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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단체연합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더 이상 성평등 후퇴는 없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효진 기자


오는 20일로 여성가족부 장관이 공석이 된 지 1년이 된다. 김현숙 전 장관의 사표가 수리된 뒤 장관직 공백이 최장기로 이어지는 동안 여가부는 저출생 등 가족 정책에 힘을 싣고 성평등 정책은 사후약방문식으로 대응했다. ‘여가부 폐지’를 공약한 윤석열 정부에서 힘을 잃은 성평등 주무 부처의 기능이 복원돼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신영숙 차관이 장관을 대행한 뒤 여가부는 ‘일·가정 양립’ ‘저출생 극복’을 강조했다. 신 차관이 강조한 정책도 양육비 선지급제, 아이돌봄서비스 등이다. 성평등 정책에 대해선 여성폭력 문제가 불거지면 늦게서야 대책을 마련했다. 부처 공식 입장을 내는 것도 주저했다.

여가부는 지난해 5월 서울 강남역 근처에서 교제살인 사건이 벌어진 뒤 3일 만에 입장을 냈다. 여성폭력방지위원회 제2전문위원회를 열어 관계 부처와 교제살인 대책을 발굴하겠다고 했지만 제2전문위 회의는 지난해 5월14일 열린 뒤 지금까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여가부가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제2전문위 개최 결과를 보면 교제폭력처벌법 제정과 관련해 “가정폭력처벌법의 목적을 현시대에 맞게 재정립하고 정의 규정에 교제폭력 피해자를 포섭할 수 있도록 개정” “여성폭력방지기본법도 교제폭력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하는 방안 검토 필요” 등 의견이 나왔으나 법무부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개정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등을 다루는 여성폭력방지위 제1전문위도 지난해 12월4~6일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강화 방안 피해자 보호·지원과제’를 안건으로 열렸지만 서면 회의에 그쳤다. 성착취물 등을 삭제 지원하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예산도 지난해 딥페이크 성범죄가 사회 문제로 불거지자 국회에 제출된 2025년도 예산안에 소폭 증액돼 담겼다.

여성계는 여가부가 성평등 정책 집행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경희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별영향평가, 성인지 예산 등 제도화된 것들이 유지되는 정도이지 성평등 정책의 핵심 기능은 거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도 “쟁점이 되지 않을 만한 정책에만 역량을 투여해 여가부가 있어야 할 이유를 성차별 해결이 아니라 보호가 필요한 여성을 돌보는 정도의 보수적인 기준으로 바꾸고 있다”고 했다.

성평등 정책을 총괄하는 여성정책국과 여성·아동·청소년 상대 범죄, 젠더폭력 대응을 담당하는 권익증진국의 힘을 뺀다는 이야기가 부처 안팎에서 나왔다. 특히 권익증진국장은 지난해 3월부터 공석이다가 6월부터 8개월째 전담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여가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에서 여가부를 폐지하려고 하니 여성정책국과 권익증진국 업무에 힘을 실어주지 않으려고 하는 게 당연했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성평등 기조에서 퇴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여가부는 지난해 9월 중앙성별영향평가위원회를 비상설화하는 성별영향평가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가 여성계 반발에 부딪혔다. 현행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책을 수립·시행할 때 그 정책이 성평등에 미칠 영향을 평가해 정책이 성평등 실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앙성별영향평가위원회는 성별영향평가제도를 운영·심의하는 기구로 여가부가 의무로 두도록 돼 있다.

여가부는 입법예고안에서 위원회를 ‘성별영향평가제도의 운영·개선 등에 대해 심의·조정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 구성·운영할 수 있도록 바꿨다. ‘구성 목적을 달성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위원회를 해산할 수 있다’는 조항도 담겼다.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위원회 기능을 무력화시킨다는 비판이 일었다. 2022년 9월에도 같은 내용을 입법예고했다가 철회한 바 있어 더욱 논란이 됐다. 여가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반대 의견들을 검토했고 입법예고 이후 절차는 진행되지 않았다. 지금 상태로는 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언론 등이 장관 공백으로 ‘부처 간 협업이 안 된다’ ‘성평등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고 비판할 때마다 여가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타 부처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주요 현안에 철저히 대응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대응 체계 강화 방안, 교제폭력 피해자 보호·지원 강화방안 등 대책을 발표하고 양성평등 정책을 총괄·조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여가부 관료들은 신규 사업이 적은 여성정책국의 특성 탓에 여성정책국이 소극적으로 보일 뿐 제 기능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지난해 6월 한국 정부 최종 심의 견해에서 여성 정책의 퇴행을 우려했다. 위원회는 장관 임명뿐 아니라 여가부가 모든 정부 부처에서 성 주류화 노력을 효과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인적·기술적·재정적 지원을 대폭 확충할 것을 권고했다. 성 주류화란 성평등 관점에서 모든 정부·공공부문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것을 말한다.

국회도 여가부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요구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딥페이크 이용 성범죄와 관련해 여가부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삭제 지원 등 사후 조치를 하는 데 머물지 말라고 했다. 김 의원은 “청소년보호법에 의하면 청소년 유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업무도 여가부 행정이므로 텔레그램, 카카오, 네이버, 구글 등과 청소년 유해물이 범람하지 않도록 협의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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