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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 법정구속 없이 집유·벌금
법원 “죄책 가볍지 않지만 노조 활동은 필수적”
1㎥ 철 구조물 스스로 용접해 들어간 유최안
“보편적 권리 위해 집단적 저항할 수밖에”
2022년 7월19일 가로, 세로, 높이 1m 구조물 안에 자신을 가두고 농성 중인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하청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던 그는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47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서를 받았다. 공동취재사진

2022년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궜던 대우조선 하청노조 조합원들의 파업 투쟁이 ‘공익 목적의 활동’이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에 넘겨진 하청노동자 22명 중 단 한명도 법정구속 되지 않고 징역형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2단독 김진오 판사는 19일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2022년 6월2일부터 7월22일까지 51일 동안 파업투쟁을 벌인 혐의(업무방해 등)로 기소된 김형수 지회장 등 대우조선 하청노조(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 22명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열어 김 지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100만원, 유최안 부지회장 등 10명에게 징역 2년~8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나머지 11명에는 벌금 500만~100만원을 선고했다. 법정구속된 노동자는 없었다.

김진오 판사는 판결문에서 “집회 과정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업무방해, 공동 감금 등을 한 행위와 이에 따른 피해자들의 피해 정도 등을 감안하면 죄책이 가볍지 않다”라며 “그러나 사용자의 재산 관리권을 침해하지 않는 상당한 범위 내에서 근로자의 노동 3권을 보장하기 위한 집회나 노동조합 활동은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또 피고인 자신들의 개인적인 이익보다는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과 경제적 질 향상을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이 사건과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판결 직후, 이들을 변호했던 금속노조법률원 소속 김기동 변호사는 “법정구속된 사람이 없다는 것은 다행스럽지만, 그렇다고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다. 항소해서 더 좋은 결과를 얻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김형수 지회장은 “51일 동안의 파업 투쟁에 대해 공익을 위한 활동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고작 집행유예를 하는 정도에 그친 것은 실망스럽다”라며 “권력과 부를 독점하고 사유화하려는 기업을 상대로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최안 부지회장도 “2022년 파업 투쟁은 하청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려는 투쟁이었다. 헌법이 보장하는 보편적 권리를 찾기 위해 조직된 노동자로서 집단적 저항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김은형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머리띠 묶고 신발끈 매고 다시 나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재판이었다”라며 “하청노동자들이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이 침해받는 일이 없도록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2년 6월2일 대우조선 하청노조는 경남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파업권 획득’ 확인을 받고 파업을 벌였다. 이들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삭감·동결된 임금 원상회복과 하청 노동자 처우개선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교섭 실마리가 풀리지 않자, 6월21일 조선소 제1독에서 만들던 초대형 원유 운반선의 화물창을 점거했다. 유최안 부지회장은 화물창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 크기 철 구조물에 들어가 안에서 용접함으로써 자신을 스스로 가뒀다. 이 때문에 제1독의 선박 건조작업이 중단됐다.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사건’ 핵심인물인 명태균씨가 당시 파업을 ‘진압’하는 데 개입했던 사실도 최근 드러났다. 명태균씨는 파업 투쟁이 한창이던 7월16일 대우조선 대관팀 안내를 받으며 파업 현장을 둘러봤다. 또 그는 다음날 대관팀으로부터 받은 보고서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강경진압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냈다.

명씨가 현장을 방문하고 이틀 뒤인 7월18일 오전 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관계부처 장관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지시했다. 또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오찬 주례회동에서 “산업 현장의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서는 “산업 현장에 있어서, 또 노사관계에 있어서 노든 사든 불법은 방치되거나 용인돼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7월19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헬기를 타고 현장 상황을 살펴보는 등 공권력 투입이 가시화되자, 결국 7월22일 밤 대우조선 하청노조는 대우조선 사내협력사협의회와 협상을 타결하고 파업을 접었다. 6월2일 파업을 시작하고 51일째였다.

파업이 끝나자 대우조선은 “불법 파업으로 470여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8월26일 노조 집행부 5명을 상대로 470억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또 업무방해 등 혐의로 조합원 22명을 고소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2023년 5월23일 회사 이름을 한화오션으로 바꿨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이 제기한 소송도 이어받았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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