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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이는 재고에 '떨이'만 한가득
"해결책보다는 폐업 이후 생각만"
20일 서울 은평구 응암동 한 문구점 앞에 ‘빼빼로 할인판매’ ‘폐 휴대폰 1000원에 드립니다’ 등 문구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장문항 견습기자

[서울경제]

‘과학상자, 돗자리(은박지) 재고 30% 세일’, ‘폐휴대폰 가져오시면 1000원 드립니다!’

초등학교 개학을 코앞에 둔 20일 서울 은평구 응암동 한 문구점 앞에는 구경하는 학생은커녕 이같은 ‘떨이’ 광고들만 가득했다. 아버지와 함께 45년째 문구점을 운영 중이라는 주인 A 씨는 “개학 특수는 옛말”이라며 “지나가다 잡화를 구경하러 오는 학생들만 가끔 있고 학생 수 자체가 줄어든 게 체감이 된다. 이곳도 자택 건물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가게를 접었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가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응암동 소재 또 다른 문구점에는 '소비자가격 8000원, 5500원 떨이'라는 문구와 함께 먼지 쌓인 실내화, 사전, 계산기 등이 선반 위에 어지럽게 나열돼 있었다. 35년간 가게를 운영했다는 사장 B 씨는 “학용품까지 온라인상 소비가 늘어서 그런지 학생들이 이곳에 올 일이 없고 요즘에는 무인 문구점까지 속속 생기는 상황”이라며 “소위 불량식품이라고 불렸던 과자 판매만으로 한 달에 30만 원씩 매상을 올렸는데,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부턴 재고만 쌓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20일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한 문구점 매대 위에 실내화, 스케치북 등 재고가 가득 쌓여 있다. 장문항 견습기자


서울 서대문구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C 씨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C 씨는 “모든 문구점 사장님이 해결책보단 폐업 이후의 미래에 대해 생각한다”며 “동네 문구점은 결국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고 한탄했다.

문구점 몰락의 가장 큰 원인으론 역시 저출생이 꼽힌다. 교육부의 '초중고 학생 수 추계'에 따르면 2025년 전국 초중고 학생 수는 502만여 명, 2026년 484만여 명, 2027년 467만여 명으로 꾸준히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초등학생 수는 2025년 235만여 명이지만 2028년에는 200만 명 선이 붕괴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전국 시도교육청이 지난 2011년 도입한 ‘학습준비물 지원 제도’도 학생 복지에는 크게 기여했지만 동네 문구점 매출에는 불가피한 타격을 입혔다. 소비 패턴 자체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C 씨는 “'학습준비물 지원 제도' 활성화로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필요한 학용품 등 준비물이 10이라고 치면 7 정도는 학교에서 모두 나눠준다. 나머지 3 정도를 학생 측에서 따로 구매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다”고 설명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도 “수업이 끝나고 돌봄교실에 가거나 학원 차량, 부모님 차량 등을 타고 바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이 문구점에 들를 시간이 없다”며 “학령 인구 감소, 소비 패턴 변화 등 다른 문제들까지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 동네 문구점들의 활로를 모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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