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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영 기자

“디스크가 심해 1년간 발생하는 병원비가 1200만원 정도예요. 보험료가 좀 나오지만 고정값을 고려하면 (저는) 갈아탈 이유가 없죠.”(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 A)

“실손보험 들고 여태 쓴 적이 없어요. 매년 보험료만 올라가서 부담입니다. 그렇다고 환승하려니 나이가 걸리네요. 앞으로 하나씩 문제가 생길 텐데 보장 높은 게 좋지 않을까 싶죠. (보험사가 제공하는) 인센티브가 어느 정도일지 두고 보려고요.”(1세대 가입자 B)

“어른들이 ‘1·2세대 실손보험은 그대로 두는 게 낫다’고 해서 보험료가 좀 올라도 유지하고 있었죠. 보장도 100세까지라고 하니까요. 그런데 재가입이란 설정이 있더라고요? 5년 뒤, 그러니까 2030년에 다시 실손보험에 가입해야 한대요. 지금 이용하는 상품이 아니라 4세대든 몇 세대든 그때 나온 상품으로요. 그럼 보장이 적어지잖아요? 도대체 왜 유지하고 있었을까요.”(2세대 가입자 C)

지난 1월 공개된 실손의료보험 개혁안(실손보험 5세대)을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보장성은 축소하고 보험사 이익만 대변”이라는 평과 “필수 의료 살리는 방안”, “과잉·남용 진료 막는 방안”이라는 평이 맞섰다.

5세대는 중증과 경증을 구분해 중증 중심의 상품을 내놓은 것이 핵심이다. 도수치료 등 남용이 심한 비급여 치료 일부에 표준 가격을 부과하고 본인부담률을 높여 의료 쇼핑을 근절하겠다는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국민 의료비 부담 가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 정책 시행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5세대, 중증·경증 구분이 특징

의료비 가운데 급여 항목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것이다. 환자 본인이 일부를 지불하고 나머지는 건강보험공단이 지원한다. 반면 비급여 항목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항목이다. 모든 의료비를 환자가 부담한다는 얘기다. 실손보험은 급여든 비급여든 ‘환자 부담 치료비’에 대해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가입 시기에 따라 1~4세대로 나뉜다.

앞으로 나올 5세대 실손보험은 중증과 경증 질환자로 구분해 자기부담률을 차등화한다.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보험사로부터 보상을 더 많이 받도록 하고 비교적 가벼운 질환의 보상은 줄이는 식이다.

특히 정부는 경증 질환자의 비급여 보장에 대해 큰 폭의 수정을 예고했다. 자기부담률을 30%에서 50%로 확대하고 보장 한도는 현행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줄이는 방안이다. 통원치료도 회당 최대 20만원에서 1일 20만원으로 보장 한도를 축소한다. 입원 치료도 회당 300만원의 한도 제한을 둔다. 반면 중증 가입자에게는 기존 보장 한도인 5000만원과 자기부담률 20~30%가 유지된다.

‘관리급여’로 과잉진료 해결?

과잉진료와 의료쇼핑으로 보험금 지급이 급증하며 제도 지속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당장 필요한 의료 행위는 아닌데도 비싼 비급여 항목을 이용하는 가입자들로 인해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이 늘어나고 있다. 4개 대형 보험사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의 상위 9%가 전체 실손보험금의 약 80%를 지급받고 있다. 반면 가입자의 65%는 지급보험금이 ‘0원’이다(금융위원회 ‘실손보험 개혁방안’).

정부는 ‘관리급여’를 신설해 비급여 진료 남용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항목은 확정되진 않았다. 비급여 중 진료비 규모가 큰 도수치료, 체외충격파치료, 영양제 주사 등이 관리급여로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관리급여로 선정된 진료는 건강보험공단 체계로 편입돼 가격통제를 받게 된다. 그간 이 항목들은 비급여다 보니 의사 재량권에 따라 값이 매겨져 병원마다 비용 차이가 컸다. 예컨대 도수치료 비용(2024년 기준)은 평균 10만원, 최고 28만원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도수치료 등 비용을 크게 낮출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지만 아직 정해진 건 없다.


그래픽=송영 기자

□ 도수치료 비싸지나

현재는 도수치료가 비급여로 진료비 전액을 환자가 부담한다. 이후 실손보험을 가입한 환자라면 보험사로부터 진료비를 보장받는다. 4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는 비급여 진료의 자기부담률이 30%다. 도수치료 비용이 10만원 나왔다면 3만원은 환자 본인이 내고 7만원을 보험사가 보상한다는 것이다. 자기부담률이 10~30%인 2·3세대 가입자는 1만~3만원만 부담하면 되고 자기부담률이 거의 없는 1세대는 약간의 통원비만 지불하면 된다.

도수치료가 관리급여로 선정돼 가격이 10만원으로 책정되고 높은 본인부담률(90~95%)이 적용된다면 병원에서 청구된 영수증(10만원)은 같지만 환자의 실제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관리급여 진료비 부담률을 건강보험 10%, 본인 90%로 가정하면 도수치료 비용 총 10만원에서 1만원은 건강보험공단이, 9만원은 환자 본인이 부담한다. 이후 환자가 실손보험을 청구하면 9만원 중 9000원(10%)만 보험사에서 보장해 환자가 부담하는 최종 비용은 8만1000원(90%)이 된다. 5세대는 경증환자 급여 진료비의 자기부담률을 건강보험 본인부담률과 동일하게 적용하기 때문이다(예정). 건강보험 부담률이 5%, 본인부담률 95%가 되면 총 10만원의 치료 비용에서 건강보험이 5000원, 환자 본인이 9만250원, 실손보험이 4750원을 부담하는 구조가 된다.

실손보험이 있더라도 도수치료의 경우(10만원 가정) 환자가 부담하는 최종 비용이 현재 1만~3만원에서 8만1000원이나 9만250원으로 뛰게 되는 셈이다. “정부가 나서 보험사만 배불려 주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래픽=송영 기자

□ 제왕절개 실손 청구 가능해질듯
비급여 항목 명칭·가격 표준화

보장 대상이 아니었던 임신·출산을 신규 보장 항목에 추가할 전망이다. 제왕절개, 유착방지제 등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이 높은 치료도 앞으로는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실손 청구가 많고 보험금 지급 분쟁이 빈번한 10대 비급여 항목은 금융당국의 분쟁 조정 기준을 신설한다. 10대 비급여 항목에는 △백내장 △비급여 주사제 △척추 수술 △재판매가능치료재료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항목에 대한 병행 진료(혼합진료) 금지도 추진한다. 미용·성형 목적으로 비급여 진료를 하면서 동시에 실손보험 청구를 위한 급여 진료를 함께하면 급여 진료 부분도 환자가 모두 부담하게 된다.

비급여 진료에 대해 가격과 명칭을 표준화한다. 예를 들어 일부 병의원에서 ‘신데렐라 주사’로 불리는 비급여 주사제를 주성분 기준으로 ‘티옥트산 주사’로 표기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 1·2세대 실손보험 재매입 논란

금융당국은 1세대와 2세대 일부(2013년 이전) 가입자들이 5세대로 갈아타도록 유도하는 ‘계약 재매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기부담금이 없거나 부담률이 낮은 1·2세대가 비급여를 남용해 보험금 누수를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비급여 의료비는 2014년 11조원에서 2023년 20조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전환율을 높이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매입 대상 실손보험 계약은 총 1582만 건으로 전체 실손의 절반가량(44%)이다. 이들은 재가입 주기가 없다. 해약 전까지 해당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가입자가 계약 상품을 바꿔야만 5세대로 전환된다.

5세대는 자기부담률이 높고 보장도 줄어들기 때문에 전환율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얼마큼의 보상을 하느냐가 재매입 규모를 가를 전망이다. 4세대 실손보험이 등장할 당시에도 납입보험료의 50%를 추가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했지만 갈아탄 가입자가 많지 않았다. 지난번보단 인센티브 규모를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법을 개정해서라도 강제전환시키겠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지만 논란이 일자 일단 ‘강제’라는 표현은 주워담았다.

□ 2세대 후반·3세대·4세대 가입자는 갈아타야 할까

2세대 후반 가입자부터는 재가입 주기가 추가됐다. 이들은 가입 후 15년(2세대 후반·3세대), 5년(4세대)이 지나면 현재 판매 중인 상품(현재는 4세대)으로 재가입하게 된다. 물론 해약도 가능하다.

2021년 4세대 가입자가 2026년 재가입 주기가 가장 먼저 돌아온다. 2세대·3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2028년부터 재가입 주기가 시작되고 마지막 가입자의 경우 2036년에 새로운 실손보험으로 갈아타게 된다.

4세대보다 보험료가 비싼 1·2·3세대 가입자가 장기간 계약을 유지하기 부담스럽다면 갈아타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다만 의료 이용이 많거나 나이가 들었을 경우 실손보험 환승에 신중해야 한다.


그래픽=송영 기자

□ 5세대 가격은 1만원 이하?

5세대는 가입자 자기부담금이 늘어나고 보장 범위가 크게 축소되는 대신 보험사들의 보장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가입자 보험료도 저렴해질 전망이다.

4세대 보험료가 1만~2만원 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5세대는 월 1만원 이하 보험료가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손해보헙업계 관계자는 “세대별 구분해 보험료를 산정하기 때문에 만약 실손보험 가입 후 보험금을 거의 청구하지 않은 우량 가입자들이 보험료가 저렴한 5세대로 전환한다면 남은 계약자들은 보험료 갱신 때 폭탄 수준의 보험료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4세대부터 할증·할인제도가 적용된다”며 “(4세대 이용 중) 보험금을 많이 받으면 5세대로 환승해도 할증제도는 이어져 보험료가 올라갈 수 있다”고 당부했다.

□ 실손이 필수의료 약화한다?

정부는 실손보험 개혁과 비급여 항목 관리가 필수의료 강화로 연결된다고 보고 있다. 피부과나 안과 등 비급여 진료를 주로 제공하는 과에 인력이 몰리는 반면 상대적으로 진료 수가가 낮은 소아과나 산부인과에서는 의사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돋보기
보험사 실적은 역대급

보험사들이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했다.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효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던 2023년보다도 당기순이익은 늘었다. 금융당국의 부채관리 강화 지침, 금리인하,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녹록지 않았던 경영환경 속에서 당초 시장이 우려했던 것과 상반된 결과였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순이익 2조2603억원을 냈다. 전년 대비 11.1% 증가하며 업계 1위를 공고히 했다. 한화생명은 전년 대비 4.85% 늘어난 866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삼성생명·한화생명과 함께 생명보험사 빅3인 교보생명도 지난해 3분기까지 별도기준 순이익 939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26.5% 늘었다. 보험손익(영업수익-보험서비스비용)이 46% 급증했다. 건강보험을 비롯한 보장성보험 포트폴리오를 늘린 결과가 실적으로 연결됐다. 교보생명은 아직 지난해 연간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3분기까지의 실적을 고려했을 때 업계에선 호실적이 점쳐지고 있다. 신한라이프(5284억원)와 KB라이프(2694억원)는 각각 11.9%, 15.1% 상승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손해보험사 이익도 크게 늘었다. 삼성화재는 14% 증가한 2조73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손보사 중 처음으로 순이익 2조원 시대를 열었다. 같은 기간 DB손해보험은 전년 대비 6.8% 늘어난 1조860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메리츠화재(1조7135억원), KB손해보험(8395억원)의 이익도 각각 9.3%, 17.7% 증가했다. 현대해상(8505억원)은 장기 보장성상품 등 판매 호조로 보험 수익이 늘면서 전년 대비 이익이 48.1% 급증했다.



김태림 기자 [email protected]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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