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일 미국 메릴랜드주 내셔널하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으로부터 선물받은 전기톱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옥슨힐=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공화당 지지자들 앞에서 전기톱을 치켜올리며 관료주의 혁파를 다짐했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미 메릴랜드주(州) 옥슨힐에서 열린 미국 보수진영 최대 연례 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무대 위에 올랐다. 머스크가 등장하자 무대 뒤편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나타나 머스크에게 도금된 빨간색 전기톱을 선물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기후위기를 부정하고 아르헨티나의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선언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행보를 보여 '남미의 트럼프'로 불린다.

머스크는 검은 코트와 선글라스, 검정색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트럼프 대선 구호) 모자를 쓴 채 머리 위로 전기톱을 힘껏 치켜들었다. 이어 전기톱을 흔들며 "이건 관료주의(혁파)를 위한 전기톱"이라고 외쳤다. 전기톱날에는 스페인어로 밀레이 대통령의 캐치프레이즈인 "Viva la libertad carajo!"(자유 만세, 빌어먹을!)이 새겨져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머스크의 DOGE 프로젝트는 밀레이 정부가 단행한 정부 지출 삭감 조치에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의 이날 퍼포먼스는 DOGE의 연방정부 지출 삭감과 인력 감축 정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민주당과 일부 연방 직원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기술 억만장자가 DOGE의 노력을 후퇴시키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출범한 DOGE를 진두지휘하면서 연방정부 공무원 대량 해고와 조직 개편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DOGE 수장 지위를 앞세워 미 국세청의 개인별 납세 자료 등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들여다보려 시도하면서 그의 무소불위 권한 행사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일보

나주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