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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논란 휩싸이면 남·여 잇달아 "사지 말자"
"Z세대의 형평성 촉구 욕구서 발현되는 현상"
"반대급부적 대응하는 성정치 현상 되면 소비자 피해"


2024년 11월4일 네이버 본사 앞서 벌어진 '네이버 웹툰 불매' 트럭 시위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인균 인턴기자 = 젠더 갈등이 또다시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X(엑스·옛 트위터)에 29만5천여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여성 인플루언서 A씨는 LG생활건강과 광고 계약을 맺고 지난 7일 '발을씻자' 사용 후기글을 올렸다.

그러나 이 광고글은 닷새만인 12일 삭제됐다. A씨가 과거 "키 160 이하 남성은 소개팅 받지 맙시다"라는 글을 남긴 게 발단이었다.

이를 문제 삼은 남성 누리꾼들이 "광고 주는 것도 성향 안 보고 주나보네", "인플루언서 옛날 글 보고 엘지생건 불매하기로 했다" 등 불매 관련 글을 커뮤니티에 올리자 LG생활건강은 A씨와 광고 계약을 철회했다.

A씨의 '발을씻자' 광고글
[X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LG생활건강은 '발을씻자' 공식 엑스 계정에 "검색을 통해 커뮤니티 글을 인지했고 놀란 마음에 해당 계정과 협의 뒤 광고를 당일 삭제했다"고 밝혔다.

또 고객센터 게시판에도 사과 공지를 게재하며 "당사는 어떠한 형태로든 사회적 혐오, 편견, 차별로 갈등을 조장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한다"고 해명했다.

A씨도 입장문에 "믿고 맡겨준 광고에 잡음을 낸 게 미안했고 조용히 사태를 수습하고 싶었다"면서 "이 사건으로 피해를 볼 직원이 분명 존재할 것이기에 이게 답이라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2월 12일 LG생활건강 입장문
[X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양측의 사과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이번에는 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또 다른 불매 운동이 이어졌다. LG생활건강이 유독 남성 비하 논란에만 선택적으로 대처한다는 주장이다.

불매 기업을 업종별로 정리한 리스트를 공유하는가 하면, 대체품을 소개하며 불매를 독려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엑스 이용자 'pap***'는 "주된 구매층도 아닌 남성들의 의견에만 귀 기울인다"고 썼고, 'yy***'는 "엘지생활건강이 말하는 고객에 여성은 없나"고 지적했다.

[연합뉴스TV 제공.]


젠더 갈등에 따른 불매운동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는 네이버 웹툰에서 아마추어 웹툰 1차 심사를 통과한 '이세계 퐁퐁남'이 성차별적 표현을 담았다는 이유로 네이버 웹툰에 대한 불매 운동이 벌어졌었다.

이 웹툰은 연애 경험이 많은 여성을 배우자 남성이 마지막으로 설거지한다는 뜻이 담긴 여성 혐오 표현 '퐁퐁남'을 그대로 써서 비판을 받았다.

이용자들은 네이버 웹툰 측이 남성 비하 표현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대처를 한다고 지적하며 네이버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에 나서는 등 불매 운동을 벌였다. 네이버 웹툰은 그에 앞서 남성 비하 표현으로 알려진 집게손가락 장면을 수정해 이른바 '손가락 검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 불매 운동의 여파는 메가MGC커피와의 협업 상품 판매까지 번졌다.

지난달 메가MGC커피는 "네이버 웹툰 불매운동 이슈가 지속돼 불매운동과 직접 연관이 없는 당사의 '가비지타임' 상품 판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네이버웹툰 측과 상황 해결을 위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복되는 불매 운동 양상을 두고 소비자가 지닌 젠더 감수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센터분석센터 연구위원은 21일 "특정 성별에 한정되지 않고 Z세대가 지닌 형평성의 촉구 욕구에서 발현되는 현상이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젠더, 인종, 환경 등 사회 평등 이슈에 민감하기 때문에 이들을 타겟팅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는 더더욱 사전 체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메가커피 홈페이지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젠더 갈등이 소비자 운동의 주축이 된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진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여성들이 반발한 이유를 면밀히 듣고 전문가로 구성된 젠더위원회를 구성해 기업이 리스크에 대응해야 한다"면서도 "불매 운동이 단순히 반대급부적으로 대응하는 성정치 현상이 되면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젠더 이슈가 중요한 가치임에는 분명하지만, 직원이 의도를 가지고 젠더 갈등을 일으킨 게 아니라 실수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면 해당 기업을 용서해 주는 것도 성숙한 소비자의 태도"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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