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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인권네트워크가 1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연 '출입국항 난민신청자의 인권침해 인권위 진정 제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서원 기자
" 여덟 달 내내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 하나를 입고 버텨야 했습니다. 결국 쓰레기통에 버려진 옷을 주워다 입기에 이르렀습니다. " 에티오피아 국적의 A씨(33)는 종교 박해를 피해 지난해 6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평생 지워지지 않을 큰 상처를 입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달 초 정식 입국허가를 받기 전까지 “세관 문제를 이유로 위탁수하물을 되돌려받지 못했다”며 “인권침해가 크다”고 호소했다. 19일 공익법단체 두루의 이상현 변호사를 통해 A씨와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A씨가 한국 땅을 밟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출입국 공항·항만에서 난민 심사를 받으려는 외국인들은 정식으로 난민 신청을 하기 전 난민 신청 자격이 있는지 판단하는 ‘회부심사’를 거치게 된다. 조사 과정에서 난민 신청자는 법무부에 신분을 증명하는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 하지만 항공보안법과 관세 등을 이유로 수하물을 공항 안에서 받지 못하면서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다. 난민인권센터에 따르면 이 때문에 본국 내 경력 증명서 등이 수하물에 보관돼 있는데도 제출을 못 해서 불회부 결정을 받는 이도 있다고 한다.

A씨도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난민 인정 신청에 명백한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불회부 결정을 통보받았고, 이를 취소하기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공항 내 출국 대기실 등에서 장기간 체류하는 ‘공항 난민’이 됐다. 이 과정에서 난민 신청자들은 출입국 심사 조사 관행에 따라 휴대폰도 임의제출하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가 일어난다는 게 난민인권센터 측 설명이다. A씨는 “그들이 휴대폰을 가져가서 사생활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열람을 동의한 적 없는) 개인 정보를 들여다본 걸 알게 된 후 매우 충격받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면회가 제한돼 종교적 자유가 박탈당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오리엔트 정교회 신자인 A씨는 “반년 넘게 공항 밖에도 나가지 못하고 신부의 방문 신청도 거부 당해 크리스마스에도 미사 참례를 못 했다”며 “내 생애 가장 불행했던 크리스마스였다”고 했다. 김주광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변호사와 본국 영사만 접견을 허용해주는 위법한 실무 관행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이 같은 출입국 공항·항만에서 난민 신청자에 대한 인권침해가 심각하다고 보고, 이날 A씨를 포함한 난민 신청자 8명의 이름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난민 지위를 신청하는 외국인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지난해 기준 난민인정심사 회부 건수는 288건 중 67건으로 전체의 22%에 불과하다.

김 변호사는 “휴대폰 임의제출 조사 과정에서 난민 신청자가 열람을 동의했다고 볼 수 없는 범위에서 수집된 자료들이 불회부 결정의 결정적 증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행정소송을 통해 이 자료는 불회부 결정의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없음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하물에 접근할 수 없는 조치도 명백한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출입국 당국은 문제를 시정하고 인권침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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