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빈니차 지역에서 참전 군인들을 위해 활동하는 비정부기구 `베테랑 허브\' 직원들이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7일자로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원조를 동결했고, 개발처의 주요 수혜자인 우크라이나 비정부기구들은 생존을 위해 새로운 자금을 찾느라 애쓰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의 해외 원조가 끊기고 일주일 뒤 프로젝트 6개가 그대로 중단됐다.”
우크라이나 인권센터(ZMINA) 소속 알료나 루뇨바 변호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해외 원조 프로그램 지출을 90일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직후 벌어진 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를 추적하고 점령지 주민을 도와주는 이 단체는 예산의 30% 이상을 미국 국제개발처(USAID)를 포함한 미국 정부에서 지원받는다. 루뇨바는 지난 13일 한겨레와 한 화상 인터뷰에서 “우리 단체는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기관들에 비하면 상황이 나은 편”이라며 “하지만 1월28일 보조금을 받는 모든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통지를 받았다. 이후 협력 관계에 있는 단체 등에 돈도 주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몇 시간 만에 단행한 해외 원조 중단의 여파는 미국의 인도적·경제적 원조를 가장 많이 받는 우크라이나에 가장 크게 미치고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뒤 우크라이나는 미국 국제개발처를 통해 340억달러(약 49조원) 이상의 비군사적 지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루뇨바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변화가 예상되긴 했지만, 어느 누구도 이 정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모두가 충격을 받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원조 중단은 단체의 개별 활동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국제기구나 다른 비정부기구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일하는 단체들도 연쇄적인 피해를 받게 된다. 루뇨바는 “미국 국제개발처에서 80~90%가량 지원을 받는 파트너가 있는데, 이들은 모든 활동을 멈췄다”고 했다. “전쟁 이후 전쟁 포로와 실종자들의 가족 등을 지원하는 단체들이 많이 생겼는데, 재정이 열악한 신생 기관들은 타격이 더 크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프로젝트의 우선순위를 정해 국가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전선에서 돌아온 병사들을 위한 재활 프로그램이 주요 지원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국제개발처 지원 중단은 민간단체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지방정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이줌은 2022년 러시아에 점령됐다가 해방되면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이줌 당국은 도시 재건 과정에서 전력망 공급 지원 등을 미국 국제개발처에서 받고 있었지만, 트럼프 집권 이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