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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제철공장에 철근이 쌓여 있다. 뉴스1

대기업과 비교해 중소기업은 환경 변화에 대처가 어렵다. ‘리스크 관리’에 투입한 재정도, 인력도 부족해서다. 길어진 경기 침체로 체질이 약해진 중소기업은 최근 환율 급등과 근로시간 제약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트럼프발 강달러 압박과 불안정한 국내 정세 영향으로 원화가치가 하락한 데다 관세 장벽의 나비효과로 중소기업들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올해 1월 1일부터 30인 미만 사업장까지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면서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환율·관세·주 52시간제의 3중고가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주 52시간, “애초에 지킬 수 없는 법”
한 선박 부품 제조 중소기업의 공장 모습. 중앙포토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한 기계 제조업체는 요즘 야근비를 백화점 상품권으로 준다. 공식적으로 급여 처리를 하지 못해 비공식 수당으로 상품권을 지급하는 것이다. 올해부터 30인 미만 사업장까지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면서다.

주 52시간제로 인해 근로자가 초과 근무를 실시할 경우 ‘특별 연장 근로’를 신청해야 하는데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행정 처리가 너무 까다롭다는 것이 이 회사 대표의 설명이다. 특별 연장 근로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재해‧재난, 인명‧안전, 업무량 폭증, 연구‧개발 등 분야에서 ‘특별한 상황’에 처했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그렇다고 직원을 더 뽑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발주처가 요구하는 물량이 그때그때 다르고 평상시와 마감 기간의 업무량이 크게 차이나기 때문이다. 지금은 납기일을 맞추려 20여 명의 직원이 두 달째 야근을 하고 있지만 그 전까지는 일이 없어서 1시간 일찍 퇴근해왔다.

이 회사 사장은 “일감이 몰리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야근을 하겠다며 상품권을 수당으로 달라고 했다”며 “상호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되지만 혹시라도 누군가 빌미 삼아 신고하면 법적 처벌을 받는 건 아닌가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 있어야 하는 특별 연장 근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받기 어렵다고 하더라”며 “애초에 지킬 수 없는 법을 만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조인호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장은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대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의무를 강제했다”며 “실질적 의무 이행이 어려운데도 ‘1년 이상 징역’의 하한형을 규정한 것은 과도한 처벌”이라고 말했다.



둘 중 한 곳, “환손실 무방비”
차준홍 기자

대기업의 경우 환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선물환 거래 등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환율 변동에 직격탄을 맞는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둘 중 한 곳(49.3%)은 환율 리스크 관리를 따로 하지 않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중소 제조기업의 영업이익에 환차손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25%에 이른다. 원·달러 환율이 1% 상승하면 중소기업의 환차손은 약 0.36% 증가한다. 수익이 악화된 기업이 인건비와 원자재값을 아끼고 투자를 축소하면 이는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중기 위한 안전망 필요”
기업들은 안전망이 없는 중소기업의 상황을 고려해 제도와 지원책을 다시 짜야 한다고 지적한다. 직원 30여명 규모의 한 제조기업 대표는 “당장 일할 사람도 부족한 중소기업이 한두달 납기일에만 근무할 추가 인력을 어떻게 구하겠냐”며 “주 52시간이 아니라 한 달, 1년 평균으로 근무 시간을 계산하는 등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정책도 환율·관세 피해기업에 대한 일시적 금융 지원이 아닌 경쟁력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는 “필요할 때 저리 대출을 제공해주는 것도 좋지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에 쓰는 비용을 안정적으로 지원해 주는게 결국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위기관리에 대한 중소기업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영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손실에 대비하는 금융상품이 있어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가입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환손실에 대한 인식이 낮은 기업이 정보를 얻고 위기에 대비할 수 있도록 교육과 예산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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