게 전부
"라고 말했다. 명씨와 제대로 말도 섞지 않았다는 주장이다.하지만 강혜경씨는 창원지검에 "
홍 시장이 경남도지사로 있을 때부터 명씨와 알고 지냈다
"고 밝혔다. 그는 홍 시장이 2020년 대구 수성을 지역구에서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나올 때부터 2022년 대구시장 선거 때까지 20여 차례 비공표 여론조사를 했다고 진술했다.이와 관련 대구참여연대는 지난달 7일
홍 시장의 측근들이 2022년 지방선거 국민의힘 대구시장 예비후보 당시 명씨에게 3,900만 원을 주고 7차례에 걸쳐 불법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의혹
과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나 홍 시장은 이 역시 자신과 무관하게 진행된 일이었다는 입장이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 글에서 "여론조사 의뢰는 나와 상관없이 명태균과 경남지사 시절부터 친분이 있던 내 주변 사람이 선거 상황을 알아보려고, 다른 여론조사기관보다 반값도 안되는 명태균이 주선하는 기관에 의뢰했다고 한다"면서 "
대납도 아니고 우리가 시킨 일도 없다. 그건 내 지지자가 자기 돈으로 한 것
"이라고 해명했다.연관기사
• 홍준표 "내가 명태균 부탁으로 복당? 김종인 주장 헛소리"(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02113390004829)• 홍준표 "명태균, 언젠가 일 낼 줄… 검찰, 성역 없이 수사해야"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01009390000185)• 홍준표 "내 아들, 명태균에 속아 감사 문자 보낸 것...문제 되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1909170002778)
당원명부 57만명 유출한 최모씨
2021년 9월 28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참여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대선 경선 4차 방송토론회 전 방송 진행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오 시장과 명씨 사이에 김한정이란 후원자가 있다면, 홍 시장과 명씨 사이엔 홍 시장 아들과 고교 동창인 최모씨가 있다. 대구시 서울본부 대외협력부장으로 7개월간 근무한 그는 명씨가 2021년 10월 국민의힘 대의원과 당원 56만8,000여 명의 전화번호를 입수해 이들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했을 때, 당원명부를 명씨에 제공한 장본인으로 지목됐다.
지난해 11월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최씨는 대선을 앞둔 2021년 10월과 2022년 3월 모두 11차례에 걸쳐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으며, "
공을 세워 정치를 하고 싶어 당원 명부와 함께 총 4,600만 원의 여론조사 비용을 사비로 명씨에게 전달했다
"고 진술했다고 보도됐다. 홍 시장 아들, 명씨와 카카오톡 메시지
최씨의 이름은 최근 검찰이 명씨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홍 시장 아들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입수했다는 SBS 보도 후 다시 거론됐다. 보도에 따르면
홍 시장 아들은 2023년 5월 15일 윤 대통령과 홍 시장에 대한 기사를 명씨에게 보내면서 "잘 살펴봐 달라"
고 말했다. 홍씨는 또 대구시가 주최한 트로트 페스티벌 티켓을 명씨에게 주겠다고 했고 이를 받은 명씨는 "감사하다"고 했다. 홍 시장이 자유한국당에 복당한 2021년에도 아들은 명씨에게 "아버지가 감사해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홍 시장은 보도에 대해 해명하면서 최씨를 거론했다. 그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내 아들이 명태균에게 두 번의 문자를 보낸 것은 명태균 밑에서 정치하던 최모씨가 내 아들과 고교 동창이기 때문"이라며 "
아들이 아버지를 위해 속아서 감사 문자 보낸 것이 무슨 문제가 되냐
"라고 되물었다.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2021년 5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에 복당할 것을 밝히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잇따른 폭로에도 홍 시장은 '명씨와 나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
황금폰에 내 목소리가 있는지, 내 문자가 있는지 한번 찾아보라. 내 기억에 딱 한 번 있을 것
"이라면서 "정권 교체 후 김건희 여사를 팔며 하도 실세라고 거들먹거리기에 전화 받고 더러워서 잘 하라고 한마디 건넨 것뿐"이라고 강조했다.홍 시장은 "명태균과 한 번이라도 만난 일이 있었어야 여론조작 협잡을 하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닌가"라며 "
나는 지난 대선 경선 때 사기꾼 명태균이 조작한 여론조사의 피해자
"라고 강조했다.야6당 의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명태균 특검법을 접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조국혁신당 정춘생 원내수석부대표,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연합뉴스
'명태균 특검법' 통과 시 오·홍 시장에 걸림돌 되나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일을 25일로 정하면서 이르면 3월 초순에도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여권 대선주자들은 이미 탄핵 인용과 두 달 후 실시될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개헌 토론회를 열었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노동개혁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두 행사에는 각각 여당 의원 절반가량이 참석했다.
여권 대선주자 중 가장 먼저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홍 시장은 최근 "내일 대선이 치러지더라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저서를 발간하며 '몸풀기'에 나섰다.
이 중 김 장관과 한 전 대표의 경우 '명태균 게이트'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반면, 오 시장과 홍 시장에겐 명씨와의 연루 의혹이 향후 경선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6당이 지난 11일 '명태균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자 국민의힘은 '오세훈·홍준표 자객 특검'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반면 야권은 '명태균 게이트'의 진상규명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동기를 밝히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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