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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료·생활 서비스 제공
요양시설 포함 거주지 입주자
65세 이상 노인 중 0.1%뿐
낙상 우려땐 퇴거 통보도
고가 주택 아니어도 물량 부족


서울 광진구 ‘더클래식500’은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실버 타운’ 가운데 최고 시설 중 하나로 꼽힌다. 호텔과 로비를 공유하는 화려한 내부시설은 물론 각종 의료혜택과 커뮤니티 시설, 문화·체육 활동 등으로 각종 언론에 일찌감치 소개되기도 했다.

이용료는 저렴하지 않다. 부부가 함께 입주할 경우 보증금 10억원에 월 175만원이 이용료로 나간다. 여기에 공동관리비, 세대관리비, 의무식사 등 명목으로 매달 500만원 이상의 비용이 추가로 든다. 더 클래식500 건물 1층 커피숍에서 만난 입주자 A씨(78)는 “골프모임이 잘 형성돼 있어 라운딩도 자주 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고가 실버주택인 서울 광진구 ‘더클래식500’ 내 주거시설. 더클래식500홈페이지


경제적 여유가 있어도 이곳에 평생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낙상위험이 있는 입주민은 나가야 한다. 의료분과위원회가 주기적으로 입주민에 대한 평가를 진행해 낙상사 우려가 있는 입주민에게는 퇴거 통보를 한다. 이 점은 입주계약서에도 명시돼 있다. 상대적으로 건강하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노인만 이곳에서 살 수 있다는 얘기다.

한 관계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지만 골프채도 못 잡는 어르신들에게 그런 프로그램이 더이상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했다. 실제 낙상위험 등 사유로 퇴거통보를 받은 입주민 중에는 ‘갈 곳이 없다’며 나가기를 거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또다른 관계자는 “거동이 불편한 사실을 숨기고 거주하는 분도 있다”고 귀띔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지난 2001년 설립한 삼성노블카운티도 노인이 건강할 때 들어와 24시간 돌봄이 필요할 때까지 머물 수 있는 대표적인 실버타운이다. 입주자들은 개별 세대에 거주하면서 다양한 문화, 의료, 생활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야간에는 응급 당직 간호사가 있어 만약의 상황에도 대비가 가능하다. 스포츠센터와 문화센터는 입주민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다. 자칫 님비(NIMBY·혐오)시설로 비쳐질 수 있는 실버타운이 지역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 든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건강이 악화돼 더이상 혼자 생활이 불가능한 입주민도 계속 머물 수 있도록 별도 요양시설을 갖춘 ‘프리미엄층’을 운영하고 있는 점이다. 물론 추가비용이 들어간다.

<실버타운 간 시어머니, 양로원 간 친정엄마> <실버타운 사용설명서> 등을 쓴 이한세 박사(스파이어 리서치&컨설팅 대표)는 “실버타운 운영자도 입주자와 정이 들었는데 ‘아프시니까 이제 나가세요’라고 말하는 게 쉽지 않다”며 “그러다보니 삼성노블카운티처럼 기존 실버타운에는 없던 요양원을 실버타운 내에 추가로 만드는 곳이 곳곳에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케어닥케어홈 배곧신도시점’ 입주자들이 문화프로그램 운영사의 건강 강의를 듣고 있다. 시니어주거 상품 개발 회사인 케어닥이 만든 ‘케어닥케어홈’은 실버주택으로 분류되지만 돌봄 기능을 강화해 요양시설의 성격도 띤다. 류인하 기자


문제는 돈이다. ‘더 클래식500’이나 ‘삼성노블카운티’는 저렴한 곳이 아니다. 가격면에서 전체 실버타운 중 상위 1%에 해당한다. 베이비부머의 맏이세대가 올해 70세에 접어든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넉넉하더라도 20년 혹은 그 이상 남은 생을 고가의 실버타운에서 월 500~700만원씩 내며 거주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전미자 복지환경디자인연구소 이사장은 “장기적으로 30년 이상 살 수도 있다고 가정하고 소비패턴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가의 실버타운만 있는 건 아니다. 종교재단에서 운영하는 저렴한 실버타운에서부터 중저가 실버타운도 있다. 경북 김천 ‘월명 성모의집’은 입주보증금 6000만~7000만원에 1인 기준 월 88만원이면 생활이 가능하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산하 사회복지법인인 바오로복지재단에서 운영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경북 거주민이 아니거나 종교가 다를 경우 선택지에 넣기는 쉽지 않다.

한국 최초 실버타운인 ‘유당마을’은 가격면에서는 중·고가 시설에 해당한다. 구축·신축에 따라 보증금이 최저 1억3000만원에서부터 최대 4억2000만원까지 다양하며, 월 비용은 1인 기준 222만~252만원(의무식 90식 포함) 선이다. 도심의 대표적인 실버타운인 서울 시니어스타워(서울·강남·가양·분당·강서·고창) 도 1인 기준 월 250만원 중반에서 300만원 초반대에 월 비용이 형성돼 있다.

다만 현재 베이비부머가 갈 수 있는 실버타운 선택지는 많지 않다. 원하는 실버타운이 있더라도 원하는 시기에 입주가 가능한 상황도 아니다. 통상 이르면 60세~65세 전후로 입주가능 연령이 정해져 있고, 일부 실버타운은 70대 후반에서 80대로 넘어가면 입주 자체를 거부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만 65세 이상 인구는 1024만4550명이다. 전체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단 1%만 실버타운 입주를 원해도 10만 명이 넘는 입주민을 수용할 시설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현재 실버타운에 거주자는 전국에 약 1만여 명 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방은 비교적 공실이 있는 편이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대기자만 두자릿 수인 곳도 있다.

건설사나 제약회사, 금융기관 등에서 실버타운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하는 사람’ 대비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비교적 적극적으로 실버타운 건설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올해만 서울 강서구 마곡동 VL르웨스트를 비롯해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등 신규 실버타운이 입주를 시작한다.

이한세 박사는 “나이, 건강상태, 성향, 원하는 거주지, 경제력, 배우자 여부 등을 두루 살펴서 실버타운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입주민 간 교류 활동이 많은 실버타운의 경우 내향적이고, 혼자 지내는 게 편한 입주자들은 적응하지 못하고 퇴소하는 경우도 있다. 실버타운에 거주하다 건강이 나빠져 낯선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가는 게 꺼려진다면 실버타운과 요양시설이 함께 운영되는 곳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 박사는 “최근들어 실버타운 가운데 며칠 살기, 한 달 살기 등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이 있기 때문에 미리 들어가 살아보면서 결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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