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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려 인근에서 탄핵 반대 단체의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손팻말을 은행 유리창에 갖다댄 채 대화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

“흥분한 사람 3명이 갑자기 길을 막고 침을 튀며 말했어요. ‘고투홈’, ‘짱깨’, ‘이재명’ 같은 말이 기억나요.”

중국인 유학생 ㄱ씨는 지난달 4일 서울 한남동을 지나가다 낯선 사람으로부터 폭언을 들었다. 한국인 친구와 서로의 언어를 가르쳐주는 ‘언어교환’ 활동을 한 뒤, 평소처럼 중국어로 농담을 나누며 이태원역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빨리 그곳에서 벗어나야겠단 생각에 친구랑 역까지 숨도 안 쉬고 달려갔어요.” 그날은 한남동 관저 주변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약 3만5천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여 체포 저지 집회를 연 날이었다. 집회 곳곳엔 ‘CCP(중국공산당) 아웃’ 등이 적힌 손팻말이 함께 흔들렸다.

12·3 내란사태 이후 윤 대통령 쪽과 일부 여당 의원들이 ‘부정선거 중국 개입설’, ‘탄핵 촉구 집회 중국인 조직적 참여설’ 등 황당한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 가운데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위협을 가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혐오에 노출된 중국인들은 20일 한겨레에 ‘숨고, 피해 다니는’ 숨죽인 일상을 전하며 두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지지자 집회 현장 주변이 일터이거나 생활 공간인 이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한층 크다. 헌법재판소 주변 음식점에서 일하는 중국 동포 허아무개(54)씨는 “60~70대로 보이는 남자가 식당에 와서 내 말투를 듣고 중국 출신 아니냐며 ‘부정선거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주변에서 말려주긴 했지만 무서웠다”며 “출퇴근길에도 집회에서 중국 사람들을 상대로 ‘척살’, ‘밟아’ 하는 소리가 자주 들려서 그쪽을 최대한 피해 다니고 있다”고 했다.

유튜브와 엑스(X·옛 트위터) 등에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 장소 주변에서 중국인을 위협하는 끔찍한 영상이 다수 전해진다. 집회 장소로 휩쓸려 온 것으로 보이는 중국인 여성 2명을 밀치거나, “이얼싼쓰 해봐”라고 윽박지르며 조롱하는 식이다.

한층 큰 문제는 부당한 혐오에 맞서는 순간, 더 큰 위협이 들이닥친다는 점이다. 엑스에서 본인의 어머니가 중국 동포임을 밝힌 한 누리꾼은 “혐오 표현을 멈춰달라”는 취지의 글을 작성했다가 1시간 동안 100개 넘는 모욕성 메시지를 받았다. “파묘(과거 쓴 글을 조사해 중국과 연관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하겠다”, “목 닦고 기다려라” 등 극단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은 글들이었다. 전춘석 안산귀재한동포총연합회장은 “중국 출신 동포들에게 (시위 장소에) 절대 가지 말고 참여할 생각도 하지 말라, 반역자로 몰리면 힘들어진다고까지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이주민 인권을 옹호하는 한국인이 표적이 되기도 한다. 이진혜 변호사는 ‘중국인 혐오를 멈추라’는 내용의 칼럼을 쓴 뒤 회사와 약력 등을 뒷조사한 게시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신상털이’를 겪었다. 이 변호사는 한겨레에 “점점 더 이주민 인권을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될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욱연 서강대 교수(중국문화학과)는 “과거 중국을 싫어하는 정서가 사드나 문화 갈등 등 특정한 이슈를 중심으로 나타났다면, 최근에는 근거 없는 사실에 기반해 중국인 그 자체를 혐오하는 데까지 나아간 상황”이라며 “이성의 영역을 넘어 종교의 영역에 가까워 설득이 쉽지 않고, 행동 또한 한층 격렬하다”고 짚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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