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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천300만명을 넘었지만, 비중이 큰 내국인 관광객은 꾸준히 감소세입니다. 외국인 관광객은 코로나19 때 끊겼던 단체 크루즈여행 재개에 의존해 증가세를 유지하는 게 현실입니다.
제주 경제의 핵심인 관광산업이 풀기 어려운 여러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제주가 가진 천혜의 기후와 자연환경이라는 관광자원에 '금상첨화'가 될 제주만의 살거리를 개발하는 것 역시 해묵은 숙제입니다.
제주의 관광기념품은 돌하르방과 감귤초콜릿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에 제주 관광기념품 변천사를 짚어보고 관광기념품 업계의 현주소, 경쟁력 있는 제주 관광 굿즈를 만드는 사람들, 전문가들의 제언 등을 소개하는 기사 5편을 송고합니다.

돌하르방 기념품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내 관광기념품점에 돌하르방 기념품이 진열돼 있다. 2025.2.13 [email protected]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인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박모(31)씨는 고향 제주에만 내려오면 고민이 생긴다.

제주에 간다고 하니 "부럽다"며 기대하는 직장 동료들에게 작은 기념품을 준비하고 싶지만, 매번 줬던 감귤초콜릿 이외에는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설날 연휴 제주를 찾았던 그는 고민 끝에 제주와는 전혀 상관없는 약과를 샀다.

박씨는 "제주도 기념품을 사 가고 싶어도 살 게 없다"며 "마침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약과 판매 직영 매장이 제주에 생겨 선물로 골랐다"고 말했다.

감귤초콜릿 말고 제주 여행 때 흔쾌히 지갑을 열 만한 기념품은 없는 것일까.

19일 제주도관광협회 발간 '제주도관광50년사'에 따르면 제주 관광기념품은 1955년 4월 제주시 칠성통에 '제주관광안내소'가 개업하면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도내 최초 관광사업체라 할 수 있는 '제주관광안내소'를 연 이동규씨는 당시 흑산호와 표고, 빨랫방망이와 수건 등을 제주 관광기념품으로 제작해 판매했다.

특히 제주 앞바다에 사는 흑산호를 가공해 만든 담배 파이프는 다른 지역에서 쉽게 보지 못하는 특이한 상품으로 인기가 많아 주변 상점에서도 너도나도 따라서 판매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 시기에 제주에서 자생하는 나도풍란과 문주란 같은 화초를 상품화한 화분도 인기를 끌었고, 기념품은 제주 관광업계에 새로운 활로를 열었다.

기념품 구경하는 관광객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내 관광기념품점에서 관광객이 기념품을 고르고 있다. 2025.2.13 [email protected]


'돌하르방'은 1960년대 신성여고 교사였던 김택화 화백이 제주도의 의뢰로 영문판 관광 안내 팸플릿을 제작하며 표지에 그려놓은 것이 시작이다.

이후 1970년 제9회 한라문화제 홍보물의 주요 이미지로도 사용되면서 '제주 관광'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상징물로 거듭났다.

이때부터 전국적으로 집마다 하나씩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돌하르방 장식품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1970년대 초창기 돌하르방 관광기념품은 크기만 축소된 복제품으로 출발했지만, 실제 형상을 과장되게 표현하거나 표정을 익살스럽게 바꿔 제작됐다.

하지만 대량생산을 위해 제주 특유의 현무암을 깎아 만드는 대신 시멘트로 찍어내면서 판박이같이 똑같은 모습의 기념품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전복을 재료로 한 게우젓을 비롯해 오분자기젓, 자리젓, 오메기떡 등 전통 식품이 본격적으로 관광 상품화됐다.

이 시기 토산품 판매점마다 내건 '꿩엿 팝니다'라는 안내문도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꿩엿은 꿩을 주재료로 만들지만, 꿩고기를 넣어 엿을 만든다는 것을 다른 지역 사람들은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돌하르방 관광기념품만큼 제주 어디서나 쉽게 만나 볼 수 있는 제주 감귤 초콜릿은 2001년 탄생했다.

당시 제주도는 비상품 감귤 가공으로 인한 가격 폭락을 방지하기 위해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에 연간 비상품 감귤 5만t을 처리할 수 있는 복합공장을 건립했다.

제주도는 여기서 생산된 감귤 농축액을 원료로 2차 가공품을 제조할 민간기업을 유치했는데 이때 참여한 기업이 제주감귤초콜릿을 최초로 만든 주식회사 제주오렌지다.

제주감귤초콜릿과 과자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제주시 관광기념품점에 진열된 감귤활용 과자들. 2025.2.13 [email protected]


돌하르방 기념품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내 관광기념품점에 돌하르방 기념품이 진열돼 있다. 2025.2.13 [email protected]


제주를 찾는 관광객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2000년대 들어 제주 관광기념품 시장이 호황을 맞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1980년대에 비해 침체하는 경향이 보였다.

2005년 제주대 경영학과 김형길 교수가 발표한 '제주 관광기념품 산업 경쟁력 강화 시스템 구축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이 기념품을 구입한 비율은 1987년 82.5%, 1992년 71.5%, 2003년 60.8%로 감소했다.

그동안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이 구매하는 기념품 부동의 1위였던 돌하르방도 2005년에는 농수산 특산물에 자리를 내줬다.

당시 김 교수는 구매 비율이 떨어지고 구매 상품 순위가 바뀐 이유로 이미 널리 알려진 돌하르방 외에는 지역 특색을 제대로 살린 기념품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 후 돌하르방과 감귤, 해녀에서 나아가 동백, 현무암, 돌고래, 땅콩까지 '제주'하면 떠오르는 상징물이 늘어났다.

다양한 상징물은 캐릭터화를 거쳐 인형과 문구류는 물론, 캔들워머, 방향제, 무드등, 액세서리, 소주잔, 컬러링 북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관광기념품으로 개발돼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종류가 많아지며 구경하는 재미는 커졌지만, 대부분 전국 어디서나 살 수 있는 중국산 제품이어서 실제 구매로 활발히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 돌하르방과 감귤초콜릿을 대체할 만한 제주 여행객의 '머스트 바이 아이템'은 수십 년째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인형, 우산에 안대까지…다양한 제주 관광기념품
[촬영 백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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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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