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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시간짜리 내란?” 윤석열 주장의 허구

곽종근, 당일 낮 김용현에 전화로 지시받아
“헬기를 사전에 육군특전사에 가져다 두라”
곽종근은 거부…계엄 뒤 국회 도착 늦어져
국회 사무처가 지난 4일,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해당 영상 화면 갈무리. 국회사무처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지 한달이 지났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구속 기소된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대에까지 올랐지만 “정당한 계엄”이라는 억지로 한국사회의 분열을 꾀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내란을 마치 한때의 소동으로 치부하려 한다.

한겨레는 내란 세력의 거짓과 왜곡에 맞서 단독 입수한 자료와 취재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3일 있었던 사실을 정확하게 기록하려 한다. 미래에 올바른 기억을 남기기 위해서는 오늘을 올곧게 기록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첫회는 ‘실패’를 ‘의도’로 포장한 “두시간짜리 계엄”이라는 윤 대통령의 거짓말에 대한 기록이다.


그날 ‘서울의 밤’엔 12대의 헬리콥터가 어두운 공기를 찢으며 여의도로 향했다. 서울 상공을 가른 12대의 블랙호크 헬기가 국회 본청 뒷편 운동장에 착륙해 97명의 특수부대원을 쏟아낸 것은 지난해 12월3일 밤 11시49분이다. 대한민국 국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육군특수전사령부 소속 707특수임무단의 국회 장악이 시작된 순간이다. 헬기들은 이들을 내려놓고 또다시 100명의 707특임단 요원을 태워 나르기 위해 또 하늘을 날았다.

진청색 양복에 빨간 넥타이를 동여매고 생방송 카메라 앞에 선 윤석열 대통령의 입에서 “비상계엄”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온 것은 그날 밤 10시27분이었다. 707특임단이 국회 운동장 잔디를 밟은 것은 1시간22분 뒤였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12월5일 언론 인터뷰 등에서 군 투입이 늦어진 이유로 ‘대통령의 지시’를 들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 대통령의 지침이 “경찰 우선 조치, 군은 최소한 1시간 이후 투입”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경고성 계엄”, “두시간 짜리 내란”이라는 윤 대통령 주장의 근거가 됐다. 애초 국회를 장악해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을 막을 목적이 없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18일 한겨레 취재 결과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당일 낮부터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헬기 대기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곽 전 사령관이 이를 묵살하면서 국회 장악의 첫 단추가 어그러졌을 뿐이다. 만약 헬기를 미리 준비시켜 놨다면 내란 사태는 고작 ‘두시간’ 만에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곽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비상계엄 당일 낮 1∼2시 김 전 장관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이때 “헬기를 사전에 육군특전사령부에 가져다 두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곽 전 사령관은 곧바로 김세운 특수전항공단장에게 연락해 “내 지시 없이는 헬기를 띄우지 말라”고 했다. 그는 “혹시나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서 특항단 헬기가 움직일까 봐 내 지시 없이 헬기를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고 검찰에서 밝혔다. 이 결정은 계엄군의 날개를 묶었다.

“사령관,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부대가 어딘가?” 김 전 장관이 다시 전화를 걸어온 것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담화 발표를 시작하던 그날 밤 10시25분께였다. 곽 전 사령관은 “707특임단입니다”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헬기로 빨리 국회로 이동시켜라”라고 지시했다. 곽 전 사령관은 같은 날 밤 10시30분이 돼서야 지역대 등에 있던 12대의 헬기를 경기도 이천에 있는 특수전사령부로 전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헬기 투입이 늦어지자 김 전 장관은 곽 전 사령관을 독촉했다고 한다. 곽 전 사령관은 검찰에서 “김 전 장관이 ‘헬기 왜 안 띄우냐’고 얘기했는데, 이거(김 전 장관 지시 묵살) 때문에 헬기가 늦게 가고 계속 독촉 전화를 받았던 것 같다”며 “미리 사령부에서 헬기를 가져다 두고 준비시켰으면 국회까지 20분이면 갔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윤 대통령 역시 그날 밤 11시40분께 곽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국회로 이동 중인 헬기가 어디쯤 가고 있냐”며 이동 상황을 직접 챙겼다. 실제로 그날 국회 출동 명령을 받은 1개 지역대 헬기는 밤 11시20분께 특수전사령부에서 이륙했다. 사령관 출동명령이 떨어지고 50여분 뒤였다. 다급하게 국회로 출발한 특전사 헬기는 비행 목적을 밝히지 않아 수도방위사령부 공역 관리 담당관의 서울 상공 진입 불허로 그날 밤 11시25분부터 31분까지 약 6분간 경기 이천 상공에 묶여있기도 했다.

707특임단이 국회에 도착했던 그날 밤 11시49분, 국회 주변은 이미 비상계엄 소식을 들은 시민과 국회 관계자들로 둘러싸였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미 이날 밤 10시58분 담벼락을 넘어 국회 본청으로 향한 상태였다. 다른 국회의원들도 속속 본회의장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국회 안팎에서는 시민과 보좌진들이 군을 막아섰다. 우 의장은 비상계엄 선포 이튿날인 새벽 1시3분 “재석 190인, 찬성 190인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의사봉을 3번 내리쳤다. 그렇게 내란은 156분만에 진압됐다.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묵살했던 곽 전 사령관도 실제 비상계엄 선포 뒤에는 무너졌다. 그는 그날 밤 10시50분부터 7차례나 김세운 특수작전항공단장에게 전화해 헬기 투입을 재촉했다. 특전사 한 간부는 “곽 전 사령관이 누군가에게 전화로 ‘왜 헬기가 안 뜨냐, 시동을 걸지 않냐’라고 고함을 쳤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무모한 내란이 막을 내린 뒤 곽 전 사령관은 특전사 지휘통제실에서 혼잣말처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진 이는 없었다.

곽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이튿날인 아침 9시30분께 합참의장 주관 회의가 끝나고 몇몇 부하들과 함께 차를 마셨다. 이 자리에서 그는 “사실 사전에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 들었다. 반신반의하여 여단장들에게 사전에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았다. 이 정도에서 멈춘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출동 지시를 받고 버티지 못했던 건 장관의 항명 엄포와 대통령의 전화 때문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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