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어링의 나예원(오른쪽)·장채연 디렉터. (사진=최수진 기자)

이름도 생소한 소규모 브랜드가 '패션의 성지'로 불리는 서울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할 확률은 극히 드물다. 일평균 지하철 승하차 인원만 9만명에 달하는 만큼 매장만 낸다면 손쉽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지만 수천만원에 이르는 하루 대관료를 지불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성수역 바로 코앞에 있는 '금싸라기 땅'을 차지할 가능성은 '제로(0)'다.

그런데, 론칭 1일차인 신생 K-패션 브랜드 3곳이 당당히 성수동에 입성했다. 열흘간 팝업스토어를 열고 대중과 만난다. 이들 브랜드는 입을 모아 꿈이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이를 가능케 한 곳은 '무신사'다.

팝업스토어 현장 모습. (사진=최수진 기자)

◆ "무신사 장학생, 모든 패션학도의 꿈"K-패션 브랜드 △랩폼(LABFORME) △유강(YOOGANG) △포어링(FORUSRING) 등 3곳이 '무신사 테라스 성수'에서 오늘(21일)부터 내달 2일까지 팝업 전시회를 연다.

세개 브랜드를 운영하는 디자이너들은 20대 학생이다. 포어링의 공동 디렉터들은 2002년생으로, 올해 23살에 불과하다. 이들은 무신사가 운영하는 패션 장학 사업 ‘무신사 넥스트 패션 스콜라십(MNFS·MUSINSA NEXT FASHION SCHOLARSHIP)’에 선정돼 실제 브랜드 론칭을 경험할 기회를 얻었다.

지난해 3월 무신사 스튜디오 입주를 시작으로 전문가의 실무 교육, 시제품 생산 지원 등 브랜드 발매 준비에 필요한 전 과정을 지원받아 이번에 브랜드 론칭과 동시에 팝업스토어를 열게 됐다.

무신사는 최종 선발된 장학생들이 차세대 패션 디렉터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무신사 실무 담당자와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브랜딩, 마케팅 노하우를 아낌없이 제공했다. 시즌 룩북 제작, 팝업 공간 지원, 공간 디자인 등 무신사가 실제 브랜드에 제공하는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장학생 브랜드가 오프라인에서 열리는 팝업에서 실제 판매까지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팝업스토어 현장 모습. (사진=최수진 기자)

캐주얼 브랜드 '랩폼'을 만든 25살의 김영규 디렉터는 팝업 현장에서 "패션 전공자들에게 '무신사 장학생'은 꿈"이라며 "모두가 하고 싶어 할 만큼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다. 저도 학교에서 장학생 선발에 대해 알게 돼 지원했고, 뽑혀서 감사했다. 금액적인 부분 외에도 동대문 사무실 등 다양한 것들을 지원받았다"고 말했다.

남성복 브랜드 '유강'의 유강현 디렉터 역시 "성수동에서 팝업을 낸다는 것은 혼자 절대 하지 못하는 일"이라며 "이런 대규모 스케일로 론칭을 기념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무신사의 지원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3개 브랜드 모두 장학금을 제외하고 가장 큰 도움을 받은 부분을 '룩북'으로 꼽았다. Y2K 스타일 기반 여성 브랜드 포어링의 나예원·장채연 디렉터는 "룩북 하나를 찍기 위해 모델과 사진작가를 섭외하고 장소를 알아보는 등 발품을 팔아야 할 부분이 많다"라며 "동시에 룩북 컨셉도 정해야 하고, 섭외된 분들과 각각 금액적인 부분도 조율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무신사에서 전부 해결해 줬다"고 밝혔다.

유강의 유강현 디렉터. (사진=최수진 기자)

◆ 패션학도가 만든 무신사, K-패션 요람으로무신사는 한국 패션 시장을 이끌어갈 차세대 인재 양성을 목표로 2022년 장학 프로그램인 '무신사 넥스트 패션 스콜라십(MUSINSA NEXT FASHION SCHOLARSHIP)을 시작했다. 국내외 주요 대학 패션 디자인 전공자를 장학생으로 선발해 국내 패션 산업을 이끌어갈 예비 디자이너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고, 나아가 브랜드 패션 시장을 더욱 활성화하겠다는 철학에서 비롯된 결정이다.

특히, 무신사가 패션을 전공한 학생이 온라인 커뮤니티 ‘무진장 신발사진이 많은 곳’을 선보이며 시작된 기업이라는 점에서 패션 장학생을 통해 잠재력 있는 디자이너 양성이라는 패션 생태계 선순환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무신사는 패션 장학생으로 선발된 차세대 디자이너 인재를 위해 △교육 △실무 경험 △멘토링 △네트워킹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먼저 패션 브랜드 론칭을 희망하는 장학생들을 위해 브랜드 론칭에 필요한 사업계획 및 마케팅에 도움이 되는 강연과 교육을 제공합니다. 실제 장학생들이 마케팅, 홍보, 매출계획, 생산 및 원가관리 등의 사업 계획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왼쪽부터 김영규 디렉터, 나예원 디렉터, 장채연 디렉터, 유강현 디렉터. (사진=최수진 기자)

장학생으로 선발된 인원에게는 학업과 브랜드 론칭을 병행하며 준비할 수 있는 업무 공간으로 패션 특화 공유 오피스인 '무신사 스튜디오' 6개월 입주 혜택이 주어진다. 입주 기간 동안 장학생들은 다양한 인프라 공간 및 커뮤니티 프로그램 이용 혜택뿐만 아니라 입주사 브랜드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킹도 경험할 수 있다.

학생 입장에서는 실제 브랜드가 제품을 기획 및 생산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경험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무신사는 패션 장학생들이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방면의 경험을 쌓고 여러 업계 관계자들과 네트워킹을 쌓을 수 있도록 브랜드 팩토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패션 장학생들이 공간 기획, 디자인, 마케팅 등 전문성을 갖춘 무신사 임직원과 함께 브랜드 시즌 발매에 필요한 전 과정을 경험하면서 더 큰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라며, “독창적인 시각으로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인 무신사 패션 장학생의 ‘넥스트 인 브랜드’ 팝업 전시에서 패션 브랜드의 미래를 확인해 보길 바란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경비즈니스

최수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