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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학교에서 교사 손에 목숨을 잃은 김하늘(8)양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 1층 안내판의 사진 속에서 하늘양이 환하게 웃고 있다. 최예린 기자

김하늘(8)양은 지난 10일 늦은 오후 학교에서 선생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처음 하늘양 빈소를 찾은 건 11일이었다. 이후 발인인 18일까지 매일 장례식장을 찾아 머물며 장례 과정을 지켜봤다. 장례식장엔 다른 기자들도 많았다. 충격적인 사건이나 참사가 일어나면 숨진 이의 빈소는 기자들에겐 ‘취재 현장’이 된다. 유족은 정신 차릴 틈도 없이 영안실이나 장례식장으로 몰려온 기자들에게 ‘심정·아픔·분노’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8살 딸을 잃은 하늘 아빠도 장례 기간 같은 상황에 놓였다. 빈소가 제대로 차려지기도 전인 11일 이른 아침부터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엔 기자들이 몰렸다. 처음 기자들은 흩어져 하늘양 부모·조부모·친척에게 말을 걸었다. 하늘 아빠는 장례식장에서 정신을 놓지 않으려 애를 썼다. 기자들에게 “그냥 나만 건드려달라. 다른 가족들에겐 말을 걸지도, 사진도 찍지 말아달라”며, 가혹한 언론의 포화는 홀로 감당하며 남은 가족을 보호했다. 조문 온 지인들을 끌어안고 펑펑 울다가도 빈소를 찾은 여야 대표 앞에선 꼿꼿하게 허리를 폈다. 기자에게도 정치인에게도 “고생 많으시다. 와주셔서 고맙다. 하늘이의 마지막 선물이니 부담 갖지 말고 꼭 밥 먹고 가시라”며 상주의 예를 지켰다.

고 김하늘(8)양의 발인이 있던 지난 14일 대전 정수원에서 딸의 관이 화장장 안으로 들어가자 하늘양 엄마와 아빠가 몸부림치며 괴로워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그런 하늘 아빠가 인신공격성 가짜뉴스와 악성 댓글로 고통받고 있다. ‘저런 상황에서 이성적으로 인터뷰를 하냐’ 같은 ‘유족다움과 태도’를 멋대로 평가하는 댓글부터 ‘인격 살인’에 가까운 정체불명의 루머 글까지 퍼지며 하늘양 가족을 공격하고 있다. 그런 글에 비판 없이 동조하며 말을 퍼트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런 걸 ‘논란’이라며 기사로 재생산하는 언론도 있다.

자식의 죽음에 슬퍼해도 괜찮은 부모의 자격이란 게 따로 있는 것인가? 가부장제에선 남편이나 자식이 죽으면 그 아내나 엄마에게 ‘네가 남편을, 새끼를 잡아먹었다’며 수군대고 손가락질하며 괴롭혀 못살게 만들곤 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함부로 쉽게 손가락과 혀로 툭툭 쓰고 말하는 건, 아이를 잃은 고통으로 이미 벼랑 끝에 선 부모를 절벽 아래로 밀어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별생각 없이 쉽게 뭔갈 죽이는 ‘천진한 얼굴의 악마’처럼. 25살의 김새론도 그렇게 사지로 몰지 않았나.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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