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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바뀐 줄 모르는 진보 꼰대들이 요즘 2030 남성을 경멸한다는 게 새삼스러운 뉴스는 아니다. 그렇더라도 얼마 전 파문을 일으킨 박구용(57) 전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의 2030 비하 발언은 그가 20대 학생을 가르치는 전남대 철학과 교수라는 점에서 놀라웠다.

박 전 원장은 지난 8일 유튜브에서 2030세대의 보수화와 관련해 “그들을 우리 편으로 끌어올 것이 아니라 그들을 어떻게 하면 소수로 만들 것인가를 (연구)해야 한다”며 “지금은 그들 스스로 말라비틀어지게 만들고 고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수화된 2030세대는) 사유(思惟)는 없고 계산만 있다. 충돌하는 자아가 있어야 건강한 자아인데 이건 고쳐지지 않는다. 희망을 갖지 말라”고 말했다.

지난 8일 유튜브 채널 '정치오락실'에 출연한 박구용 전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 유튜브 캡처

그는 지난해 12월엔 윤석열 대통령 탄핵집회에 젊은 남성이 별로 없다는 점을 거론하며 “2030 남성들에게 알려주려고 한다. 여자분들이 집회에 많이 나온다고 하더라”고 해 물의를 빚고 사과한 적이 있다. 2030 남성을 본능만 좇는 단세포적 존재로 취급한 것이다. 민주당 교육연수원은 200만 명이 넘는 권리당원의 교육을 담당하는 기구다. 박 전 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직접 낙점한 인사라고 한다. 박 전 원장은 당원들에게도 2030 남성은 고사(枯死) 대상이라고 교육했을 것 같다.
진보 꼰대, 보수화한 젊은 남성 맹비난
2030은 ‘남성=기득권’ 도식에 반발
고립시킬 게 아니라 불만 들어줘야

자신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박 전 원장은 지난 12일 사퇴했지만 그런 인식은 진보 진영에 만연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호위무사 격인 유시민 전 의원은 2023년 유튜브에서 2030 남성의 대표 커뮤니티인 ‘에펨코리아’를 거론하며 “나는 ‘니들 쓰레기야’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극언을 퍼부었다. 유 전 의원이 2030 남성을 쓰레기로 치부한 건 지난 대선에서 2030 남성들이 이재명 후보보다 윤석열 후보를 더 지지했기 때문이다.

2019년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20대 남성층에서 당 지지율이 하락한 데 대해 “이분들이 학교 교육을 받았을 때가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다”며 “그때 제대로 된 교육이 됐을까 하는 생각을 먼저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도 당시 많은 비판을 받긴 했지만, 그나마 젊은 남성도 교육을 잘하면 달라질 것이란 전제는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아예 ‘교화(敎化)’는 접고 말려 죽이자는 수준까지 나갔다.

2023년 9월 22일 노무현시민센터 개관 1주년을 맞아 유튜브 채널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에 올라온 '불어온다, 청년의 바람' 영상. 왼쪽부터 노무현재단 황희두 이사, 유시민 전 이사장, 조수진 이사. 유튜브 캡처

하지만 미래의 주역들을 말려 비트는 건 올바르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역사의 무대에서 먼저 퇴장하는 건 언제나 꼰대 쪽이다. 40대 이상에선 성별에 따른 정치 성향 차이가 별로 없는데 2030세대에선 그게 두드러진다면 결국 이들에겐 젠더(gender) 정치가 무척 중요하다는 의미다.

꼰대들은 문제의식조차 없지만 2030 남성에겐 부조리로 느껴지는 젠더 이슈가 수두룩하다. 대표적인 게 징병제다. 엄연히 헌법은 국방의 의무가 ‘모든 국민’에게 있다고 했지 ‘모든 남성’에게 있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여성들은 군대에 안 가나? 전투가 어려우면 사회복무요원이라도 하면 되는데? 또 지난해 서울지역 약대 입학 정원이 638명인데 이 중 여대 몫만 320명이다. 서울 지역 약대 진학이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건 공정한가? 이런 식의 불만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정작 남성의 기득권을 누린 건 꼰대들이고 2030은 누린 게 쥐뿔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계속 자신들을 기득권으로 간주하니 반발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진보 진영은 “남성의 원죄 때문이니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 왔다. 그러니 2030 남성이 우경화됐다면 그건 좌파에서 희망을 찾지 못해서이지 사유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올바른 정치가 할 일은 2030 남성의 불만을 들어주고 합리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 나아가 젠더 갈등을 어떻게 줄일지 고민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말라비틀어지게 하는 게 아니라.

김정하 논설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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