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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보고서 “당 정체성은 특정이념 정당 아닌 국민정당” 언급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충남 아산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을 방문해 이동석 사장 등 현대차 관계자들과 아이오닉9 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논쟁적 규정이 조기 대선을 준비하는 여야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정책연구기관이 최근 ‘당의 정치철학은 중도진보’라고 밝힌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당의 중도진보 바탕에는 실용을 강조하는 ‘태도로서의 보수’가 깔려 있다고 설명하지만, 정작 이 대표 발언은 ‘이념으로서의 보수’ 논쟁으로 번지는 상황이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원장 이한주)은 지난해 11월 중순 ‘민주당의 역사와 정치철학’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A4 26쪽 분량의 연구보고서는 △민주당의 역사 △민주당 강령의 역사 △민주당의 정치철학 △경제·사회 기본정책의 변화 발전 △통일·외교 기본정책의 변화 발전 등을 통시적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1955년 창당한 민주당부터 신민당(1967년), 신한민주당(1985년), 새정치국민회의(1995년), 새천년민주당(2000년), 열린우리당(2003년), 민주통합당(2011년), 더불어민주당(2015년) 등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계보를 훑으며 당의 구성과 정치적 지향 변화 등을 살폈다.

당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이승만 정부 시절 민주당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정당이었지만 상당히 진보적인 면도 있었다…그때의 민주당은 당시의 시대적 여건을 감안했을 때 적절한 수준에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냈다고 할 수 있다”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가를 담았다.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뤄진 김대중 정부 때 새천년민주당에 대해서는 “‘제3의 길’의 전 세계 중도진보 혁신 노선 공조…온건한 진보세력부터 건전한 보수세력까지 망라하는 중도개혁 전국정당”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당 강령을 분석한 뒤 민주당의 정체성과 관련해 “특정계급과 특정이념의 정당이 아니라 처음부터 일관되게 ‘국민정당’을 대전제로 표방”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새천년민주당 이전까지 민주 대 반민주 구도에서 민주화를 대표했다면, 집권 이후 새천년민주당부터는 민주화 이후 개혁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새정치국민회의 당시 개정된 강령에서는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중도적 국민정당”이 포함됐다. 새천년민주당 강령에는 “개혁적 국민정당” “이념대립을 극복한 중도개혁주의” 표현이 들어갔다. 열린우리당은 창당선언문에서 “중도·건전 보수·합리적 개혁세력을 포괄하여 국민 다수를 대표하는 정치를 구현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개정한 강령에서 “모두 함께 행복한 나라” “기본사회” “통합의 국가”를 강조했다.

특히 보고서는 당의 역사와 강령을 두루 살핀 뒤 “민주당의 정치철학은 전 세계 중도진보 정당의 주류 노선”이라고 밝혔다. 미국 민주당의 사회자유주의, 독일 기민당의 질서자유주의, 보편 목표를 추구하면서도 시대에 맞춰 수단을 혁신하는 성찰보수주의가 깔렸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사회·정치적으로는 어떠한 형태의 독재도 배격하고, 경제적으로는 공정경쟁의 시장질서를 중시하고, 태도 측면에서는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융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정치철학을 ‘중도진보’라고 밝힌 것은 우클릭 과정에서 나온 이 대표의 ‘중도보수’ 발언과 충돌한다.

보고서 작성자인 이진복 민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정치학 박사)은 2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일단 민주당 강령에는 ‘개혁’ 등의 표현은 있어도 ‘진보’라는 표현이 들어간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 발언은 ‘이념으로서의 보수’가 아닌 ‘태도로서의 보수’, 즉 성찰보수주의로 이해한다”고 했다. “내란 사태 이후 보수정당이 극단화되니 헌정과 민주주의, 보편적 가치 등을 민주당이 지켜야 한다는 측면에서 ‘태도로서의 보수’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는 찬성하지만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고민을 반영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 대표 발언이 ‘이념 보수’를 지칭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양대정당 구도에서 보면 진보가 맞지만 조봉암 진보당, 민주노동당, 정의당, 현재 진보당 등의 역사와 시각에서 보면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리버럴 중도가 맞다”고 했다. “사회주의 정당이 없는 한국·미국 같은 경우에는 리버럴 정당인 민주당이 진보로 분류될 수 있지만 유럽에 가면 중도가 된다. 각 나라별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대표 발언은 당 정체성 논란으로 비화하고 있다. 상속세 완화에 이어 근로소득세 개편 가능성까지 내비친 이 대표는, 이날 현대차 공장을 방문해 기업 감세 방안을 새로 언급했다. ‘민주당=중도보수’가 정치적 레토릭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로 읽힌다.

민주당 상임고문인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적 특수성이 있어 중도파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해도 우리의 전통은 진보성에 있다”고 했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제가 알고 겪은 민주당은 한순간도 보수를 지향한 적이 없다”고 했고, 김두관 전 의원은 “민주당 70년 역사를 부정하는 말”이라고 했다.

반면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도 우클릭을 해서 집권했다. 항상 중도개혁을 표방한 중도보수였다. 지금 이 대표가 약간의 우클릭을 하는 건 대선 승리와 국민 통합을 위해 필요하다”고 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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