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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금장 클래식 숄더백의 S급 짝퉁. 정품과 거의 차이점을 찾아볼 수 없다. 문희철 기자

20일 오전 서울시 남산별관 3층 교육장. 가로 1.5m 세로 0.5m 길이의 2인용 테이블 10개에 1200여개의 가죽제품·의류가 빼곡히 늘어서 있었다. 평소 연단으로 쓰는 6m 길이의 바닥엔 신발·가방이 가득했다. 모두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 동안 추적·조사한 끝에 한 매장에서 압수한 위조상품이다.

바닥에 놓인 샤넬 가방을 꼼꼼히 살펴봤다. 진짜 샤넬이 아니라 이른바 ‘짝퉁’이라고 불리는 위조 상품이다. 가죽 질감은 균일했고 색상은 산뜻했으며 박음질은 올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살짝 무게감 있는 버클을 돌렸더니 가죽 안쪽에 금색 브랜드 로고가 보였다. 로고의 크기·위치만 보면 누가 봐도 1000만원을 넘나드는 샤넬 금장 클래식 숄더백이었다. 짝퉁 중에서도 최상급 품질을 자랑하는 이른바 ‘S급’이다.

제품이 워낙 다양해 서울시는 마네킹을 가져다가 각종 짝퉁 제품을 입히거나 걸쳐놨다. 고야드·샤넬·루이뷔통 지갑(461점)·가방(434점)과 몽클레르·캐나다구스 의류(31점) 등이 눈에 띄었고, 까르띠에 등 시계(125점)와 반클리프아펠 등 귀걸이(47점)도 있었다. 만약 정품이었다면 소비자가 기준 38억2000만원의 가치가 있었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 조사관들이 압수한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문희철 기자
명동 비밀매장 급습한 민생사법경찰국
서울시 남산별관에 서울시가 전시한 위조 시계. 문희철 기자

서울시는 중구 명동 일대에서 위조 상품을 판매한 일당을 형사입건하고 1200여개의 위조 상품을 압수 조치했다. 이 상품을 판매한 이들은 명동에서 비밀 매장을 운영했다. 겉으로 보면 평범한 매장이지만, 벽으로 위장된 곳을 누르면 벽이 열린다. 이곳의 계단을 따라가면 100㎡(약 30평) 크기의 비밀 매장이 등장한다.

박진희 서울시 상표수사팀 수사관은 “비밀 공간은 마치 쇼핑센터처럼 위조 상품을 진열해뒀다”며 “비밀 공간 내부는 짝퉁 제품에 관해서 설명·상담을 하거나 편리하게 짝퉁 상품을 착용할 수 있도록 가죽 소파까지 마련해뒀다”고 기억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피의자들은 매장에는 진짜 명품을 전시했다. 또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인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일어 등 외국어로 짝퉁을 홍보했다. 실제로 소셜미디어를 보고 찾아온 외국인에게만 비밀 통로를 통해 비밀 매장으로 이동해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했다.
벽으로 위장한 비밀통로. 여기로 들어가면 비밀 매장으로 통하는 비상계단이 나온다. [사진 서울시]
이 상품을 판매한 피의자는 이미 명동 일대서 상표법 위반으로 다섯 차례나 수사를 받았던 인물이다. 비밀창고에서 덜미가 잡히기 전까지 단속을 피하고자 장소를 세 번 바꿔서 영업했고, 통장·사업자등록도 타인 명의를 이용했다.

전혁 서울시 상표수사팀장은 “처벌 전력이 있는데도 지속해서 위조 상품을 판매한 건 판매 이익보다 벌금이 미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시가 이번 수사로 확인한 피의자의 짝퉁 상품 판매 금액은 최근 1년 동안 약 2억5000만원이다. 순이익으로 따지면 1억5000만원 정도라는 게 서울시 추산이다. 그가 6년 동안 비슷한 방식으로 영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억대의 부당이익을 취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그간 납부한 벌금은 1200만원에 불과하다.
서울 중구 명동 비밀 매장에 판매했던 머플러와 시계 등 위조 상품. 외국인 관광객들은 쇼파에 앉아 기다리거나 제품을 착용할 수 있었다. [사진 서울시]
벽으로 위장한 공간서 억대 부당이익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이 압수한 짝퉁 신발. 문희철 기자
위조 상품을 유통·판매·보관하는 행위는 상표법 제230조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는다. 결정적인 증거와 함께 짝퉁을 신고한 제보자도 ‘서울시 공익제보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최대 2억원 이내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은 지난해 상표법을 위반한 125명을 형사입건하고, 정품 추정가 215억원 상당의 위조 상품 1만6000여점을 압수했다.

최원석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장은 “최근 명동·동대문 등 서울 주요 관광지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위조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가 증가하고 있다”며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국가의 품격을 훼손하는 상표법 위반행위를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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