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3년 4월 미국 국빈 방문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국빈만찬에서 어깨동무하고 있던 모습. 사진 대통령실
재작년 4월 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당시 양국 문화행사로 검토됐던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의 백악관 합동 공연 무산을 두고 야당이 ‘김건희 여사 개입설’을 꺼내 들었다. 국정원 출신인 더불어민주당의 박지원, 박선원 의원은 최근 일부 유튜브와 CBS라디오에 나와 “김건희 여사가 젊은 여성들이 있는 걸 싫어해 (공연을) 막았다”“김 여사가 무산을 시켰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관련 사정을 아는 복수의 전·현직 대통령실 관계자 등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합동 공연이 무산된 것은 비용 문제 때문이었고, 김 여사도 반대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 친윤계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통화에서 “당시 블랙핑크는 별도 개런티를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 외에 스태프와 공연 준비 비용, 레이디 가가 초청 비용 등을 양국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재작년 미국 국빈 방문은 극비리에 진행됐다. 1년에 두 명의 해외 정상만 가능한 예우라 미국 측은 공식 발표 전까지 대통령실에 함구를 요청했다. 그러던 와중에 국빈 방문을 2개월 가량 앞둔 2023년 2월초에 백악관에서 주미 한국대사관에 “이스트윙(East Wing)의 의중이 담겼다”며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의 백악관 합동 공연을 제안했다고 한다. 백악관 이스트윙은 미국 영부인 집무실로,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가 큰 관심을 보인다는 뜻이었다. 전직 대통령실 관계자는 “조 바이든의 손녀가 블랙핑크의 팬”이라고 했다.

지난해 8월 9일 그룹 블랙핑크(BLACK PINK)의 리사(왼쪽부터)와 지수, 제니, 로제가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영등포점에서 진행된 ‘본 핑크 인 시네마스(BORN PINK IN CINEMAS)’ 핑크 카펫에서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뉴스1
하지만 미국 측의 제안에 대통령실의 고심은 오히려 깊어졌다. 국빈 초청의 비용은 모두 초청국이 내는데, 백악관 합동 공연에 한해서는 레이디 가가는 미국 측에서, 블랙핑크는 한국 측에서 비용을 반반씩 분담하자고 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라 생각했고, 대안을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측 제안에 대한 윤 대통령 보고도 늦어졌다. 그러다 2월 말쯤 외교부 한 당국자가 윤 대통령에게 합동 공연에 대한 미국 측 제안을 전달했고,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윤 대통령이 보고 누락과 관련해 국가안보실 관계자들을 질책했다.

윤 대통령은 그 뒤 “미국 측 제안을 무시하는 건 결례가 될 수 있다”며 합동 공연이 가능한지 검토를 지시했으나, 역시 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블랙핑크는 공연 성격을 고려해 별도의 개런티를 받지 않겠다고 전했지만, 공연 시설 준비와 스태프 이동 비용만 해도 최소 수억 원에 달했다. 미국 측에서 레이디 가가를 섭외하는 것도 계획대로 풀리지 않았다. 대통령실 참모는 “합동 공연을 위해 국민 세금을 쓰거나, 기업 후원을 받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결국 최종 논의 단계에서 합동 공연은 안 하기로 정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후 보고 누락 논란이 커지며 그해 3월 말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 등 외교 참모 일부가 사의를 표했다.

2023년 4월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미국 국빈 방문 당시 김건희 여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워싱턴DC 국립미술관에서 열린 마크 로스코 작품전을 관람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여권에선 야당이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에 이어 2년 전 블랙핑크 논란까지 꺼내며, 김 여사를 공격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보수의 약한 고리인 김 여사를 다시 정치판에 끌어들여 국회 탄핵 이후 결집한 보수 지지층을 분열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김 여사는 지난해 7월 검찰에서 명품백 및 주가조작 수사를 받은 이후 대외 활동을 사실상 중단하고 관저에 칩거 중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근거 없는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939 "시끄럽게 하지 마"…'싸이 콘서트' 가던 행인 흉기 들고 쫓아간 50대男 랭크뉴스 2025.02.20
44938 "핸드폰 찾으러 다시 올라갔다가"…눈 쌓인 산에 고립된 아버지와 자녀들 랭크뉴스 2025.02.20
44937 美국무부, 중남미 8개 카르텔을 '외국테러단체'로 지정 랭크뉴스 2025.02.20
44936 애플, 새 보급형 모델 '아이폰 16e' 출시…가격 599달러(종합) 랭크뉴스 2025.02.20
44935 "코인 살 돈, 직접 만들자"…5만원권 위조지폐 9188장 제조한 일당 '덜미' 랭크뉴스 2025.02.20
44934 우크라 빠진 美러 종전협상에 "韓에선 '서울패싱' 불안 높을 것" 랭크뉴스 2025.02.20
44933 "초콜릿 훔쳤다고…" 월급 3만원 받던 13세 하녀 살해한 부부 랭크뉴스 2025.02.20
44932 푸틴의 속도 조절?... "트럼프 만나고 싶지만, 성과 낼 준비 돼야" 랭크뉴스 2025.02.20
44931 HD현대重 "美 방위산업 강화 도우며 대미 투자 기회 적극 추구" 랭크뉴스 2025.02.20
44930 “누나 결혼식 참석” 전자발찌 끊고 도주한 미결수…조력자 조사 랭크뉴스 2025.02.20
44929 "여객기가 불타고 뒤집어지는데도"…트럼프, 항공안전 공무원 수백 명 해고 랭크뉴스 2025.02.20
44928 '제2 테슬라'로 불리던 니콜라, 파산보호 신청 랭크뉴스 2025.02.20
44927 '세계 최초' 커밍아웃한 이슬람 성직자, 남아공서 괴한 습격으로 사망 랭크뉴스 2025.02.20
44926 뉴욕증시, 장 초반 하락… 관세 정책·FOMC 의사록 '경계' 랭크뉴스 2025.02.20
44925 한덕수 탄핵심판 변론 종결…3월초 선고, 尹보다 빠를수도 랭크뉴스 2025.02.20
44924 "男 집안일 덜하면 출산율 낮아" 노벨상 교수, 한국 지적한 이유 랭크뉴스 2025.02.20
44923 덴마크 "당장 무기 사들여라"…한국 방산에도 기회되나 랭크뉴스 2025.02.20
44922 하늘이 살해 교사, 흉기·살인 기사 검색…경찰 “계획범죄 무게” 랭크뉴스 2025.02.20
44921 "中 리튬 추출용 흡착제 수출 중단"… 무역전쟁 본격화되나 랭크뉴스 2025.02.20
44920 ‘합격률 99%’ 고령 운전기사 자격검사 대폭 강화 랭크뉴스 2025.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