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파일 재생 대신 녹취서로 갈음
재판부 변경시 갱신 소요시간 줄 듯
재판부 변경시 갱신 소요시간 줄 듯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박시몬 기자
재판부 변경으로 인해 이전 공판의 녹음 파일을 일일이 재생하느라 재판이 지연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법원이 형사소송규칙을 개정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20일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대법관 회의를 열고 형사소송규칙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대법원은 이번 개정 규칙을 관보에 공포하는 즉시 시행하고, 시행 시점을 기준으로 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이번 개정으로 형사소송규칙 144조 '공판 절차의 갱신 절차'에 녹음 파일을 모두 듣지 않고 녹취서를 열람하거나 양측 당사자에게 고지하는 등 간단한 방식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단서 조항이 신설됐다. 또 녹취서 기재와 녹음물의 내용이 불일치할 때 당사자가 이의제기하거나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녹음물 일부를 들을 수 있게 했다.
같은 규칙 132조에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증명하려는 사실과 관련되고 그 증명에 필요한 증거만을 선별해 신청해야 한다'는 조항과 '법원은 이를 위반하거나 재판 지연을 초래하는 증거 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는 조항도 신설됐다. 대법원은 "공판중심주의를 더욱 적정하고 충실하게 구현하기 위해 선별적인 증거 신청 및 채택 여부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고, 녹음·녹화물에 대한 증거 조사 및 공판 갱신 절차를 개선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법조계에선 재판부 변경으로 형사재판 갱신 절차에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검사와 피고인 측이 동의하면 요지만 설명하는 간단한 방식으로 절차를 진행할 수 있지만, 한쪽이라도 동의하지 않을 경우 이전 공판 녹음을 모두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이나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등 주요 재판에서는 갱신 절차만 수개월이 걸리는 사례가 많았다.
이번 개정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형사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대표의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및 성남FC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재판부가 모두 교체되면서, 일각에선 갱신 절차만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