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여인형 위치추적 요청 받고 킬해” 檢조사서 진술
국수본 조정관에게 “‘액션 취하지 말라’고 지시”
국수본 조정관에게 “‘액션 취하지 말라’고 지시”
조지호 경찰청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조지호 경찰청장이 12·3 비상계엄 당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정치인 등 명단에 대한 위치 추적을 요청 받았지만 “내가 ‘킬’(Kill)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청장은 또 윤승영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이 “국군방첩사령부가 체포 활동에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 달라고 한다”고 보고하자 “‘액션’을 취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2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조 청장 조사에서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 조 청장은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무렵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인물들 이름이 담긴 명단과 함께 이들에 대한 위치 정보를 확인할 것을 요청받았다. 그는 “위치 정보 파악을 전달받고 내가 킬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조 청장은 또 윤 조정관이 “방첩사가 국회 주변 수사와 체포 활동에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 달라고 한다. 한동훈 등 체포조 5명을 지원해 달라고 했다”고 하자 “액션을 취하지 말고 대기하라”고 지시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수뇌부로부터 특정 인물 체포를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고 묵살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 청장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자신의 형사재판을 이유로 대부분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그는 ‘검찰에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으로부터 국회를 셧(shut)해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는데, 봉쇄해달라는 말 아니었나’라는 국회측 물음에 “제 언어로 그렇게 표현했을 가능성도 있는데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조 청장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다만 그는 “검찰 조사 때 변호인 입회하에 사실대로 말한 게 맞느냐”는 국회 측 대리인단의 질문에 “각 조서 별로 제가 그렇게 다 날인했다”고 인정했다.
주요 정치인들에 대한 체포조 운용 여부 및 국회 활동 방해 의혹은 이번 탄핵심판의 가장 큰 쟁점으로 꼽힌다. 앞서 헌재는 조 청장의 검찰 조서를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증거로 채택했다. 조 청장은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전 윤 대통령이 전화로 “국회 들어가는 국회의원 다 잡아. 체포해. 포고령 위반이야”라고 말했다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려 했다는 탄핵소추 사유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언으로 평가된다.
윤 대통령 측은 전날 탄핵심판에서 혈액암 투병 중인 조 청장에게 “경찰이나 검찰 조사 당시 섬망 증세가 있다거나 그런 건 없었나”고 물었다. 조 청장은 “구속영장 발부 후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다”면서도 “섬망 증상이 있다거나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