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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신작 ‘미키 17’ 개봉 앞두고 인터뷰]
“14쪽 소설 요약본이 시작… 22년 촬영 완료”
“죽는 게 직업 청춘 눈길… SF는 현실 돌아보게”
“원작 많이 바꿨으나 이야기 기둥 사랑은 유지”
"계엄으로 집단적 트라우마… 영화화보다 치유부터"
봉준호 감독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미키 17' 기자간담회에서 손을 들어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봉 감독은 "SF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야 한다"며 "'미키 17'의 미키는 청년세대의 고충과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연합뉴스


'미키 17'(28일 개봉)은 한국 영화사에 주요 이정표로 남을 할리우드 영화다. 한국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로는 제작비가 가장 많다. 봉준호 감독에게 의미가 남다른 영화이기도 하다. ‘기생충’(2019)으로 미국 아카데미상 4관왕을 차지한 후 처음 선보이는 신작이고, 우주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첫 영화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봉 감독을 만났다. 여러 인터뷰와 일정으로 지칠 만도 한데 그는 집중력을 잃지 않고 유머를 섞으며 조리 있게 새 영화에 대한 질문에 응했다.

"런던 배경 영화 접은 후 독특한 소재 매혹돼"

봉준호 감독이 배우 로버트 패틴슨과 함께 15일 오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75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스페셜 갈라 부문에 초청된 영화 '미키 17' 상영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베를린=AP 뉴시스


‘미키 17’은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시튼의 소설 ‘미키 7’(2022)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봉 감독은 "소설이 출간되기 전인 2020년 14쪽짜리 요약본"으로 원작을 접했다. "'기생충' 개봉 이전부터 준비하던 영국 런던 배경의 실화 소재 영화를 윤리적인 딜레마에 빠져 접은 후 허하고 허무할 때"였다. 봉 감독은 "(할리우드 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가 소재가 독특해 판권을 사 독특한 영화를 주로 만드는 제작사 플랜B에 보냈고, '옥자'(2016) 제작으로 인연이 있는 플랜B가 이상한 영화 많이 찍는 제게 건넸는데 제가 매혹된 거"라고 말했다.

'미키 7'은 우주 식민지 개척에 나선 우주선에서 위험한 작업을 하다 죽으면 바로 '프린트'(복제)돼 현장에 다시 투입되는 인물 미키를 중심 인물로 두고 있다. 복제로 나타난 7번째 미키가 주인공이라 제목이 '미키 7'이다. 봉 감독은 "프린트되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이의 심정은 어떨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영화화는 빠르게 진행됐다. 봉 감독은 “2021년 시나리오를 완성해 2022년 촬영을 완료했다”. 그는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피습 사건에서) 총알을 피하기 전,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기 전 시나리오대로 영화 제작이 끝났고, 재촬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봉 감독은 "시간표가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미키 17'이 트럼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많아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였다.

각색하며 원작과 많은 점이 달라졌다. 역사학자 미키는 마카롱 가게를 열었다가 망한 보육원 출신 '흙수저' 청년(로버트 패틴슨)으로 바뀌었다. 미키 동창으로 우주선에 동승하는 엘리트 비행사 베르토는 보육원 동기이자 마카롱 가게 동업자로 미키를 매번 이용하는 티모(스티븐 연)가 됐다. 우주선 지도자 예로니모 마샬은 아내 일파(토니 콜레트)와 함께 우주선에 탄 독재자 케네스 마샬(마크 러팔로)로 변경됐다.

봉 감독은 "영화 만들 때 (캐릭터)작명을 중요시 여기는데 축구선수 이름에서 따올 때가 많다"고 했다. 그는 "티모는 (독일 유명 축구 선수) 티모 베르너에서 가져왔는데 티모가 독일어로 사기꾼이라는 뜻이 있다"고 설명했다. 봉 감독은 "케네스는 더 정치인 같은 이름이라 사용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계 생명체 크리퍼는 원작에선 지네와 비슷한 모습으로 묘사되나 영화에선 둥글둥글한 모습이다. 봉 감독은 "크루아상과 아르마딜로에서 착안했다"며 "크루아상은 잘 보면 수축과 확장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듯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미키가 성장하는 내용, 그래서 성인 나이 18로"

'미키 17' 속 미키는 외계 행성에 도착한 후 우주선에서 먼저 내려 공기를 마실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미키 17' 제작비는 8,000만 달러 또는 1억5,000만 달러로 추정됐으나 봉 감독은 “순수하게 1억1,800만 달러가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는 "워너브러더스 책정 제작비는 1억2,000만 달러였다”며 "제가 스토리보드대로 워낙 후다닥 찍으니 200만 달러가 남았다"고 말하며 웃었다.

예산을 초과하지 않았다고 하나 1억 달러 넘는 제작비에 따른 흥행 부담은 크다. 봉 감독은 "지금 불안 초조 상태"라며 "온몸을 갈아 넣듯이 영화를 찍으니 매번 죽었다 다시 깨어나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미키처럼) '옥자' 때는 봉 6, '기생충' 때는 봉 7, 이번은 봉 8"이라며 "미키는 여러 번 죽어도 매번 무섭고 두려워하는데 저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영화에서는 소설 원작과 달리 미키가 10번 더 죽는다. 17번째 미키가 죽은 것으로 오인돼 미키 18이 복제되며 생기는 소동극은 미키의 '반란'으로 이어진다. 미키는 바이러스 생체 실험 등 갖은 험한 일로 죽다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하나 사람들로부터 천민 취급을 받는다. 봉 감독은 "조선시대 대장장이나 푸줏간 사람이 중요하고 필요한 일을 하면서도 박대받고 천시됐던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미키의 상황은 노동자가 죽으면 그 자리에 비슷한 이로 대체되기를 반복하는 것과 같다"며 "우주 식민지를 개척하는 미래에조차 인간은 지질하고 실수를 반복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SF는 미래든 외계든 현재 우리 모습을 반추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왜 하필 17과 18일까. 봉 감독은 "원작보다 많이 죽이려고 그랬다는 말이 있는데 그럴 바엔 미키 87, 미키 124로 했을 것"이라며 "착해 빠진 미키가 죽기를 반복하다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싶어서 18"이라고 했다. "18세가 성인이 되는 나이"라는 이유에서다.

"포크로 찍어 들이밀 듯하는 메시지 전달 싫어"

'미키 17'에는 봉준호 감독 이전 작품과 달리 남녀 사이의 로맨스가 주요하게 다뤄진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미키 17'은 계급과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들추고 기후 위기와 생태 문제를 아우르나 봉 감독은 '메시지 강박'을 경계했다. 그는 "관객이 2시간 동안 정신 없이 재미있게 보는 게 내 목표"라며 "메시지나 주제를 자꾸 포크로 찍어서 먹으라고 코앞에 들이미는 식은 정말 싫다"고 강조했다.

미키와 나샤(나오미 애키)의 사랑은 '미키 17' 이야기의 주요 동력이다. 둘의 사랑은 원작 그대로다. 봉 감독은 "사랑은 '미키 17'의 기둥, 척추 같은 것으로 원작에서 이것만큼은 바꾸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원작에서 나샤가 미키를 끝까지 지켜주려는 순간에 눈물을 많이 흘렸다"며 "가혹한 상황에 처해 멸시까지 받는 미키라는 청년이 끝까지 파괴되지 않는 건 나샤 때문"이라고 봤다.

예사롭지 않은 한국의 시국은 영화감독들에게는 좋은 소재거리다. 하지만 봉 감독은 "무엇이든 영화화하려면 최소한의 시간적 거리가 있어야 한다"며 당장 스크린으로 옮기는 건 불가하다고 봤다. 그럼에도 한국 현실에 대한 쓴소리는 잊지 않았다.

"국민들이 큰 상처를 받았어요. 정신적 집단 트라우마라 할 수 있죠. 42년 전 일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2023)을 볼 때조차 심장이 두근거리고 독재자 모습에 정말 치가 떨리는데, 갑자기 현실에서 그러니 너무 황당하고 너무 큰 트라우마죠. 빨리 치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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