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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이숭원 '동주 시, 백 편'
김응교 '윤동주-문학지도, 걸어가야겠다'
시인 윤동주의 졸업사진(왼쪽)과 그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간본. 윤인석·연세대 제공


별을 사랑한 일제강점기 저항시인 윤동주(1917~1945)의 서거 80주기를 맞아 그의 시 세계와 생애를 톺아볼 수 있는 책들이 나왔다. 익히 알려진 윤동주의 시와 생애를 깊고 묵직하게 들여다볼 기회다. 이숭원 문학평론가(서울여대 명예교수)가 최근 출간한 '동주 시, 백 편'은 스물일곱의 나이로 생을 마치기 전까지 썼던 시 100편을 창작 시점에 맞춰 정리했다. 윤동주의 일기를 읽어내려가듯 그의 심정을 따라갈 수 있다. 김응교 문학평론가(숙명여대 교수)의 '윤동주-문학지도, 걸어가야겠다'는 시인이 머물렀던 장소를 통해 작품 세계를 되짚는 새로운 형태의 평전이다.

"일제 강압에 분노"… 펜 놓고 모멸의 시간 견뎠다



시인은 조국 광복을 6개월 앞둔 1945년 2월 16일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숨을 거뒀다. 그가 마지막 시를 쓴 날은 1942년 6월 3일. 일본 도쿄 릿쿄대 영문과 재학 중이던 초여름에 쓴 '쉽게 씌어진 시'다. 그는 거의 모든 시의 말미에 탈고한 날짜를 기록했다. 윤동주는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쓴 '초 한 대'(1934년 12월 24일)부터 '쉽게 씌어진 시'까지 100편이 넘는 시를 썼다. 이 중 100편을 엄선해 소개하는 책이 '동주 시, 백 편'이다. 저자인 이 평론가는 "창작 시점에 따라 시를 순서대로 읽으면 윤동주라는 한 예민한 자아의 사색 과정과 변화의 내력이 자연스럽게 파악된다"고 했다.

동주 시, 백 편·이숭원 지음·태학사 발행·408쪽·1만9,500원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한 해인 1938년 5월 10일 쓴 '새로운 길'에서 윤동주는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이라면서 시를 향한 순정을 다짐한다. 하지만 1939년 9월부터 1940년 12월까지 시 쓰기를 멈춘다. 이른바 '침묵기'. 그의 내면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김 평론가는 당시 일제의 국민징용과 창씨개명에 대한 분노가 펜을 놓게 만들었다고 봤다. 당시 사진과 지인 증언 등을 단서 삼아 침묵기의 행적을 처음 밝혀낸 김 평론가는 "윤동주는 이화여전 협성교회에서 영어 성경을 읽으며, 모멸의 시간을 견뎠다"고 분석했다.

번민과 갈등 속에 윤동주는 1940년 12월 '위로', '병원' 등으로 펜을 다시 쥔다. 이때부터 시 세계에 또 하나의 변화가 포착되는데 바로 "고통의 연대"다. 윤동주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제목은 당초 스승인 이양하 교수의 '위험하다'는 만류가 아니었다면 '병원'이 될 뻔했다. 김 평론가는 "윤동주 자필 원고를 보면 '병원'이라고 한자로 썼다 지운 흔적이 보인다"며 "'병원'으로 시집 제목을 짓고 싶었던 이유로 '지금 세상은 온통 환자투성이'라고 한 것이 눈에 든다"고 했다.

윤동주-문학지도, 걸어가야겠다·김응교 지음·아르테 발행·392쪽·2만8,000원


제땅말 지켜 일제에 저항한 시인



윤동주는 일제강점기 금지된 언어로 시를 썼다. 연희전문학교 시절 그는 최현배 교수의 '우리말본'을 밑줄 치며 읽고, 그의 조선어 수업을 수강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최 교수의 아들 최영해의 정음사에서 1948년 2월 한글 가로쓰기로 간행됐다. 당시만 해도 일본식 세로쓰기가 흔했다.

윤동주는 조선어 표준말에 자신이 뿌리를 두고 있는 함경도의 사투리(제땅말)도 섞어 시를 썼다.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한 1938년 이전에 쓴 시 66편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이를테면 부뜨막이 아닌 '가마목', '넣다' 대신 '옇다', '쓰다'를 '씁다'로 쓰는 식. 그의 대표시 중 하나인 '별 헤는 밤'에서 '헤다' 역시 '세다'의 제땅말이다. 다만 오늘날 전해지는 시 대부분은 "시인의 뜻을 헤아리지 않고 표준어로 고친 것"이라고 김 평론가는 아쉬움을 표한다.

이 밖에도 책은 중국에서 태어나 평양 숭실중, 경성 연희전문학교에서 공부하고, 일본에 유학 가 절명했던 윤동주의 생애를 공간을 따라가며 도톰하게 보여준다.

윤동주의 '쉽게 씌어진 시' 육필 원고. 윤인석 제공


마지막으로 윤동주의 마지막 작품 속 한 구절.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 이 평론가는 "이런 시인은 적어도 그 시대에 없다"고 했다. "승냥이가 날뛰는 험악한 세상에서 자신의 작은 잘못에도 몸 둘 바 몰라 하는 이러한 젊은이가 존재했고, 그 심정을 시로 새겨 후세에 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도 자랑스럽고 가슴 벅차지 않은가?"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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